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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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혹은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난 어떤 불안을 안게 될까? 인간의 이성으로 그 고독과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을까? 아님 신에게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매달리게 될까?

얀 마텔은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 안겨준 상실감과 종교적 믿음에 대해 독자들에게 어떤 의문을 던지는 듯했다.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집을 잃다.


1904년 리스본 고미술 박물관 학예 보조사인 토마스는 숙부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 도라와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 사이에선 사생아 가스파르가 태어난다. 숙부에게 미움받을까 우려했던 도라는 토마스의 끈질긴 구애를 거절했고 그 과정에서 도라와 가스파르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장례를 치른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버지도 연이어 죽음을 맞는다. 이 충격으로 그는 뒤로 걷기 시작한다.

토마스는 신앙적으로 표류하고 있어서, 겉으로는 순종했지만 내적으로는 무심했다.  ... 토마스는 완전한 믿음과 완전한 불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십자고상을 바라보았다. ... 그는 운명이 어떻게 되던지 십자고상을 유품으로 간직하리라 생각했다. ... 하지만, 토마스가 십자고상을 빼내려고 침대에서 주검을 들어 올리는데도 손과 팔이 그것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 토마스는 십자고상을 노려보면서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 당신! 당신 말이야! 내가 당신을 상대해주지, 두고 보라고!" 29~30쪽

신은 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 짓의 대가를 이 물건을 통해 톡톡히 치르게 될 겁니다. 104쪽 

깊은 상실감에 빠져 살던 토마스는 우연히 성공회 기록 보관소에서 낡은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일기장은 아프리카 기니 만에 있는 식민지 섬 상투메에 파견된 율리시스 신부의 것이었다. '이곳이 집이다'라는 문장으로 가득 찬 페이지를 읽으며, 도라가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았던 십자고상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그리고 신의 존재에 대해 강한 의문을 지니게 된 토마스는 율리시스 신부가 고안한 십자고상을 찾기로 결심한다. 당시 대중들에게 익숙한 교통수단은 말이었는데, 부자 숙부 덕분에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2부 집으로 
1938년 12월 그믐, 포르투갈의 브라간사에 사는 병리학자 에우제비우는 미스터리한 사고로 죽은 아내의 이상한 방문을 맞게 된다. 에우제비우는 영국 추리 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나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아내와 추리 소설과 복음서의 유사성을 언급하면서 종교와 믿음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아내가 돌아간 후 다시 들려오는 문밖의 노크 소리! 죽은 남편의 시체를 가방에 넣어 부검을 의뢰하는 노부인이 서 있다. 그녀는 에우제비우에게 부부와 아들의 삶을 들려주며 부검이 끝날 쯔음 자신을 남편의 시신 안에 넣어 꿰매달라고 청한다. 남편의 시신 그곳이 바로 노부인의 '집'이었던 것이다. 

3부 집
1980년대 캐나다 상원 의원 피터 토비 그는 아내와 사별한 후 삶의 의미를 잃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방문한 미국의 영장류 연구소에서 운명처럼 오도라는 침팬지를 사게 되고, 그동안의 캐나다에서의 삶을 정리한 후 자신의 고향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난다. 평소처럼 오도와 산책을 하던 중 높은 바위에 오르게 되고, 피터가 지병으로 앓고 있던 심장이 멈춰 오던 순간 그는 전설의 동물인 이베리아 코뿔소를 보게 된다. 오도는 피터의 주검을 뒤로 평원 속으로 사라진다.

세 편의 이야기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이후 보인 상실감과 외로움이란 감정을 통해 종교와 믿음이 무엇인지, 남겨진 이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자 하는 듯하다. 이 소설은 상당히 환상적인 기분을 갖게한다. 에우제비우를 방문한 죽은 아내 마리아 그리고 갑작스럽게 나타나 부검을 의뢰했던 노부인 마리아 남편 시신 안에 있었던 침팬지와 새끼 곰, 그 침팬지의 털을 잘라달라고 요청한 노부인 마리아...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상징성을 갖는 듯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책마다 의미가 있는 곳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리고 그 부분들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으면서 처음 읽었을 때 보다 더 집중하는 나를 발견한다. 솔직히 다시 읽었을 때 새로운 공통점이 발견되었고, 세 편의 이야기가 더 선명히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이 소설은 재독을 하면 할수록 더 깊게 빠져드는 그런 마법같은 힘을 가진 책이다.

