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 이창기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다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겨우 일으켜 세운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양조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깻잎 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

잘 있거라
처녀애들 젖가슴처럼
탱탱한 바퀴에 가뿐한 몸을 싣고
나는 재빠르게 모퉁이를 돌아선다

근데
이미 오래전에 한 사내를 소화시킨 듯한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저 여인이 기억하는,
혹은 잊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왜 이 시가 웃기면서도 슬프지. 이렇게 생활을 노래하는 시가 좋다.
역시, 춥고 지치는 계절엔 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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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9-2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바람불고 기온이 떨어지니 시가 고프지요?

miony 2007-09-2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나도 시집 한 권 사련다!

알맹이 2007-09-3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를 그다지 즐겨 읽지는 못해서 이런 식의 - CD로 치자면 - '컴필레이션' 시집을 종종 사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멋진 시인을 발견해서 그 분의 시집을 따로 사기도 하고.. 그러지요. 30줄에 들고 나선 이 무렵엔 항상 시를 읽게 되더라고요;

2007-10-23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3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