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후. 어후. 한숨과 탄식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세 페이지쯤인가 넘기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렇게 탄식하며 이렇게 조용히 감동의 파도에 잠식될 나를 예감했다. 너무 아름답다. 사려깊고 다정하며, 끊임없이 사색을 종용하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나 <관내분실>은 압도적이었다. 부드러운 음악같던 문장을 읽으며 함께 한껏 고양되었다가 살포시 구름 위를 밟고 온 느낌이었다. 게다가 인간, 여성, 장애, 인생, 꿈, 의미 같은 낱말을 계속 곱씹게 되는 멋진 경험이었다. 물론 다른 이야기들도 좋았다. <스펙트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련한 색채 또는 냄새 같은 것으로.
올해 새롭게 만난 최고의 작가이다. 그녀의 글을 계속 응원하련다. 어후, 어후 하며 감동에 겨워하는 내 얘기를 듣고 있던 남편은 사실 가장 멋진 김초엽은 밀리의 서재에서 나온 <시티 픽션>에 있다며 으시댄다. 먼저 읽은 자의 여유넘치는 표정으로. 아, 빨리 가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