책 내용이 쉽지 않은 만큼 번역에 상당히 공을 들인 인상을 받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 번역을 참 잘하셨구나 했는데, 그래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독자로서 이런 작은 디테일의 발견은 작가정신 출판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심어 주는 것 같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지원 받은 도서로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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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이종필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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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천재의 종식 시대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이라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미래형 교육, 새로운 가치, 새 시대를 이끌 인재 양성 등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과거에는 주로 한국형 천재들이 산업사회의 핵심 주류로 한국호를 이끌어 왔습니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출현은 한국형 천재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덕분?에 사라질 직업에 대한 관측이 예측된 지 두 오래되었지요. 여기에 더해 팬데믹 현상까지 겹치면서 미래 인재상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 이종필은 '과학'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과학'은 어떤 것일까요?


지난날 우리 사회는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이름아래 '과학기술'만을 중히 여겼왔습니다. 그래서 그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사회는 기존의 산업사회 구조와는 엄청난 차이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암기 위주의 지식 인재' 양성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저는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존 미디어가 주는 정보에 대해 불신과 한계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1인 미디어가 주는 참신함과 흥미로운 소재 등에 재미와 감동을 받으면서 유튜브 시청 횟수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다싶이 저 역시도 '가짜 뉴스'에 대해 경계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구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다른 나라에 거주하면서 그 곳 정보를 제공해주는 유튜브의 경우 제공되는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팩트 체크 하나만 보더라도 저의 한계는 분명히 있지요. 그래서 저자는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는 이익 추구의 '과학기술'만이 아닌 '과학'자체에 대해 중요성과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과학을 한다는 것은 나의 시각, 나의 철학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로부터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정보를 얻는 과정이다. 이는 우리는 둘러싼 제반 환경에 대한 통찰을 얻는 첫걸음이다. 주변 환경에 대한 주체적인 통찰, 나는 이것이 문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155쪽


유튜브를 보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우리나라의 위상이 제법 상향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외국인들이 집단적으로 한류 문화에 열광하는 모습이라든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든가, 한국인인 저보다 아이돌 노래를 더 잘 부른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또한 주로 무역 수출에 의존하고는 있지만 경제 성장이나 정치의식, 방역 수준, IT강국 등 세계인의 눈에 비췬 '다이나믹 코리아'의 역동성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반영된 오징어 게임에서 그 인기를 재현해 보이는 듯 합니다. 어쩜 이것이 김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 강국이자 세계 문화를 이끌 새로운 문화 선진국이 바로 우리임을 미리 내다 보신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을 지속적으로도 유지발전 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바로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환경 문제나 경제 상황을 보면 이 문제들이 이제 더 이상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막연하게나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에 걸맞은 연대의 시대가 열렸고, 독자생존 혹은 자국 우선주의 만으로는 더 이상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을 탈출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도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상기후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놓이면서 연대의 중요성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세상을 살게 되었다는 생각에 동의가 되더라고요. 이 책을 읽어보심 저자의 '과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철학'이 반영된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하시게 될 거예요. 추천드립니다.



해당 게시물은 사계절 출판사 지원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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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 까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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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돈을, 
한 명은 권력을, 
한 명은 나라를 사랑했습니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전혀 몰랐던 중국의 근대사를 배우게 됩니다. 제 기억에 학창 시절 배웠던 이웃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주로 근현대사보다 과거사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익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배우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근대사를 배우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와 다른 이데올로기를 취하면서 더욱 이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트럼프가 미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과의 무역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었다는 점, 현대통령인 바이든이 프랑스와 불편한 관계를 맺으면서까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해가는 전철을 보면서 지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지피지기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건록을 읽으면서 냉철하게 외교를 펼친 무쓰 무네미쓰의 책을 봐서 그런지 더더욱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솔직히 신해혁명하면 쑨원 정도로 이름만 알고 있던 저입니다만 이 책의 저자 장융은 쑨원에 대해 빛과 어둠을 병행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 세 자매는 중국의 근대사를 호령했던 남자들의 조력자이자 아내로 활동했던 인물들입니다. 쑹씨 부부는 여섯 자녀들 중 여자아이들도 일찍 미국에서 신식 교육을 받게합니다. 이후 중국으로 돌아온 세 자매는  각자 쑨원과 장제스의 아내가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링과 메이링은 장제스와 칭링은 마오쩌둥과 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해가게 되죠. 중국이 어떻게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는지 이 과정에서 왜 쑨원이 갑분사로 등장하게 된 건지 장제스가 중국 본토에서 왜 타이완으로 쫓겨나게 된건지 미국은 어떻게 장제스의 구원병이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1908년 서태후의 사망으로부터 40년이 지난 뒤 정권을 잡은 마오쩌둥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전체주의 독재체제로 몰아넣었다. 쑨원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 4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중국인들에게 쑨원은 성인군자로 알려져 있다. 중국어권 바깥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떠올리는 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는 정말 성인군자였을까?" 15쪽

