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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평점 :
어느날 우연히 발견하게 된 노란 양동이. 어린 여우는 그 양동이에 한눈에 반하지만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뜻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일주일간 기다려 양동이가 그대로 있으면 주인이 찾지 않는 셈 치고 갖기로 한 뒤 일주일간 매일 매일 양동이를 지켜본다.
어린 여우가 단순히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양동이를 깨끗하게 헹구고, 낚시하는 시늉을 하고, 근처 나무에 물을 뿌려주는데 쓰고, 고여있는 빗물을 쏟아내고, 제 이름을 적는 상상도 해 본다. 드디어 일주일이 되는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양동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지만 지난 일주일간 제 자리에 있던 양동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양동이가 사라져 버린 것을 보자 어린 여우의 양동이를 얼마나 갖고 싶어했는지, 얼마나 소중히 제 것처럼 아꼈는지 함께 봐 왔던 독자로서는 어린 여우보다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 비록 어린 여우는 '괜찮아, 정말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어린 여우도 정말 아쉽고 안타까웠을 테다. 그런데 어떻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어린 여우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우는 양동이를 갖고 싶어하고 매일 찾아가 보던 일주일 동안 여우의 것이었다. 물건은 소중히 여길 때 오직 제 것이 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와는 상관없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것일지도 모른다. 여우는 이미 사라져버린 양동이를 그러한 의미에서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러한 소중함과 소유의 의미는 낯선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지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당장 부모에게 졸라 쉽게 얻고, 감사할 줄 모른 채 얻고, 며칠을 아끼다 금세 잊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일테니까. 어린이들에 대한 경제교육이란 명목으로, 용돈을 많이 모아 거금을 만들고 부자가 되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요즘 세태에서는 더욱,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빨리 돈을 만들어 양동이를 살 수 있을까'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일 수 있다.
물건을 소중히 여길 때에야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단지 물건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와 마음까지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여우가 양동이에 한가득 과일을 담아 친구 곰과 토끼에게 가져다주는 상상을 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