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화제의 인물은 역시 '강마에'와 '신윤복'이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음반도 재법 팔리고 있고 <바람의 화원> 덕분에 신윤복을 비롯한 옛 그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혜원 신윤복은 <바람의 화원>뿐 만이 아니라 영화 <미인도>에서도 여자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드라마적 상상력이다. 나는 역사학계가 이런 상상력을 '해도 해도 너무한 역사왜곡이다' 라고 평가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볼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의 부재를 문제삼아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런 교육을 거의 못하고 또한 부모들도 잘 알지 못한다.오히려 드라마를 좋아하는 부모들은 ' 신윤복이 원래 여자아니야?" 라고 물을 지경이다. 그런면에서 역사학계의 우려가 어떤 건지는 이해가 간다.

최근에 나 역시 젊은 몇 명의 친구들에게 "신윤복 원래 여자 아니에요" 라는 -당연한 걸 왜 물어보지 하는 ,아니면 원래 여자인데 그게 아닌가- 식의 답을 여러번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드라마적 상상력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그건 내가 '딴따라'이기때문이다. 행여 어떤 종류의 혁명이 발생하더라도  이런 '딴따라들을' 억압한다면 그건 '혁명'이 아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나름대로 미학적 근거가 없진 않았지만, 이후 스탈린체제가 모든 예술을 하나의 사조로 환원시킨 것은 이미 '혁명의 의미'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주 <씨네21>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기획기사를 실었다. 이름하여 '영화화할 만한 한국역사 속 인물 10>이다. 범역사학계(내가 이렇게 쓰는 이유는 이후 명단을 보면 안다.)에서 10명이 '제2의 신윤복'이 될만한 역사적 인물들을 추천한다. 즉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보면 좋을 만한 사람들을 추천한 것이다. 잡지는 여기에 약간의 재미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추천자에게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감독,어떤 배우가 좋을지' 를 묻는다.(여기에는 편집자나 기자의 의견이 들어가 있긴 하다)

먼저 추천자들과 추천인물을 보자.

역사소설가 김탁환- 고운 최치원( 배우 김갑수 추천)

역사평론가 이덕일- 정난정 (<여인천하>의 정난정이다. 하지원이 추천받았다)

역사학자 이이화-허균 (드라마<홍길동>에 나온 김석훈)

역사소설가 이수광(<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의 저자)-표철주( 영정조시대 검객이다.소지섭,신하균 추천)

성균관대 안대회 -운심(18세기말 기생으로 검무에 달인. 고현정 추천)

소설가 심윤경-추사 김정희(김명민 추천)

오슬로대학 박노자-윤치호( 일대기 구성으로 유아인,설경구,이순재)

한국과학기술원 전봉관(<경성기담>작가)- 최영숙( 최초의 스웨덴유학 한인,인도인과 결혼했으며 한국에 귀국한후 콩나물장사로 27살에 생을 마감. 손예진,엄지원 추천)

성균관대 임경석(<한국사회주의의 기원>저자)- 박헌영(최민식 추천)

성공회대 한홍구- 송기복 송영섭(1982년 신광여고 간첩단 조작 사건의 주인공 부부. 배우추천은 하지 않았고 고문기술자 역할에 백윤식 추천)--> 나 역시 최근 <시사인>을 통해 안 일이라 다음 페이퍼에 그 기사 내용을 올려둔다.

추천자들은 크게 두 부류이다. 하나는 요즘 인기 있는 역사픽션이나 일상사를 대중적으로 쓴 작가들과 진보적인 역사학자들. 주로 자신들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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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하는 대폭락 - 숨죽이고 밀려오는 세계공황
소에지마 다카히코 지음, 박선영 옮김 / 예문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그토록 강력한 생산수단과 교류사단을 마법을 써서 불러 내었던 현대 부르주아사회는 주문을 외워 불러 내었던 저승의 힘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마법사와 같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중에서

세계 공황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공황은 다큐멘터리 영상자료 속에, 또는 영화 속에 남아 있다. 그것은 하나의 긴 선으로 기억된다. 직업 안내소에 줄지어선 실업자나 배급소 앞에 서 있는 아이와 엄마들의 대열. 역사는 다시 한 번 날카로운 세모칼로 자신의 나무판 위에 깊은 굴곡을 만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렇다. 2008년, 세계는 다시 보레아스(북풍의 신)의 날개 짓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는 내재적 모순으로 인해 주기적인 공황상태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고 예견했다. <공산당 선언>에서 말하는 마법사들처럼, 또는 자기 피조물에게 희생당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말이다. 마르크스의 공황론은 생산의 과잉공급과 이윤율의 지속적 하락경향에 의존한다.그는 저서를 통해 결국 이런 자본의 모순이 새로운 역사의 주체를 만들고 이들이 자본주의를 대체하게 된다는 점을 말한다. 마르크스는 계룡산 도사가 아니다.그래서 그가 이런 주기적 공황이 몇 년 몇 월에 나올지 예견하지는 않았다. 세속의 점쟁이들도 먹고는 살아야 할 터이니 그들의 몫으로 남겨 둔 마르크스의 휴머니즘!!   