『아이링 칭링 메이링』은 제게는 새로운 사실들이 화수분처럼 나오는 바람에 흥미롭게 읽었답니다. 저 역시도 저자가 서론에서 언급한 바대로 쑨원에 대해 좋은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 보이는 쑨원은 인간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로 보입니다. 세 자매 중 가장 똑똑한 여성으로 지칭된 아이링에게 연정을 품었던 쑨원 하지만 아이링은 쑨원을 도우면서 그의 진면목을 빨리 간파하고 서서히 멀리하게 되죠. 이상주의자이자 세 자매 중 가장 빼어난 미모를 가졌던 칭링은 쑨원의 영웅적인 면모 때문에 그에게 급격히 끌리게 되고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남편이 탈출 행각을 펼치자 그녀의 그에 대한 사랑을 사라져 버립니다. 메이링은 남편에 대한 사랑에서 레닌주의로 선회합니다. 쑨원은 자신의 전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련을 끌어들인 반면 칭링은 열정적으로 레닌주의에 빠져들게 되죠.

서태후는 사치만을 일삼으며 청조를 멸망으로 이끈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상상외로 개혁을 많이 단행했더라구요. 신식학교를 세우거나 전족 악습을 폐지시키거나 특히 여성 인권에 대해 당시 권력자 치고는 상당히 의식이 깨어있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어떻게 두 쪽으로 나뉘게 되었는지, 쑨원이 왜 소련과 손잡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국민의 재산이나 생명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외세와 손잡고 끊임없이 전쟁을 일삼은 쑨원의 모습을 보면서 ... 이것이 영웅의 또 다른 모습이구나 하는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쑹씨 자매의 아버지인 쑹자수는 쑨원의 기개에 빠져 그를 엄청 도운 인물이랍니다. 훗날 쑹저수는 쑨원의 본모습을 목격하고는 그와 거리를 두게 됩니다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아죠. 쑨원은 전적을 없애기 위해 암살 지시도 서슴치 않았고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들을 죽이거나 외면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제스와 멀어지기도 권력을 담보로 한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가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역사의 흐름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기도 했답니다. 

이 책에선 세 자매와 그녀들의 남자들이 쓴 편지 혹은 일기 등의 내용을 이야기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그래서 장융의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장융 개인의 시각도 당연히 반영되었겠지만,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어떤 인물과도 겹쳐 보였답니다. 오~~~ 소름... 오~~~쑨원한테서 배운건가? 음... 하면서 읽었더랬죠.

전쟁 전쟁 전쟁... 국민들은 죽어나가는데 끝없이 권력 다툼을 일삼은 탐욕자들 그들 중 원리원칙을 지켰던 인물 우페이푸는 결국 쑨원과의 대결에서 패하게 됩니다. 이거 반칙 쓰는 애랑 경쟁할 때 꼭 원칙을 지켜야 할까요? 이 부분 읽으면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장제스가 중국 본토에서 어떻게 타이완으로 밀려나게 되었는지, 공화주의자 쑨원의 아내 칭링이 마오쩌둥을 보좌하는 부주석의 자리에 어떻게 앉게 되었는지 이 책 한 권으로 쉽고도 흥미롭게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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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 예술과 철학의 질문들
백민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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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삶과 예술은 구별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예술은 부자들이나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어떤 전유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도 예술이란 순수예술만을 지향해야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었고요. 과거 마광수 교수님 사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살포시 떠오르더군요. 

