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 도종환 에세이
도종환 지음 / 사계절 / 1998년 2월
구판절판


'아침 햇빛에 아름다운 것들 저녁햇살로 그늘지리'
- 작가의 말에서-1쪽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 도종환의 <깊은 물> 중-13쪽

칼릴 지브란도 <예언자>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대들 만일 사랑으로 일할 수 없고 다만 혐오로써 일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대들은 일을 버리고 신전 앞에 앉아 기쁨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구걸이나 하는 게 나으리라. 왜냐하면 그대들 만약 냉담하게 빵을 굽는다면 인간의 굶주림을 반도 채우지 못할 쓴 빵을 구울 것이기 때문에, 또한 그대들 원한에 차서 포도를 짓이긴다면 그대들의 원한은 포도주 속에 독을 뿜으리라."
어떤 마음으로 나무를 다듬느냐에 따라 그 나무가 천하의 보배로운 거문고가 되기도 하고 땔감이 되기도 하며, 어떤 자세로 빵 하나를 굽느냐에 따라 사랑의 양식을 만들기도 하고 독을 만들기도 한다.

- 요즘 학교 생활에 대해 늘 불평불만이었는데 찔끔, 반성하였다.-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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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구판절판


그러나 우주에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사이에도 그 너머에도 수많은 별자리와 행성과 소혹성들이 나름의 빛을 발하고 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엔진과 연료가 필요하다. 독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독서에도 일정한 훈련과 의식적인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분명한 대가를 받는다. 소설은 춤과 같아서 처음에도 즐겁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아는 작가가 많아지고 출판사나 번역자에 따라 책을 고르는 요령들을 터득해감에 따라 취향은 분명해지고 만족감도 커진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 지 알 수 없던 대형서점이 자기 방 서재처럼 친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동시에 소설을 읽는 목적도 달라진다. 감정이입을 통한 즉자적 수준의 감동보다는 텍스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뀐다. <중략>
소설 역시, 그래 이건 내 얘기야, 라는 단계에서, 이건 내 얘기가 아니지만 새롭고 탁월해, 라는 단계로 전이할 수 있다. 그 단계의 즐거움이 이전 단계의 즐거움에 비해 월등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대단히 독특한 기쁨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로 전이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치 초보 운전자들처럼, 바이엘을 배우는 피아노학원생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의 초보다. 따라서 훈련이 필요하다. 독서도 피아노와 같은 하나의 숙련된 기능이다.'

- 소설만 좋아하는 나를 합리화시켜주는 김영하님의 이야기. 고맙다. ㅎㅎ-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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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6-12-0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혀에 착착 감기는 김영하님의 글의 백미를 보여주는 구절이아닐 수 없네요 님의 글을 보니깐 이 책 갑자기 지르고 싶어지네요 어떻해;;;

알맹이 2006-12-0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
 
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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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디서나 즐겁게 재밌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이라기보다,

사실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블로그의 내용을 정리한 책인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가 작가 김영하라는 점이, 이 책의 질을 훨씬 높여 주고 있다. 김영하님의 읽기 쉬운 문장, 독특한 아이디어와 유머가 결합되어 재밌는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지하철에서,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짧은 여유 시간에, 친구를 기다리며 서 있는 가게 앞에서, 버스 기다리다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등등 어디서나 펼치기만 하면 재밌게 읽을 수 있고, 또 짧은 글들을 모아 놓았다 보니 언제든 끊고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동거하는 냥이들에 대한 얘기, 읽은 책에 대한 얘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얘기, 여행 가서 있었던 일, 일상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상들, 재밌는 상상들, 가끔은 진지한 의견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유래 등을 자유롭게 쓰고 있다. 처음엔 이거 하루키의 글쓰기 수법을 따라한 거 아닌가 - 라는 생각을 하면서 왠지 조금 마음이 불편했는데(거동수상자들, 방에서 보내는 휴가법 등) 읽다 보니 김영하님의 매력에 푹 빠져서 계속 낄낄거리며 읽게 되었다. 사실 하루키의 글쓰기 수법이라는 게 무슨 특허전매품도 아니고, 누구나 일상 속의 재밌는 상상이나 자신이 읽은 새로운 기사나 자신의 여행담이나 등등을 글로 쓸 수 있는 것이고, 또 그게 블로그라는 것의 특징이기도 하니까.

