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팟을 켜놓고 일하는데, 이 음악이 나오길래 한동안 아무 것도 못했다.
눈물이 나려나 했다.

Ash Space 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열었던 게, 1999년이던가, 1998년이던가 그랬다.
재수강으로 듣던 교양과목의 숙제여서 어쩔 수 없이 만들었던 공간이었는데,
투박한 손길이지만 열심히 쓰다듬어 주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생명력을 가져 버렸다.
만화에 대해서, 만화 속 사람과 사랑과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곳이었는데,
그 곳에서 처음으로 틀었던 음악이 바로 이 음악이다.

그 시절, 인터넷 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는 미디 음악들 밖에 없었고,
연주자(아니, 창작자?)도 알 수 없는 곡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그 중에 운좋게 낚아챈 곡이 내 첫 홈페이지와 함께 묶여서 지금, 이런저런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책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바뀌었고,
사실상 이 서재와 아무런 차별점도 없는 곳이 되었고, (사실, 서재에 더 많은 글을 쓰지만)
그리고,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 없애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두어번씩 하지만,
왠지 몇년전 입었던 코트의 떨어진 단추처럼 버리질 못하고 있다.

아, 잡념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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