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술 지도 준비를 위해, 몇몇 샘들과 함께 읽기로 한 책이다.
오랫만에 세미나라, 사실 텍스트가 뭔지는 크게 상관없었다.
세미나를 위해 텍스트를 읽고 고민하고 논의하는 게 재밌을 뿐.
하지만, 생각할수록 잘 고른 책인 것 같다.
논술 지도를 위한 준비라지만,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편이고,
우리도 읽으면서 관련 텍스트를 죄다 들춰보며 하고 있다.
서양의 고전을 두루두루 소개해 주는 형식인데,
왠지 딱딱한 감이 있으면서도 은근히 도발하는 맛이 있다.
앞부분 고대 철학 부분은 영~ 재미가 없었지만, 지난주에 근대 철학 부분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확실히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 내 발제 부분이 헤겔이었는데, 덕분에 대학 시절 세미나 하면서 보던 책들,
쇼파 뒤에 아무도 안보이게 숨겨놓았던 책들을 다 뒤져보았다.
공부하면서 다시 한번,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들은 헤겔의 혁명적 사상들의 은혜를 받은 바가 크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사실은 헤겔보다는 소쉬르를 발제하고 싶었는데,
혼자 공부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고전이라 함은, 그 고유한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사유 방식과 사회 현상과 문화적 양상들에 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구나. 과연.
다음 발제 부분은 프로이트.
별로 이렇다할 관심은 없지만, 이 부분을 쓰신 선생님 글이 워낙 좋아, 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덕지덕지 붙여둔 포스트잇과 여기저기 그어둔 밑줄들, 그리고 괴발개발 적어둔 낙서들이, 이 책을 더욱 사랑스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