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는 많이 변했다.. 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다니던 시절에 비교하면.
가장 절감하는 부분은 어찌되었든 사제관계.
동네 마실 가듯 드나드는 교무실 모습이나, 선생님에서 가끔은 누나나 언니로 바뀐 듯한 친밀감이나.
내가 옮겨 다닌 두 학교의 모습은 모두 비슷했다.
아이들도 변했고, 교사들도 많이 편안해진 거 같은데,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특히나 더 그런 느낌이 들곤 한다.
며칠전 찾아온 작년 애들이 빈손으로 오는 건 예의가 아니라며 선물을 하나 주고 갔다.
뜯어보니 이 책이다.
지들 담임이 야자 감독할 때마다 추리소설 읽는 걸 봐서인지 얘넨 올때마다 책을 한권씩 들고 온다.
겨울방학에 있던 내 생일엔 불러내서 고기를 사주더니만,
큼직한 책 한권을 내밀더라.
내돈 주고는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던 <주석 달린 설록 홈즈>였다.
받고는 허걱했다. 다 읽고 보고서 제출하라던데, 아직 못읽었다.
이번에 받은 책은 얼른 읽고 보고서라도 한장 줘볼까 하는 맘에 곧바로 시작했는데,
어어어... 참 이렇게 안 읽히기도 어렵겠다 싶다.
아주 지루한 것도 아니고 눈이 번쩍 뜨일만큼 놀라운 것도 아니고
양들이 살인사건을 수사한다는 독창적 설정에 비해 전혀 전개나 서술방식이 독창적이지 않다.
이럴거면 뭐하러 양들이 수사하나. 차라리 건초더미나 지렁이가 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한마디로 지지부진하다. 뜨뜨미지근하고.
얘들아, 보고서는 또 다음으로 미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