영화 주홍글씨가 개봉될 때,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김영하 소설집을 사서 반쯤 읽다 말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라는 사람이 참 매력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이 사람의 소설도 더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다음엔 <굴비낚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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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6-12-0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님이 수필은참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저도 포스트 잇이랑 영화관련 수필 책 한 권 읽었는데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더랫지요 ㅋㅋㅋ

알맹이 2006-12-0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죠~ 저도 그래서 다음에 굴비낚시랑 포스트잇 읽으려고요.. 소설보다 수필을 더 재밌게 쓰는 듯해요. ㅎㅎ

픽팍 2006-12-16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이거 작가가 들으면 상처 받겠네요 ㅋㅋ저도 사실 김영하님 소설은한 권도 본 적이 없다는;;;;;
 
 전출처 : 물만두 > [퍼온글] 한나의 괜찮은 하루

회사 근처에 ‘대안공간 LOOP’라는 전시관이 있다.
5분 거리도 안 되는 데지만 자주 가보지는 못하고,
어쩌다 점심 먹고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
그 앞을 지나게 되면 들러보곤 한다.
지난 10월 하순에 들렀더니 ‘한나의 괜찮은 하루’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다.


김한나_아! 따뜻해라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6




김한나_축 늘어지다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6

 

스케치 그림도 있고 유화도 있었는데,
바닥에 설치된 작은 조각들이 재미있다.



토끼가 손바닥만 한 그림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 그림 제목이 <쓰다듬어 줘>였지 아마...
(아닐지도 모른다. 본 지 한 달이 넘어 까먹었음. ㅠ.ㅠ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





한나(작가 이름이자 이 전시회 주인공)가 늘 곁에 있는 ‘친구’ 토끼와 함께
(이불에 파묻혀) TV를 보는 듯한 조각은 귀여웠다. >.<



대안공간 루프 홈페이지에서 퍼온, 바닥 설치 장면.

전시 팸플릿이 없어 아쉬웠다. 포스터를 무료로 주기에 한 장 들고 왔다.
(http://neolook.net/mm06/061014a.htm  ☜ "한나의 괜찮은 하루"에 대한 설명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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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 미술가, 딜러, 경매 하우스, 그리고 컬렉터들의 숨은 이야기
리처드 폴스키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미국 서부 지역에서 일하는 미술품 딜러의 이야기. 그런데 말솜씨가 장난이 아니시다.
유머러스하고 솔직하고. 게다가 미술품 딜러 중엔 괴짜들이 어찌나 많은지.
다 큰 어른들이 젤 어리고 가난한 후배를 밥 사준다고 비싼 식당으로 불러내 놓고
실컷 먹고 마신 후 내기를 해서 결국 후배가 밥을 사게 한다든가..
게다가 이 후배님(=글쓴이)은 또 어찌나 손을 벌벌 떠시는지-
몇만불씩 또는 몇십만불씩 되는 그림은 척척 사고 파시면서 고작 300달러어치 점심에 말이다.

미술품, 하면 어쩐지 나와는 거리가 아주 먼 세계 일처럼 느껴졌었는데.
게다가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일부러 찾아가서 전시된 걸 감상하는 정도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왔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art'를 상품처럼, 또는 투자대상처럼 사고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미술품의 가치를 떠나서 무조건 돈을 벌어주는 상품처럼 여기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몇 년쯤 보관하다가 산 가격의 몇 배씩 이상을 경매에서 벌어들이는 일을 예사로 읽다보면
헤- 하고 입이 벌어지면서 이거.. 나도 능력만 되면 좀 투자해 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치 프라모델이나 책, 술병뚜껑 따위를 수집하듯이,
그림을 수집하는 큰손들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어서
- 존재하는 게 당연한 사람들인데, 뭐가 그리 새삼스럽게 느껴졌던지 -
새로운 세계를 한 번 문을 열고 들어다 본 느낌이었다.
온스타일에서나 보던 백만장자들의 세계.

그리고 'contemporary art'에 대해 호기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앤디 워홀이야 워낙 유명했고, 그 외 조지프 코넬, 사이 톰블리, 에드워드 루셰이, 재스퍼 존스 등등..
새로운 작가들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
그리고 나도 앤디 워홀 소품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안 그래도 미국 드라마들 보면서 뉴욕서 딱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
생각 많이 했는데 같이 실린 번역자 박상미 님의 사진 등등을 보면서
더더욱 뉴욕 가 보고 싶은 생각도 간절해졌다.

contemporary art와 미술품 수집의 세계에 대한 아주 재미있고 솔직한 이야기책이며,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나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를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정말 재밌게 보실 수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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