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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명찰 ㅣ 낭만픽션 1
우부카타 도우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17세기 일본만의 혼천의, 천상분야지도와 역법을 만들어 낸 사나이, 시부카와 하루미의 일대기. 일본의 하늘, 일본의 해와 별을 만지고 싶다는 일생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십삼 년이나 되는 세월을 오로지 한 가지`(13)
멍청하리만큼 성실하게 자기의 목표를 이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게 일본소설의 특기이자 미덕이다. 종종 사전 만드는 <배를 엮다>의 그 남자가 생각나곤 했다.
그건 그렇고, 이 남자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지 않나? 이를테면 장영실. 마침 조선의 과학기술을 가르치고 있어, 되지도 않는 과학 상식을 총동원해 칠정산이니 앙부일구니 자격루, 천상열차분야지도 등등을 공부하고 있다. 이것들을 연구한 세종 이하의 많은 학자들이 하루미처럼 순수하게 산술을 즐기며, 오류를 부끄러워하고 수많은 실패와 패배를 딛으며 정진 또 정진하는 하루하루를 살지 않았겠는가. 그들의 삶의 자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