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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평점 :
내가 중학교 다닐 때였나 KBS에서 '한국인이 선택한 영화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순위를 매겨 토요명화 시간에 방송해줬던 적이 있었다. 많은 영화들중 '닥터 지바고', '애수', '로미오와 줄리엣', '스팅' 등의 영화가 상위권에 있었는데 1위는 '러브 스토리'로 기억된다. 정말 1등이 아니었다면 그 시절 내 기억에 가장 또렷이 남은 영화가 '러브 스토리'였을 것이다. 명문가의 상속자 올리버와 이태리 이민자 가정의 가난한 제니의 사랑이 어린 시절 내 가슴에 절절한 사랑으로 기억에 남았었다. 그런데 얼마지나 명화극장에서 '러브 스토리2' 라는 영화를 방영했었다. 당시 유명한 영화평론가 정영일씨가 영화 예고를 하며 올리버의 새로운 사랑에 관한 설명을 하는 걸 보고 사랑의 영속성에 대해 어린 나이였지만 회의를 가지게 된 적이 있었다.
신들의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 준 죄로 끊임 없는 고통을 받았던 프로메테우스처럼 하늘나라의 꽃 '능소화'를 인간 세상으로 가져 온 죄로 팔목수라에게 쫓기고 사랑하는 이마저 잃게 되는 여늬의 안타까운 사랑과 그녀와 결혼하면 불행한 삶을 맞이할 것을 알면서도 운명에 맞서 자신의 사랑을 지켜 나가는 응태의 모습에서 진정 사랑이 뭔가 하는 물음을 던져 본다. 어느덧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이혼율을 자랑(?)하는 우리 현실에서 부부간의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그네들의 간절한 사랑이 운명을 거스르진 못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마음이 담긴, 사랑이 담긴 편지가 오늘날까지 전해지도록 해 준 게 아닐까?
이책을 읽은 뒤에야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역사 스페셜>에서도 소개된 실화를 바탕으로 이책이 쓰여진 걸 알게 되었다. 진정 그무덤의 주인이, 이편지의 주인공들이 응태와 여늬만큼 애절한 사랑을 나누었는진 알 수 없지만 400년이 넘게 보존된 편지를 통해서 내게로 전달된 사랑의 깊이는 내세가 있다면 그들이 영원히 함께 하지 않겠나 싶다. 인력으로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 듯이 하늘이 정해 준 운명도 그들의 사랑에 장벽일 순 없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