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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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냥한 사람’인 게 슬프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작가의 말이 슬프다. 박형민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다. 착한 아이를 연기한 어린 시절을 지나, 진구가 아닌 형민을 찾아헤맨 학창 시절을 지나,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직장 부하직원에게도 결코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누군가가 계속 죽어가고,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봐야하고, 누군가에게 계속 미안해해야 하는가. 인생이 원래 그런거지 라고 말한다면 너무 슬프다. 이게 뭐가 상냥해. 이럴꺼면 상냥해서 뭐해. 진짜 그래서 뭐해.
장편은 확실히 힘든 이야기이다. 윤성희는 나에게 캐릭터나 서사로 기억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장면들의 나열 혹은 작은 일화들의 나열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그런 글쓰기의 방식으로 긴 이야기를 이어가다보니, 비슷한 인물들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화들의 반복이랄까. 계속 제자리를 공회전하는 자동차에 탄 기분이랄까. 주변 풍경은 바뀌지 않는. 뭐. 그렇다고, 나쁜 소설은 아니었다. 단지 단편이었다면 더 밀도가 있게 읽었을 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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