대공황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첫 번째로 돈 버는 사람들은 '대공황을 예견하는 책'을 쓴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서점가에 가면 코 앞에 있는 디스토피아를 예견하는 책들이 이미 수십종이 나와 있다. <연쇄하는 대폭락> 역시 그런 선상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구성과 주장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본다면 1)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거진  금융자본주의의 성격 2) 미국 금융패권의 몰락과 일본의 대응 3) 음모론 이다. 

먼저 현재 금융위기의 약한 고리부터 시작하자. 그것이 터져 나온 곳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파생금융상품의 파산이다. 이 부분은 최근 신문의 경제란만 제대로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식적인 것들이다. 저자는 경제신문이 전문적인 용어로 돌려 이야기하는 것들을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의 방식대로 가장 쉽게 설명해보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결국 담보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 빌려주어서 집 사게 한 것이다. 집 값이 오를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을 담보로 각종 신용거래가 가능하다. 그리고 천재들이 만들었다는 각종 파생금융상품들도 가능하다. 미국의 담보상품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그만큼 고도로 선진화(?)되어 있는 것이다. 담보를 가지고 또 다른 담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쉽게 말하면 파생금융상품이다. 이 작업이 수 십 번 가능하면 그 때마다 새로운 부가 창출된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폭락시에 드러났다. 결국 채무불이행이 속출하면서 연쇄적으로 파산국면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큰 돈들은 파산국면에서 다른 투자를 모색한다. 데이비드 하비가 자본 이윤율 창출방식으로 말한 '강탈에 의한 축적'이 바로 그런 것이다. 뭔고 하면?  부동산이나 기업의 가치를 폭락시키고 난 다음 낮은 가격에 그걸 다시 매수하는 것이다. 현재 큰 손들은 그 미래 시장에 가 있다. 

책의 저자 소에지마 다카히코는 이 모든 것이 '가상적인 부'에 올인하게 만든 금융사기꾼들의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매도, 주가지수 선물같은 것들은 '실물'이 아니다. 주식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현금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내 돈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스스로 이 말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주식이 10% 오르면 그만큼 자신의 부가 늘어났다고 믿는다. 저자가 금융자본주의의 몰락을 말하면서 주장하는 것이 바로 '페이퍼 머니의 시대는 끝났다. 실물의 시대이다' 라는 점이다. 저자가 현재 경제를 공황 초기 상태로 보며 그 징후로 '금값의 상승' 에 주목한다. 이것은 '실물'을 중요시한 저자의 입장이기도 하고 불안기의 특징인 현금화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일본은 과거 부동산 거품의 폭락으로 장기 불황을 겪었다. 아직 그 여파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했다. 이런 거품붕괴의 모델은 그 성격이 다르더라도 그 결과를 미국에 적용하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선진화된 네트워킹된 금융시스템하에서라면 파급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동산 거품 붕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동산 가격은 이미 강남을 중심으로 폭락하고 있다. 몇 년 전에 과열양상을 생각해보면 이미 그 때 몰락의 징후가 있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의 주택 담보대출은 대략 300조 수준이다. 너도 나도 부동산으로 돈 벌어보겠다고 대출 받아서 집을 사지 않았던가. 은행들은 신용카드 남발의 비난이 가시기도 전에 주택부분 개인대출 경쟁에 돌입했다. 부동산 폭락이 시작되면 대출금의 상환이 불가능하다. 결국 그 부실은 은행이 안게 되고 개인 파산과 금융권의 연쇄도산을 불 보듯 뻔 한 일이다.(이건 상식 아닌가) 여기서 한가지 엇박자가 있다. 바로 인간 이명박, 당신들의 대통령이 하는 짓이다. 이명박은 건축 경기 부활에 다시금 희망을 걸고 있다. 건축이 경기부양에 효과가 있다는 과거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다. 본인이 노가다 대통령이니 그것 외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지만 전국에 걸친 미분양아파트와 자금 경색등을 생각하면 이건 불난 집에 불 쏘시개 넣어주는 것이다. 이명박이 대학교수라면 '휴강'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강의가 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마치 독보적인 예언자처럼 말하지만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위기와 패권몰락에 대해 이야기했다. 거의 10여년전 부터 말이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는 주기적 공황에 대해 말했고, 세계체계론자인 아리기 같은 이들도 금융 자본주의가 한 세기의 몰락징후임을 말했다. 당연히 세계체계론자들은 미국패권의 몰락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미국 패권의 몰락은 달러의 몰락을 뜻하는 것이다. 반소비주의 계열에서는 미국의 몰락이 이미 레이건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레이건 시대부터 경기활성화를 위해 개인 소비를 확대하는 정책이 시작되었다. 개인 소비를 위해 가계 대출이 늘어나게 되고-주로 주택담보다- 그것은 빚 위에 선 경제이다. 미국은 오래전 부터 쌍둥이 적자에 시달려왔다. 클린턴이 의료보험체계 개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면서도 균형재정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도 그때문이다. 그렇지만 부시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재정적자가 대략 40조 달러 수준이라고 본다.(이 책에서 제시되는 수치들은 사실 객관적인 자료검증이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정확한 수치는 누구도 접근이 어렵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추론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결국 미국은 스스로 통제없이 찍어대던 달러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고, 스스로 달러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방식 외에는 답이 없다. 이 말은 기축통화국으로 달러를 찍어내어 유지하던 미 달러 제국이 몰락하고 다른 체제-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로 다극체제론이 많이 등장한다-로의 이행을 뜻한다. 재미있는 것은 오바마의 등장에 대한 해석이다.

