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 이창기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다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겨우 일으켜 세운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양조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깻잎 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
잘 있거라
처녀애들 젖가슴처럼
탱탱한 바퀴에 가뿐한 몸을 싣고
나는 재빠르게 모퉁이를 돌아선다
근데
이미 오래전에 한 사내를 소화시킨 듯한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저 여인이 기억하는,
혹은 잊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왜 이 시가 웃기면서도 슬프지. 이렇게 생활을 노래하는 시가 좋다.
역시, 춥고 지치는 계절엔 시가 좋아.
![](http://image.aladin.co.kr/product/57/13/coversum/8932016119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