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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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며 정말 제목과 어울리는 내용이란 느낌이 들었다. 사춘기, 인생을 살아가며 첫번째 맞이하는 전화점에 서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지금은 자기 자신의 문제에, 가정의 문제에, 친구의 문제로 고민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 가며 이시절의 고민과 일들이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소중하고 귀중한 자산일 것이다. 또 비록 자세히 기억은 안나더라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사는 그리움일 것이다.

여섯 개의 단편을 통해 표현된 소녀들의 이야기. 각각이 독립적이면서도 중첩돼서 나타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체를 통해서 온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각기 다른 이름과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지만 기실은 이시대를 살아가는 그 또래가 다양하게 표출되는 모습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와 닿는 점은 소녀들과 그녀의 엄마들과의 관계이다. 소녀들의 이야기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이라 모르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인 모녀관계가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는 항상 거리감 있고 아내로서 엄마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딸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닌 걸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소녀시절의 기억을 잊고 사는 공허한 엄마들의 모습이 더 크게 와 닿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잔잔하면서도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작가 특유의 색깔이 잘 살아난 작품이다. 최근에 읽었던 그녀의 <도쿄 타워>와 비슷한 류이지만 어린 남자 아이들의 심리 보다는 더 자세하면서도 내면의 모습을 잘 끌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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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트로이카 - 1930년대 경성 거리를 누비던 그들이 되살아온다
안재성 지음 / 사회평론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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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중 가까운 근대의 일이지만 모두들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기간이 있다. 교과서에도 일본의 문화통치 기간이 끝나고 폭압이 시작되었다는 식의 짧은 언급과 광주학생운동과 신간회 등은 언급이 되면서도 일제의 폭정 한가운데서 조선의 백성들을 위해 싸웠다 이들은 잊혀지고 있었다.

이재유, 김삼룡, 이현상 1930년대 어려운 조선의 한복판 경성에서 일제에 당당히 맞서 싸운 경성 트로이카의 존재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나였지만 알지 못했다. 김삼룡과 이현상에 대해서는 남로당이나 남부군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이재유와 박진홍 그리고 이관술과 많은 그들의 동지들에 대해선 미처 알지 못했었다.

진정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조국의 진정한 독립과 백성들을 위해 싸웠지만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념으로 분단된 남과 북 양쪽에서 버림받고 잊혀져야만 했던 그들이 안재성의 글을 통해서나마 다시 역사의 빛을 받을 수 있게 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역사란 인류가 살아 온 발자취를 살피고 돌아 봄으로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반추하게 하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승자의 말만을 의미없이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잊지 않고 간직해야 할 역사를 알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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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아이 타로오 창비아동문고 230
마쯔따니 미요꼬 지음, 타시로 산젠 그림, 고향옥 옮김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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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오의 모험을 보면서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요즘 최고로 인기 있다는 <주몽>이다. 난 몇번 본적 없지만 뉴스 등을 통해 소개되는 것들과 얕지만 내가 알고 있는 역사 상식으로 거의 온전히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데 주요한 부분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책도 작가가 일본의 곳곳에서 전해 내려 오는 설화들을 바탕으로 지었다는데 동양의 정서는 유사한 점이 많은가 보다.

심성은 착하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철없는 아이 타오로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엄마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다. 자신의 친구 아야를 구하기 위해 마을 사람을 괴롭히는 검은 오니와 싸우고 어려운 난관을 겪으며 지혜롭고 강인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소개된다. 힘없는 백성을 괴롭히는 존재와 싸워 이겨 백성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자신이 자란 산골 동네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용이된 엄마와 함께 목숨을 걸고 온힘을 다해 호수를 둘러싼 산을 무너뜨리고 그곳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모습이 어리지만 다 큰 어른이나 할 수 있는 생각과 용기를 보여주었다.

다만 우리 정서와 다른 면이라면 우리는 용이 훌륭한 기질을 지닌 영물로 생각하는데 타로오의 엄마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다 용이되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되는 것으로 그려진 점이다. 자신의 욕심만 채우다 용이 된 엄마지만 타로오와 함께 자신을 희생하며 많은 이들을 위해 일하고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 오는 것에서 보듯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이타심이 남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돕는 일이란 걸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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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지름신의 강림을 찬란히 장식한 책들이다. 이제 올해는 주문 끝이고 밀린 책들 열심히 읽어야지.

증정용 미니북 두권에 작은 다이어리며 수첩까지 년말이 되다보니 이런 저런 선물도 많아 큼직한 박스가 와서 한순간 내가 심하게 질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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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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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다닐 때였나 KBS에서 '한국인이 선택한 영화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순위를 매겨 토요명화 시간에 방송해줬던 적이 있었다. 많은 영화들중 '닥터 지바고', '애수', '로미오와 줄리엣', '스팅' 등의 영화가 상위권에 있었는데 1위는 '러브 스토리'로 기억된다. 정말 1등이 아니었다면 그 시절 내 기억에 가장 또렷이 남은 영화가 '러브 스토리'였을 것이다. 명문가의 상속자 올리버와 이태리 이민자 가정의 가난한 제니의 사랑이 어린 시절 내 가슴에 절절한 사랑으로 기억에 남았었다. 그런데 얼마지나 명화극장에서 '러브 스토리2' 라는 영화를 방영했었다. 당시 유명한 영화평론가 정영일씨가 영화 예고를 하며 올리버의 새로운 사랑에 관한 설명을 하는 걸 보고 사랑의 영속성에 대해 어린 나이였지만 회의를 가지게 된 적이 있었다.

신들의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 준 죄로 끊임 없는 고통을 받았던 프로메테우스처럼 하늘나라의 꽃 '능소화'를 인간 세상으로 가져 온 죄로 팔목수라에게 쫓기고 사랑하는 이마저 잃게 되는 여늬의 안타까운 사랑과 그녀와 결혼하면 불행한 삶을 맞이할 것을 알면서도 운명에 맞서 자신의 사랑을 지켜 나가는 응태의 모습에서 진정 사랑이 뭔가 하는 물음을 던져 본다. 어느덧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이혼율을 자랑(?)하는 우리 현실에서 부부간의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그네들의 간절한 사랑이 운명을 거스르진 못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마음이 담긴, 사랑이 담긴 편지가 오늘날까지 전해지도록 해 준 게 아닐까?

이책을 읽은 뒤에야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역사 스페셜>에서도 소개된 실화를 바탕으로 이책이 쓰여진 걸 알게 되었다. 진정 그무덤의 주인이, 이편지의 주인공들이 응태와 여늬만큼 애절한 사랑을 나누었는진 알 수 없지만 400년이 넘게 보존된 편지를 통해서 내게로 전달된 사랑의 깊이는 내세가 있다면 그들이 영원히 함께 하지 않겠나 싶다. 인력으로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 듯이 하늘이 정해 준 운명도 그들의 사랑에 장벽일 순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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