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구판절판


그러나 우주에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사이에도 그 너머에도 수많은 별자리와 행성과 소혹성들이 나름의 빛을 발하고 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엔진과 연료가 필요하다. 독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독서에도 일정한 훈련과 의식적인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분명한 대가를 받는다. 소설은 춤과 같아서 처음에도 즐겁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아는 작가가 많아지고 출판사나 번역자에 따라 책을 고르는 요령들을 터득해감에 따라 취향은 분명해지고 만족감도 커진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 지 알 수 없던 대형서점이 자기 방 서재처럼 친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동시에 소설을 읽는 목적도 달라진다. 감정이입을 통한 즉자적 수준의 감동보다는 텍스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뀐다. <중략>
소설 역시, 그래 이건 내 얘기야, 라는 단계에서, 이건 내 얘기가 아니지만 새롭고 탁월해, 라는 단계로 전이할 수 있다. 그 단계의 즐거움이 이전 단계의 즐거움에 비해 월등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대단히 독특한 기쁨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로 전이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치 초보 운전자들처럼, 바이엘을 배우는 피아노학원생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의 초보다. 따라서 훈련이 필요하다. 독서도 피아노와 같은 하나의 숙련된 기능이다.'

- 소설만 좋아하는 나를 합리화시켜주는 김영하님의 이야기. 고맙다. ㅎㅎ-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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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6-12-0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혀에 착착 감기는 김영하님의 글의 백미를 보여주는 구절이아닐 수 없네요 님의 글을 보니깐 이 책 갑자기 지르고 싶어지네요 어떻해;;;

알맹이 2006-12-0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