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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삭인다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평점 :
그간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과 비교하면, 다소 감정과잉인 글이었다. 다소. 16살짜리 소년이 사건의 중심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깐 스치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난 더 좋았다. 16살짜리 소년이 사건의 중심이었으니까.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때로 흔들리고 때로 동요하나 놀랍도록 단호한 시절. 소년 마모루가 그렇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주위의 온갖 편견과 벽에 부딪치며 살아왔으나 그 덕택에 내면을 보는 눈과 사려깊음을 배울 수 있었다. 소년을 둘러싸고 벌어진 복잡한 사건들의 전모를 꿰뚫어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성품 덕택일 것이다. 그래서 그 노인네가 마지막 선택을 마모루에게 맡겼을 테고.
애정을 미끼로 하여 사기를 치는 여자들이나 서브리미널 광고 같은 양념들이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라는 미야베 미유키의 평가에 구색을 맞추고는 있지만, 이 이야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소년의 ‘선택’이다. 복수인가 용서인가.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하는 선택. 비겁한 미우라도 마음을 팔던 가즈코도, 그리고 모든 불운의 원인 요시타케까지 용서할 것인가 용서하지 않을 것인가.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선택에 기로에 서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그 선택이 얼마나 어려웠던가도 떠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그 모든 선택이 바로 마술이다.
책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야기 하나 보탠다.
책이 책 이상의 의미를 가져 버렸다, 책이 책의 세계를 벗어나 버렸다, 라고 느껴지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그 가장 큰 주범은 이 책 때문이다. 아니, 이 책들.
일명 '미야베 월드' 시리즈. 아직 1권밖에 나오진 않았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을 배양토로 하여 이미 실한 열매가 맺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변화무쌍하지만 언제나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이기에 ‘월드’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 조금도 반론이 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야베 월드’의 이름표를 붙이고 나오는 책들은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것은 미야베 월드에 당당히 입성하게 되었다는 축하의 표시이자, 그 시민의 되었다는 인식표이다. 거창하게 들린다 해도 할 수 없다. 책을 덮기 직전 “미미여사 파이팅!” 이라는 글귀를 만나게 된다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자, 미야베 월드의 시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책을 뒤져서 찾아내시라.
“미미여사 파이팅!” 이라는 글귀를.
그리고 그 글귀를 만났을 때 당신의 표정을 거울로 확인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