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덥다. 오늘 10시 30분부터 에어컨을 틀어준다고 했는데, 시계만 몇번 들여다 봤는지 모르겠다. 이제 20분 남았다.
어제는 남편과 아이와 동네에 있는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서 책을 잔뜩 사들고 왔다.
아무데나 주저앉아서 책 읽기 좋은 분위기라 아이도 신이 났다. 중고책 검색에도 걸리지 않던 절판 도서를 찾아서 나도 어깨춤이 덩실덩실이었다.
얼마전에 서진의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를 읽으며, 뉴욕의 서점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가 마구 들었었는데, 알라딘 중고서점과 같은 곳이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의 특색이 담긴 책 진열과, 동화책을 읽고 있는 작은 나무 의자 위의 아이들과, 반짝거리며 책을 탐험하는 사람들의 분주함. 높은 층고가 주는 아늑함에, 온갖 책과 책에 관련된 것들로 무장된 곳. 괜시리 마음이 찡해지는 곳이었다. 어린 시절, 동네 서점이 있던 지하로 내려갈 때 마구 설레였던 때가 생각나서.
나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 몇번을 다시 보고 다시 봐서 내 손에 길이 든 책이, 단지 책이 아니라 책을 읽었던 시절과 그 시절의 내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아니, 그 과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이는 자기가 고른 책 한 무더기를,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기 책수레에 담았다. 꽂혀있던 예전 책들 중에서 이제는 별 재미가 없어졌다는 책들은 골라내고 그 자리에 새 책들을 넣었다.
아이는 새로 사온 책들을 아직 다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자기 손으로 골라서 수레에 꽂아둔 자기 책인데. 언제고 쓰다듬으며 책장을 여는 날이 오겠지. 수많은 책들 속에서 그 책들을 골라냈던 것처럼.
요것도 물건. 이상하게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솔튼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