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인가요? <러브액추얼리>를 본딴 듯한 구성의 옴니버스 영화다.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다보니 처음 얼마간은 각각의 관계와 성격을 이해하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이렇듯 많은 배우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건 그럭저럭 볼 동기를 부여해준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새드무비>는 접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이영화를 이제서야 접한 건 딱히 끌리는 여배우가 없어서 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남자배우들도 딱히 내가 즐겨보는 영화의 스타일은 아니랄까...
하지만 부자나 가난한 이들이나 구질구질하게 자신을 소모하는 모습들이나 전직 농구선수로 나왔던 김수로가 딸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혼자서 어두운 농구코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농구선수 둘을 상대로 골넣기 도전을 하는 장면은 냉혹한 우리 사회에서 발버둥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어서 마음이 찡했다.

내 눈길을 가장 끈 커플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 두배우다. 구두쇠이며 좀스러운 극장 사장과 그 앞에 커피숖 여주인이며 오드리 헵번과 같은 배우가 되고자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3만원짜리 엑스트라를 전전하는 그들. 우리 영화에선 쉽게 보기 힘든 두 중견배우들의 이야기가 재밌고 경쾌하면서도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곽사장이 사랑하는 그녀를 몰래 찍었던 필름을 상여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시네마 천국>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라 반가웠다.

또 한명의 배우는 엄정화였다.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 배운데 <싱글즈>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보면 자신만의 어울리는 배역을 찾으면 상당히 눈에 띄는 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초기 데뷔시절의 이미지로 그동안 내가 그녀를 잘못 평가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