한국의 진보인사들이 오바마를 지지한 것은 그가 보편적인 진보 이상에 가깝기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부시의 일방주의가 다극주의로 바뀌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있다.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또한 복지를 확충하는 길을 걷는다. 개인 부채를 국가가 어느 정도 담보해주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이것은 미국의 재정적자 폭을 줄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즉 달러를 찍어내는 방식을 결코 전환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달러가 약발이 떨어지면 미국은 지금처럼 큰 소리로 주변국들을 호령할 수 없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의 채권에 관심을 가져보면 된다. 50% 이상이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에 편입되어 있다. 미국 국채를 말 잘듣고, 경제성장이 필요한 나라에 떠넘겼다는 뜻이다. 중국,한국, 미국이 대표적이다. 이 들은 모두 장기적으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다. 우리가 IMF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중에 하나도 미국의 경기성장 정점에서 무역수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잇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동아시아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많이 인수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위계성을 상징한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기시작한다. 미국 국채 시장이 무너지면 이제 본격적인 공황에 들어서는 것이다. 더불어 전세계 경제는 짙은 안개속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소비 둔화로 무역수지 적자와 강한 대달러의존도로 미국 채권시장마저 무너진다면 사방이 완전히 갑갑해지게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국민의 복지를 위한 오바마의 선택이 한국에는 커다란 불똥이 될 수 도 있다.(이건 가정이긴 하지만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오바마의 민주당=진보= 선' 이라는 도식을 좀 비판해보자는 것이니까..)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 패권의 몰락은 기정 사실이니 이 참에 일본은 '종속국가'에서 벗어나자고 말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종전 이후 대미종속성을 떨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플라자합의 이후 벌어진 0% 수준의 일본 금리는 결국 미국의 정책때문이다. 최근 달러 폭락시에도 엔화가 계속오르는 것은 이 때 발생했던 '엔 케리 트래이드'의 회수때문이라는 것이 상식이다. 이제 미국은 여기 저시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그 중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물론 향후 가장 중요한 관건은 미국-중국의 관계이다.) 정치적으로 확대하면 이런 움직임은 일본의 '정상국가화' 작업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일본의 헤게모니가 미국중심 정치인과 관료들에 의해 움직여왔다고 일갈하며 이들이 여전히 미국에 매달려 있다고 말한다. 음모론까지 가미하자면 일본의 총리와 자민당 및 관료들은 모두 미국의 입김에 의해서 그 자리를 유지한다. 저자는 강한 엔화에 대한 기대를 말한다. 1달러 60엔 수준까지 예상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전반부의 분석들은 사실 어느정도 세계 경제에 대한 상식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추론가능한 것들이다. 최소한 추론은 못해도 따라 읽을 수는 있을 정도다. 문제는 조금 더 비관적으로 볼 것인가 아닐것인가의 차이 정도로 말이다. 사실 가장 비관적으로 보는계 예언자의 게임에서는 가장 손실이 적다. 왜냐하면 예언이 틀려도 좋은 일이 생긴 사람들은 예언자의 실수를 그다지 탓하지 않기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의 달러 폭락, 주식 폭락, 그리고 국채 폭락'이 몰리면 미국은 끝장이라고 말한다. 전세계가 동반 공황에 들어간다.  그나마 아직 살아 있는 것은 금리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쇄하는 대폭락>의 비관론만큼이나 흥미로운 점은 '음모론'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계관은 그림자정부' 에 의해 통제되는 세계이다. 프리메이슨이나 템플턴 기사단, 유대인그룹?  저자는 록펠러 그룹을 중심에 둔다. 19세기 영국의 헤게모니시대에 로스차일드 그룹이 있었다면 석유의 시대인 20세기는 록펠러의 시대다. 특히 시티그룹의 데이비드 록펠러(록펠러가문의 3대)이 세계의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 시대도 저물고 있다. 지금의 금융혼란은 이런 이행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이행은 누구에게도 넘어갈까? 여전히 록펠러이다. 4대이며 현재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인 제이 록펠러가 그이다. 결국 시티그룹에서 골드만삭스로의 이행이 이 시기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음모론'이라고 말했으니 그의 주장을 그대로 정리해보면, 버냉키나 오바바 같은 이들은 모두 록펠러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록펠러의 입장에서 보면 공황사태에서 미국의 흑인폭동 같은 반란을 통합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 백인화된 엘리트 흑인 오바마만한 인물이 없다. 저자는 언론이나 학계가 이런 가장 큰 진실에 대해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음모론'( 저자는 자기의 주장을 '음모론'으로 폄하하는 자들이 대개 모두 진실을 외면한 자들의 특징이라고 말한다.이것이 또한 '음모론'의 한 특징이기때문에 '음모론'이 맞다는 순혼논리도 가능하다.) 은 '닭과 달걀'이라는 '순환론' 에 머물곤 한다. 어떤 검증도 불가능하며,또 전혀 불가능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사이비 과학이나 종교경향을 띠게 된다. 그 점들은 이해하면서 책을 보면 좋을 듯 하다.  

