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누가 그렇게
아하 누가 푸른 하늘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은하수도 보여주면 좋겠네
구름 속에 가리운 듯 애당초 없는 듯
아하 누가 그렇게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아하 내가 너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높이 높이 두터운 벽 가로놓여 있으니
아하 누가 그렇게 잡았으면 좋겠네
아하 내가 저 들판의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의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나더러 김민기의 노래 중 최고를 꼽으라면 난 이노래를 꼽는다. 개인적으로 70년대 우리 가요 중 김민기의 <아하 누가 그렇게>와 한대수의 <바람과 나>만큼 생각꺼리를 많이 던져주는 노래는 없는 것 같다.
요즘 장자와 관련된 책을 읽는데 他者의 인식이나 초월적인 절대자를 반대하고 타자에 동화되고 상대와 같이 인식함으로써 앎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 이노래의 가사와 묘하게 어울리는 듯 하다.
난 철학을 잘모르고 장자는 더더욱 모르는 사람이지만 우화든 형이상학적이고 심오한 화두의 형식이든 철학은 삶이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20대 초반이었을 청년 김민기에게서 이런 곡이 만들어졌다니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