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산 책은 일단 책장에 꽂아두면 금방 까먹어 버린다.
오래 기다려서 산 책이 아니라 그저그런 이유로 샀을 땐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존재가 잊혀진 여러 헌책들 중에서 하나 읽어볼까 하고 고른 책이 이 책이다.
처음 봤을 땐 책 표지도 영~ 엉성한데다,
영화로 훨씬 유명해서인지 표지 앞뒤로 로버트 드 니로와 제시카 랭의 얼굴이 대문짝 만하고, 안에는 쓸데없이 책값만 올렸을 컬러 화보가 몇 장 들어 있어서 좀 열받았었다.
아무리 영화가 잘 나갔기로서니 이렇게 무성의하게 말이야.
그런데 그 로버트 드 니로의 젊은 얼굴이 묘하게 시선을 끈다.
예전에 회식으로 갔던 한 호프집에 아주아주아주아주 젊던 로버트 드 니로의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는데, 그 사진이 거대한 자석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눈을 뗄 수 없었던 순간이 있었다. 만 가지의 이야기를 꼭꼭 눌러담은 눈이며, 거스를 수 없을만한 의지로 멋대로 꺽여있던 콧대며, 형용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박혀있는 점.
그의 흑백 사진 때문에 이 책을 펼쳤다.

그.러.나. 사진을 먼저 봐버려서인지 책읽는 게 더디다.
로버트 드 니로의 얼굴이 내용 집중을 방해한다.
그 사진이 없었어도, 영화의 후광에 기대지 않았어도 충분히 좋았을 작품인 거 같은데,
아.. 머리속이 산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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