앨런 그리스펀은 96년에 '비이성적 과열'에 대해 경고했다. 사실 무엇이 과열되었다는 것은 곧 거품의 붕괴를 뜻한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나오는 말이 있다. "치솟아 오른 용은 떨어지기 마련이고 달은 차면 기운다." <연쇄하는 대폭락>의 저자 역시 '무너질 것은 무너진다.'라고 말한다. 한국 경제 역시 현재 '붕괴'의 눈앞에 와 있다. 사실 거대한 붕괴의 흐름은 하루 아침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것들의 무게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대응할 수 없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현재의 공황은 '욕망 시스템의 붕괴'이다. 한국 부동산은 그런 욕망이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장려받고 또 무너지는 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의 위기는 이명박의 할아버지가 와도 안된다. 대신 매를 맞아도 요령껏 맞는 방법이 있는 법이고,또 미리 붕대를 감고 맞아서 피터지지 않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있어서 미국 경제의 붕괴는 치명적이다. 단순히 '양 키 고홈' 식의 '반미'나 하워드 진,촘스키의 '악의축으로서의 미국'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는 이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 넘겨 주고 다른 것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정말 답답할 때는 이제 미국이 '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를 반복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미국이 폭싹 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설령 그것이 부시의 미국이라도 말이다. 미국이 폭싹 망하면 한국은 두 배로 폭싹 망한다. 미국은 망해도 연착륙으로 망해야 한다. 저자는 이제 미국 금리와 채권시장의 흐름에 주목하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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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다 쓰고 나서 신동아에 실린 미네르바의 글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비관적이며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 혼선과 부동산 문제등을 지적하고 있다.(나 역시 비관적이다.) 글 말미에서 미네르바는 일본의 앤캐리 트레이드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앤 캐리 트레이드를 '노란토끼'라고 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할 외환자금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일본의 안정적 자금을 바탕으로 한 미국을 상대로한 수동적 대응, 그 이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일본의 강한 엔' '유동성의 여유'를 정치적으로 '강한 일본' ,'정상국가'로 환원할 필요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가 발생한다.

미네르바에 대한 정부의 과잉 반응,그리고 인터넷 상에서의 미네르바에 대한 과잉 열기 모두에 다분히 비정상적인데가 있다. 미네르바의 논리는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공상적이지 않은 주장들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음모론을 재기하지도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의외로 '미네르바의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어보는 경우에 볼 수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일종의 진보적인 인사들의 답변은 거의 이거다. "미네르바를 탄압하는 정부가 잘못 되었다". 그래서 오늘 여러번 다시 물어야했다. '미네르바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정부는 말도 안되는 미친 녀석들이구..내가 묻는 것은 언론 탄압 국면에서 미네르바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의 분석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냐구였단 말이야."  ...대답은 간단했다. "음...그런 상황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니야." (금새 이해되는 주가지수만 이야기하면 500가지 떨어진다고 예측한다.) 결국 어떤 측면에서 보면 광우병 상황과 비슷하다. 결국 미네르바가 말한 것처럼 한국의 경제위기를 불러 일으킨 것 중 하나는 정부의 '신뢰' 부족이고 또한 미네르바를 '경제대통령'으로 -하여간 언론이나 인터넷이나 영웅만들기는 참 좋아한다.사실 이게 내 관심 분야인데- 키운 것도 정부에 대한 '신뢰'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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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11-24 11:57   좋아요 0 | URL
음, 연쇄하는 대폭락? 제목부터 비문이라 좀...

드팀전 2008-11-24 12:07   좋아요 0 | URL
저자가 예언자로서 거의 자화자찬을 하는 것이 눈에 걸립니다만...그다지 어렵기 않게 썼습니다. 음모론 부분은 제 취향은 아니지만 또 그 영향력들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힘든 부분이구요. 하여간 최근 세계는 오바마가 당선되어서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이 아니라 경제 위기와 함께 커다란 변화 앞에 있기때문에 주의깊에 살펴야 될 듯 합니다.특히 미국과 관련해서 말이지요.
 