지난 세기를 거쳐오는 동안 아시아의 예술도 급변기를 경험했습니다. 1968년에 <한강변의 타살>이라는 행위 예술의 항거?는 예술이란 순수를 지향해야 한다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전통예술 사이에서의 과도기적 상황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술은 작품을 소비하면서 작품의 의미까지 사유하게 하며, 사유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를 윤리적 판단에 이르게 한다." 17쪽

저자는 사회적 호칭에서 '개인의 실존'을 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일본의 신분제 사회와 관습 그리고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서도 언급된 그들의 수치 문화도 일본인 개개인의 실존보다는 국가나 강한 사람에게 특정되어 사회 시스템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를 끊고 증발해 버립니다.

"일본인들은 마치 약한 불 위에 올려진 압력솥 같다. 끓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사라지는 것이다." 24쪽 

예술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 그는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이유가 바로 생각을 하기 위함이라고 본답니다. 우리 사회는 '성공'이나 '돈'에 대해선 맹목적이고도 전투적인 분위기인데 반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고 그 시간의 결과물이 확실히 남겨질지 어쩔지 부정확한 일에 대해선 시간 쏟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보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저자가 밝힌 학벌주의에 대한 견해도 제가 앞서 언급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았네요.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도 다가가 봅니다. '알랭 바디우는 『행복의 형이상학』에서 현대인에게 행복이란 "만족스러운 직장, 매력적인 배우자와 아이"가 있는 장소를 점유하는 일' 41쪽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네요. 다소 남성의 관점에서 본 정의가 아닐까? 하는 비판적 생각도 해봅니다. 

매끄러움과 덩어리의 형체화에 관한 부분에서 우리가 한 번씩 봄직한 풍선 강아지 사진이 나오는데요. 세상에 전 정말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풍선이 아니라 스틸로 제작된 조형물이더군요. 이런 눈속임이 가능한 작품이라니... 

난민의 삶을 통해 출생증명서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그 증명서 하나가 한 사람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간을 읽다 보면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두렵고 소름이 돋아 오릅니다. 난민들의 출생은 그 자체가 불법이다라는 표현을 맞았을 때는 인간적으로 안타까움이 밀려들더라고요. 또한 백인과 흑인 사이의 차별, 부자 백인과 가난한 백인 사이의 차별 등을 다루면서 차별의 의미를 확장시켜 볼 수 있는 계기를 갖기도 했네요.

이 책은 독자들이 다양한 예술작품과 영화를 추천받는듯한 인상을 받게 합니다. 이런 정보 제공과 그 정보에 곁들인 사유 덕분에 저의 생각이 더 풍족해진 느낌입니다. 가만히 보면 예술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를 포섭하는지를 다시 한 번 더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날 예술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라고 일컫는 것일까요?

차례를 보면 19개의 질문들이 포문을 엽니다. 이 질문들은 앞서 던진 질문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서 독자들이 질문들 중 가장 읽고 싶은 부분부터 펼쳐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책 편집과 구성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이전부터 한 번씩 깔끔하고 퀄리티 높은 편집으로 저의 시선을 잡은 적이 있어요... 이번에도 읽으면서 역시... 했네요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산업사회 구조에서 4차 산업으로 가고 있는 우리들... 긴 호흡이 필요한 책들이 점차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너튜브를 통해 쉽게 쉽게 정보를 습득하는 현대사회 하지만 문해력이나 사고력 측면에서 우리가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관찰력이 돋보이면서 사유의 힘을 확장 시켜주는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의력이란 가지고 있는 정보나 지식에서 새로운 지적 융합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제게는 무척 좋은 책이었어요. 
별 다섯 개 주고 싶은 책입니다.


