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강유원 지음, 정훈이 그림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회사원 철학박사 강유원이 자본주의 체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고전강의이다. 상황과 배경이야 물론 다르지만 강유원도 마르크스처럼 대학 밖에서 학문과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연이야 각각이겠지만, 두 사람 모두 학계 밖으로 밀려나 ‘현실’ 속으로 밀어 넣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31쪽 참조).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현장감이 약동한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 웬만한 회사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체크한다. 이게 회사의 모습이다(155쪽).” 이런 이야기는 대학에 재직하는 창백한 철학교수의 글에서는 나오기 힘들다. 노동자(회사원)로서의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저자의 글이기에, 그가 들려주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골적 현금계산’(사람이 침묵하고 돈이 발언하는) 관행에 대한 서술에는 마치 피가 도는 듯하다.

그렇다고 저자가 마르크스를 우상화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할 것까지는 없다. 저자 자신이 직접 독자들을 타이른다. 무슨 ‘빠’처럼 마르크스의 견해와 주장을 몇 줄 읽었다고 그 사람 책이라면 다 믿는다는 식으로 나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131쪽). 무릇 교이불권(敎而不倦)은 모든 선생 된 자의 미덕이 아니던가. 젊은이들에게 읽힐 책에서는 상식적인 이야기라도 반복할 필요가 있다.

강유원은 ‘독립인문학자’의 독특한 길을 걷는 우리 사회의 귀중한 역할 모델(role model)이다. 한 학기 강의를 바탕으로 이렇게 반듯한 인문학 대중서를 제꺽제꺽 펴내는 그의 뛰어난 저술역량은, 변변한 저서 한 권 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상당수 인문학 교수들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패거리 놀음에 취해 학내 폴리티킹에 전념하거나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을 솎아내고 강유원 같은 유능한 인문학자를 ‘초빙’해줄 눈 밝은 대학경영자는 언제나 나타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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