<새벽에 일어나 앉아>

                     -정약용

새벽에 뜬 조각달

그 빛이 얼마나 가랴

간신히 작은 산은 올랐으나

긴 강은 건널 힘이 없구나

집집이 다들 단잠 속인데

타향 나그네는 홀로 노래를 하네

 

 압도적으로 눈이 가는 책이다. <노 로고>의 저자인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이 갓 구워낸 붕어빵처럼 나왔다.

나오미 클라인은 비판적인 저널리스트이자 반세계화, 반소비주의의 유명인사로 알려져 있다. <혁명이 다가온다>에서는 그녀의 이런 진보주의 역시 브루주아 혜택을 누리는 자의 기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저널리스트로서 그녀의 행동주의가 그만큼 관심을 받았다는 반증처럼 보여진다. 

한때 <노 로고>를 구해보려고 헌책방을 뒤졌으나 결국 도서관에서 밖에 만날 수 없었다. 1주일내 반납할 자신이 없어서 대출하지도 못했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살얼음판에 금이 가고 있는 시점에 나온 책이어서 더욱 반가운 나오미 클라인의 책이다.

로쟈님의 페이퍼에도 <수사학>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이 소개되었다. 키토의 책을 읽다 발견한 클레온과 디오도토스의 연설을 페이퍼로 옮긴적이 있다. 멋진 연설들이었다.원문은 투키티데스의 역사서 <펠로폰네소스전쟁>에 나온다.

그저 노닥거리기 위해서 그리스를 만나고 있다. 도널드 케이건, 브루노 스넬, 피에르 베르낭, 숀세이어즈 등도 등판대기 중이다. 물론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같은 이들의 원저들도 준비중이다.

<위대한 연설>을 그리스 정치의 한 단면으로 그들이 가진 정치철학의 한가지 몽타주로 보면 좋을 듯 하다. 물론 그렇게 계통적으로 엮지않고 그저 위대한 설득의 방법론으로 봐도 결코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음악책이다. 말러 시리즈를 내서 이 바닥에서는 유명한 김문경이 슈베르트에 대한 책을 냈다. <천상의 방랑자>. 이 책은 서점에서 잠깐 몇 장 펼쳐봤다. 말러 시리즈와 달리 악곡분석들을 주로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얼핏 보기에 슈베르트 가곡의 가사들과 에세이로 이루어진 책처럼 보였다.

책 소개에 슈베르트에 대한 그간의 인식을 확 바꾸겠다고 했는데 약간의 홍보성 과장으로 느껴진다. 슈베르트를 연약한 청년작곡가 정도로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미학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론적으로도 그런 상식을 뛰어넘을 수 있다. 당시의 '낭만주의'라는 것이 현 시대의 센티멘털식의 '낭만'과 다소 다르다는 것 말이다.어쨋든 바흐,모차르트,베토벤 등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은 슈베르트의 책이기때문에 경쟁력은 있다. 그러나 표지의 만듦새는 최악이다.

부커진 R의 2번째 책이다. 책 제목이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 다시 사회구성체론으로?> 이다. 부커진은 이진경을 비롯해서 대중인문학계의 스타군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유+너머'팀이 주도한다.(사실 주요멤버들은 그다지 대중친화적이거나 현실 정치적이지도 못하다. 오히려 '대중적'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우석훈이나 강준만이 더 어울린다.) 지난 번 책의 주제가 소수성의 정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지형도 내에서 대안주체와 연대의 정치성에 대해 논하고 있을 듯 하다. 사회구성체론의 이진경이 탈근대에 내놓을 사회구성체론이라 묘한 느낌을 준다. 전지구적 지형도 속에서 한국사회의 사회구성체를 재영토화하는 작업은 관심이 대상이 될 만하다. 한가지 문제는 그들이 너무 오랫동안 그점에 천착한 나머지 마치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오래된 미래'의 구성체가 아닐까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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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1-2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상의 방랑자..저는 슈베르트에 대한 일종의 아집같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김문경씨는 어떤 의견을 내놓았을지 궁금해집니다.

한 번 눈여겨 봐야겠네요~

드팀전 2008-11-26 03:45   좋아요 0 | URL
음악책은 늘 관심이 가지요. 에릭 클립튼의 자서전까지두..

승주나무 2008-11-2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연설을 보니까 페리클레스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아마도 필로폰네소스가 한 말이 아니지 싶은데..."페리클레스와 씨름을 해서 땅바닥에 매다꽂았다고 치자. 그는 연설로서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이 매다꽂힌 적이 없으며 오히려 승리해다고 믿게 할 수 있다" 이 책이 땡기네요~~ 연설할 일이 자주 있어서 그런지 ㅋㅋ

드팀전 2008-11-26 03:46   좋아요 0 | URL
필로폰네소스는 누굽니까? ...?? 지명아닌가?? 워낙 많은 그리스인들이 있어서..??

