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유신 전야의 혼란스럽고 격렬했던 일본.
수많은 번들이 합종연횡하며, 무엇이 정의인지 알수 없이 떠밀려가던 시절.
이기면 관군, 지면 역적이 되는 진흙탕 싸움 가운데, 한 사무라이가 있었다.
다른 역사를 살아온 나조차도 그들의 무사도가 어떤 무게를 갖는지 어림짐작할 만큼 무거운 시절을 살던 남자였다.
거대한 역사는 온갖 허위의식을 낳고,
정의는 유사 정의감을 꾸역꾸역 만들어내,
드디어는 정의가 정의롭지 못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가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들, '단지 내 식구 배곯지 않고 단란하게 살 수 있도록.'은 어디에도 발을 붙힐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가장 평범한 사람이었는데도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고,
가장 올바른 사람이었는데도 가장 불경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방금 그가 너른 방을 피투성이로 굴러다니며 배를 가르고 눈을 찔렀는데.
아, 더이상 못 읽겠다.
슬프고 슬프면서도 씁쓸한 이유는,
그것이 일본의 어느 시대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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