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인간답지 못한 생활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몇차례 고3 담임의 경험이 있지만, 올해는 심해도 이렇게 심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수시원서에 쓰는 돈이 평균 100만원 정도.
갯수 제한이 없다보니, 일단 붙고 보자는 심정으로 지르고 본다.  
대학들은 돈에 눈이 멀어 학생들이 혹하게 만드는 전형(이를테면 망할 적성고사 같은 것들)들을 잔뜩 만들어놓고는 아이들을 유혹해댄다.
그러다 보니 내신 인플레는 점점 심해져서, 아무리 하향지원을 해도 붙을 보장이 없다.
게다가 내년엔 입시 정책이 바뀐다고 하니, 아이들의 불안감은 극대.
결국 일단 쓰고 보자, 이다.  

이놈의 미친, 입시사정관제도 꼭지가 돌게 만든다.  
대한민국에서 성실하게 인문계고등학교까지 나온 학생들에게, 도저히 바랄 수 없는 경력과 활동을 바란다.
당연히 사교육과 돈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한다 하는 학교들의 입학사정관제를 죄다 쓰는 우리반 녀석은 중학교 때부터 사교육의 도움으로 온갖 환경 활동과 봉사 활동을 해댔다. 성적은 바닥에 가깝고 정규 수업만 땡치면 학원으로 달려간다.
요즘은 아예 학원에서 살지.
밤새 자기소개서 쓰고 서류 정리하느라.
나는 또 그 말도 안되는 활동들에 두 세장씩 추천서를 써야하고.  
학교에서 자치 활동(학생회, 동아리)을 아무리 성실해 해봤자, 눈에 보이는 실적이나 결과가 없으면 명함 내밀기도 힘들다.
중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또 한 녀석은,
아버지 도움으로 만들어온 봉사시간 300시간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려다 보니, 거짓말도 만들기가 힘들어 매일 고생이다.  
학교 교육을 깡그리 무시하는 짓을, 대학이, 교육부가, mb정권이 심혈을 기울여 하고 있다.   

열개, 스무개가 되는 수시 원서를 쓰고 나면, 정시 준비를 열심히 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봐야 마음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른인 나도 혹시 뭐 하나 붙는 거 아냐 하고 마음이 들썩거리는데, 애들 마음은 벌써 합격증 받은 것만 같겠지.
9월의 고3 교실은 그래서 엉망이다.
교사들은 저마다 각각 다른 전형을 열댓개씩 가진 대학들을 모두 섭렵해야 하고,
그 중에서 아이들에게 맞는 전형 찾아내느라 머리털이 빠진다.  
한 아이당 열개씩, 우리반 녀석 중 정시 준비나 비진학을 빼고도 서른 명이 훌쩍 넘으니 머리가 터질 거 같다.
원서를 쓰고, 서류를 맞춰 보내고, 자기소개서며 추천서 쓰다 보면,
인간다운 삶이 그리워진다.
오늘까지 딱 그런 상태다. 

내일까지 서류 마감인 학교를 정리하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하고,
노래로 나를 추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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