승주나무 2008-11-26 22:07   좋아요 0 | URL
투키디데스였네요. 펠로폰네소스는 지명이 맞는 것 같습니다.^^;

헤로도토스가 다소 신화스럽게 역사를 구성해 놓았다면,
투키디데스는 이에 반발해 아주 실증적인 역사를 쓰려고 노력했죠.
페리클레스의 정적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페리클레스에 의해 추방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갑자기 그리스의 역사가 땡기네요^^
 

 

秋雨嘆

                    -두보

雨中百草秋爛死    빗속에 모든 풀이 물러져 죽는데

階下決明顔色鮮   섬돌 아래 결명초 빛깔도 곱네

著葉滿枝翠羽蓋   가지마다 촘촘한 잎 푸른 깃 덮개

開花無數黃金錢   수 없이 핀 꽃은 황금으로 만든 금전

凉風蕭蕭吹汝急   선들바람 너에게 세차게 불어대니

恐汝後時難獨立    얼마나 더 홀로 서 버틸까 두려워

堂上書生空白頭   공연히 머리만 흰 집안의 서생은

臨風三嗅馨香泣   바람에 거듭 향기 맡고 근심이네

-------------------------------------------------------------------------------

하루 휴가를 얻어 서울에 있었습니다.

 

여관을 나서기 전에, 문을 열면 나를 기디라고 있을 겨울 아침의 적적함을 생각합니다.

그 익숙한 서늘함.

 

이제는 과거형 시제가 된 그 향기가 내심 두려워 여관 밖으로 선뜻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찬 바람이 환기 시킬 그림자들.

 

차라리 흰 눈이 내려준다면 자꾸 늘어가는 흰 머리칼이 덮일지도 모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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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3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괴물의 탄생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반 나절 등산할 시간이면된다. 길 역시 매우 평탄하다. 그러므로 경제학이라는 부담을 떨치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서도 된다. 만약 어느 일요일 브런치로 식사를 하고 첫줄을 읽기 시작한다고 쳐보자. 중간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뉴스검색을 하며 슬그머니 딴짓에 고개를 돌리더라도  연애인들의 농촌체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하기도 전에 책 한 권을 다 읽어 버릴 수 있다.

우석훈은 언제부터인가 진보진영의 스타 경제학자가 되었다. 그의 <88만원세대>는 21세기 초의 한국을 사는 젊은 실업자들을 상징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각 종 칼럼을 비롯해서 블로그등을 통해 그는 대중친화적인 경제학을 선보이고 있다. 우석훈이라는 함수가 지닌 장점은 일단 복잡한 상황들을 최대한 압축하여 먹기 편안한 알약으로 바꾸어서 돌려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환영받는다. 인문학이니 뭐니 난리를 쳐도 결국 대중은 '알약'을 선호한다. 물론 나는 '알약 처방전'을 늘상 환영하는 편은 아니다. 좀 아쉬운 소리를 하자면 '알얄'말고 '가루약'을 먹을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늘 '알약'만을 선호하는 태도에는 볼멘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가 '알약 중독증'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한다. 우석훈은 몇 몇 대목에서 자신이 '알약'을 제조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간과하는 부문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차포떼고 이야기하니까 알아서 들어라 하는 정도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케인즈와 뉴딜의 성공이 과연 국내적인 유효수효증진책의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전쟁때문이었는지 같은 것 말이다.   박정희의 성공등에 대해서도 이런 논쟁적인 주제들을 대충 한 번씩은 던져준다. 그 논쟁적인 주제를 어찌 다 이야기할 것인가? 물론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이윤율하락의 경향이 자본주의 자동붕괴를 의미했다는 실없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사회주의 경향을 국가 사회주의로만 한정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사족을 달아 여운을 주지 않는다.  

<괴물의 탄생> 은 저자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계획했던 한국경제 4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책은  경제사와 한국경제의 문제에 대해 압축할 만큼 최대한 압축해서 쓴 책이다. 그것도 이보다 더 쉽게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쓴 것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애초에 주려했던 것 보다 별을 하나 더 주었다.) 물론 나는 하도 여기 저기서 '우석훈, 우석훈' 하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또한 그런 추종에 대한 약간의 반감이 들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과히 '장하준과 우석훈'의 대안경제론에 흠뻑 빠져있다. 장하준은 케인즈주의적 방식으로,우석훈은 제3섹터 방식으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이야기한다. 둘의 공통점은 현재 한국에서 숭상받는 신자유주의는 전후무후한 말로 안되는 짓이라는 것이다. 우석훈은 최근의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소망교회식 신학의 변종임을 말한다.