해당 게시물은 알에이치코리아의 지원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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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세트 - 전5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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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가 흥미롭고 재밌어요. 특히 신화가 주는 신빙성과 저의 상상력 개입 때문에 더욱더 그런가봐요. 그래서 또 만나게 된 책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이 책은 플루타르코스라 불리던 사람이 남긴 영웅들의 이야기입니다. 신화가 약간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영웅전은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플루타르코스는 아테네의 영웅과 로마의 영웅 그리고 스파르타의 영웅 등 두 인물을 나열하면서 인물의 성향 및 통치 방법을 비교해서 들려주고 있어요. 음... 여러분들은 어떤 영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실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당시 그리스인들의 생활 풍습이나 정치·사회적 분위기 등을 살펴 볼 수 있어 좋았어요. 그리고 좀 얼굴 찡그리게 하는 장면들이 테세우스가 많은 여성들을 납치해서 동침을 하는데 어린소녀였던 헬레네까지 넘봤다는 점이... 근데 플루타르코스는 이 점을 콕 찝어 비판하더라구요.ㅎㅎㅎㅎㅎ 테세우스는 다 좋았는데 여성을... 흠... 음...

로몰루스 이야기에서는 로마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있었답니다. 한 도시 국가의 명칭이 탄생되는 과정 조차 흥미롭게 나열하더라눈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 그리고 쌍둥이 사이에서 벌어진 대결 아... 하나의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존재할 수 없었던 걸까요? 연이어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 저는 이 부분 읽을 때 또 기이한 신화 속 장면이 연상되서 재밌게 읽었어요.  



"스파르타인들의 삶이 편안했던 것은 바라는 바가 소박했기 때문이다." 플루타르코스


톨스토이가 쓴 단편 형식의 소설책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바보이반이죠. 사실 바보들의 나라에선 큰 욕심도 다툼도 없답니다. 저는 플루타르코스의 이 발언?을 보니 그가 생각났... 음... 영웅전 이야기로 가자!!!

아무튼 여기 등장하는 리쿠르고스도 형의 아내가 임신을 하게되고 그 사실을 모른채 왕이 되었다가 형의 아들이 태어났음에도 아이를 죽이지 않고(친 어미는 아들을 죽이려 했다죠?) 왕권을 물려주려하죠... 하지만 리쿠르고스를 시기하거나 탐탁히 여기지 않은 반대 세력들 때문에...(어딜가나 이넘의 시기 질투눈...) 그래서 그는 유량을 떠나게 됩니다. 여기서 세계는 물로 이뤄져 있다고 천명한 탈레스를 만났다네요. 우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막 상상력이 풀 가동 된답니다.^^ 아참 리쿠르고스는 음식을 끊고 죽음을 맞이하는데요. 스스로의 죽음도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 덕스러운 행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네요. 음... 끄덕끄덕!!!


"농민으로 사는 것처럼 평화를 사랑하게 만드는 삶은 없다. 농업은 용맹과 욕심을 버리게 만든다. 
농업은 재화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성품을 닦는 일이다." 
누마 폼필리우스


누마 폼필리우스는 로마를 이끈 로물루스 이후 왕이 되는데요. 사실 여기에는 좀 복잡한 사정이 있답니다. 원래 거주민인 로마인과 이민족인 사비니족 사이에 통치 방식에 이견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각 부족은 서로 추천 인물을 세우게 되고, 여기서 사비니족이 추천한 인물이 바로 누마 폼필리우스라고 합니다. 근데 이 왕은 좀 특이하게도 농사를 짓고 혼자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누마 폼필리우스의 이야기에서는 피타고라스가 자주 등장합니다. 네네 우리가 삼각형에서 그 고생?하게 만든 그 피타고라스 형님 되시겄습니다. 수학처럼 뭔가 확실한 것을 좋아했던 사람 같기두 하구요. 다른 왕들과는 달리 그는 어리석은 민중을 다스리는 데 약간 속임수? 이런 걸 쓰기도 했구요. 또 다른 도시를 침략하는 전쟁 행위보다는 입법을 세우고 조용히 통치하는데 더 힘을 기울인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 영웅전의 가장 큰 특징은 두 영웅을 비교하는 대목이예요. 두 사람의 통치 스타일에 따라 당시 사회적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특히 리드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낯선 이름들이 계속 나와서 뭐지? 하실 수 있어요. 그건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된 책들 공통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됩니다만 딱 한 권만 완독하심... 그 엄청난 매력에 절로 빠져드실 거예요. 정말 재밌거든요. 참 플루타르코스가 1인칭 화자처럼 등장해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데 화자가 들려주는 대화에서 좀 놀랍다는 느낌도 가졌었던... 그렇잖아요. 몇 세기 이전의 사람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양 서술되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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