 장하준과 우석훈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사실 둘 사이에도 서로 비판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장하준의 모델은 다분히 케인즈주의적 좌파 모델로 우석훈 식으로 말하자면 스웨덴식 모델이다. 조합주의에 바탕을 둔 분배모델인 셈이다. 우석훈은 장하준보다 한국에 더 착종한 경제학자여서 그런지 이런 조합주의가 실현가능하지 않다는데에 동의하는 듯 하다. 한국경제의 발전사가 갖고 있는 내부적 모순에 '재벌'이 있고, 노무현의 시대를 건너며 이미 한국은 자본이 정치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우석훈은 케인즈주의적 공공성 창조가 이미 힘들다는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니까 우석훈의 말대로 하면 국가를 강화한다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간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 손을 놓아야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석훈의 모델은 '스위스모델'이다. 이것은 국가,시장 외에 제 3의 영역을 공공성의 이름으로 강화하여 완충장치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둘 다 미친 시장론자에는 반대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방식은 일단 '시장에 반대하면 다 같다' 는 환원론이다. 이런 방식은 늘 상 '커다란 적'에 대적하면 '우리는 친구'라는 논리와 똑같다.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2MB를 지상 최대의 악'으로 규정하는 방식이다.제발 그런 단순 논리는 현장에서 쓰지-나도 현장에서는 쓸 것이다- 아무때나 폭발시키지 말자. 그것은 그런 '폭발의 후폭풍' 아래 다양한 가능성과 의견들을 묻어버리는 후속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내 말이 뭔지는 잘 알 것 같다.(리뷰를 우석훈의 책보다 더 어렵게 써서야 곤란할테니..막말하면서 써야겠다.) 

'2MB주적론' 이 마치 진보의 척도인양 행세를 하다보니 최근에는 '노무현 예찬론'까지 등장했다. 논리는 간단하다. "어찌되었던 노무현은 2MB보다 낫지 않나. 노무현이 만든 종부세도 2MB는 다 철폐하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단시안적이고 이분법적 구도하에 들어가 버리면 '그래 노무현이 낫지'로 생각하고 정답을 써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쯤 다양한 가능성들은 이미 화장실 소용돌이를 따라 내려가고 있다. 그래서 당신들에게 늘 정치는 '객관식'이되고 만다. 우석훈이 <괴물의 탄생>에서 한국 경제를 선순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제도의 개선을 이야기하는데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당신이 어떤 지위에 있던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던지, 당신이 정치를 말하며 늘상 객관식을 주장한다면 당신은 여전히 '정치적이지 못하다. 우석훈은 한국경제가 이 모양으로 작살 난 중요한 시점을 '노무현 시대'로 본다. 이는 적절하다. 그것은 노무현 때문은 아니지만 노무현의 선택 때문이라고 한다면 결코 틀린말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압력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못햇다. 거기아 더하여 국민경제 2만불 시대를 위해 올인하면서 '삼성' 과 '토목'에 목숨을 걸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태클 걸어서라고 한다면 도대체 축구장에 나간 이유는 무엇이냐?  태클 없는 축구장을 원했다면 김규항의 말처럼 중소기업 사장으로 노동자들에게 노블리스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더 좋았을것이다.

우석훈의 <괴물의 탄생>을 이야기하다가 딴데로 갔는데, 사실 이 책에 여러번에 걸쳐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완전히 딴세상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박정희에게는 비전이 있었다. 포드주의 시대에 맞는 비전이고 당시 국민들을 동원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보릿고개를 없애자' 이것보다 강한 아이템이 어디있겠는가? (여기서 그가 놓여 있던 시대의 국제관계,그의 국내 정치적 공과와 경제적 성취를 가능케 했던 방식들은 괄호로 치자.) 우석훈이 보기에 노무현의 시대는 세계적으로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의 이행이 빠른 행보를 행하고 있던 시점이다. 노무현의 문제는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석훈의 대안은 근본적으로 국민경제가 '지식-문화모델' 하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첫번째로 사교육문제를 걸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와 같은 사교육 경쟁은 국민경제를 피폐화 시킬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에 맞는 주체를 생산해내는 경쟁력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한시적 금지에 대한 헌법 소원이라는 주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사실 그 소원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종류의 합의와 사회적 담론의 공유를 위해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마지 못해 사교육에 가담하면서 늘 푸념처럼 하는 말이 그거 아닌가? " 사교육문제만은 전두환이 잘했잖아?" (물론 여기에는 서로 타당한 헌법적 개념들이 충돌하게 될 것 이다.)

우석훈의 스위스 모델은 사실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이 길은 생태적 경제학의 길과도 유사하다. 우석훈이 대략 은퇴하고 시골 내려가고 싶다고 했다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우석훈은 국민경제에서 20% 가량이  제 3섹터로 채워져서 완충역할을 한다면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스위스 모델의 직접 대입은 한국 사회에서 불가능하다. 그것은 우석훈의 <괴물의 탄생>에서 직접 보여준 한국 경제의 비정상적 성장과정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교육구조의 왜곡, 수도권집중형 경제구조, 지역토호들의 확산, 부동산과 건축경기에 지지하는 국민경제 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우석훈의 모델은 얼핏 보면 가라타니 고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어소시에이션' 형태의 경제와 같은 것이다. 우석훈이 모스의 '증여론' 같은 것을 언급하는 거 역시 고진의 방식과도 같다. 좀 도식화해서 보자면 '김종철-가라타니 고진-우석훈' 식의 패턴이 나온다. 물론 김종철은 경제학자라기 보다는 인문학자이고 그의 문제제기는 인류학적이다. 고진의 대안 역시 칸트적인 영구평화에 기초한 전세계적인 대안 모델에 촛점을 맞춘다. 우석훈이  한국적인 토양 위에서  이 가능태를 실험해보아야 한다고 -즉그 국민경제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우석훈도 그의 대안이 현재 상황에서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비관적인 정권과 그를 받치고 있는 체제 내에서 우석훈식 대안이 그나마 의견이라도 한 번 개진해보려면 '사건'적인 충격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망할 때는 혁명적으로 망해야지 무언가 되살릴 수 있는 반동이라도 있는 것인데, 현재의 몰락은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석훈 말대로 보자면 중남미식 8자형 경제가 정식화 될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석훈은 결국 경제적 곤란은 파시즘의 형태로 발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지점에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우석훈의 파시즘이라는 말은 일종의 '연성파시즘' 개념인데, 파시즘이라는 용어의 남발 문제는 좀 생각해 봐야한다. 우석훈은 '심각하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상황을 뜻하고자 용어의 이미지적 환기를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본 한 칼럼에서는 '일본의 프리터들, 우리는 전쟁을 원한다.'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물론 실재로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 외에 계급고착적 사회에서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절규에 가까운 소리이다. 전쟁은 급진적 사회변동을 뜻하기때문에 이렇게 장기실업에서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삶보다는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있는 전쟁이 낫다는 주장이었다. 우석훈 <괴물의 탄생>에서 파시즘을 우려한 것은 일본의 그런 상황이 우리의 미래의 한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석훈은 그의 경제학이 '호러경제학'이라고,너무 비관적이라고 지적받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너무 단순화한 설명은 있지만 한국경제가 가는 방향에 대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지옥'의  입구에 서있다. 아니 이미 몇 걸음 이상 걸어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실 그렇게 보인다.) 지옥의 특징은 그곳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아직 주체 자기배려 또는 자율성이라는 것이 남아있다고 희망을 가져보자. 그나마 우석훈의 모델이 주는 작은 가능성 역시 미미하지만 구성원들의 자발성에 의존할 수 있는 범위가 있기때문이다.(한살림이나 생협에 가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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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2008-11-20 12:24   좋아요 0 | URL
책을 읽을 때는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혼자 푸념했는데 드팀전님의 글을 읽으니 좀 차분해지네요.
'알약', '축구장' 비유 참 그럴듯합니다.
이것도 글쓰기를 통한 '증여'가 아닐런지요.
고맙습니다.
가끔 이곳에서 노래도 듣고, 그림도 보고 갑니다.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드팀전 2008-11-20 19:22   좋아요 0 | URL
ㅇ..ㅇ..앞에도 이야기했지만너무 빨리 읽고 너무 빨리 써버려서 ..제가 별로 차분해지지 못했어요. 좀 차분하게 하나씩 정리해도 좋았을텐데...
반갑습니다. 찐빵님.
전 찐빵 좋아해요.진짜루...저희아들은 찐빵 속 팥만 좋아해요.

글샘 2008-11-24 02:00   좋아요 0 | URL
쥐박이한테 물어보면... 요즘 미네르바라는 괴물이 출현했다고 지롤거릴걸요... ^^
정글자본주의 운운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살아남으라는 말처럼 두려운 게 없음을 요즘 생각합니다. 살아남으라...

드팀전 2008-11-24 18:21   좋아요 0 | URL
이명박의 정책은 일단 정세파악부터 안되있습니다. 경제학도 아니라는 우석훈의 말은 그런면에서 맞습니다...
일부 계층의 사익에 봉사하는 경제정책인셈이지요.
그 반동으로 생긴 이익은... ^^ 죄송하지만 박근혜가 가지게 됩니다. 담론적으로 보자면 뉴라이트의 퇴조와 전통보수주의의 재입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우석훈의 파시즘론은 정서적인면에만 어필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전통 보수주의-한국을 뜻하는게 아닙니다-가 가지고 있는 '정치세력'과 '경제세력'의 분리와 보수주의의 공공선 개념등과 개인적 처신의 일관성-한국에서 이것은 지도자의 도덕성을 보여주는 징표입니다-등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가장 막강한 이명박의 견제세력으로 부상할겁니다.(사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잠시 물밑에 있었던 것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