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 까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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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명은 돈을, 
한 명은 권력을, 
한 명은 나라를 사랑했습니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전혀 몰랐던 중국의 근대사를 배우게 됩니다. 제 기억에 학창 시절 배웠던 이웃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주로 근현대사보다 과거사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익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배우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근대사를 배우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와 다른 이데올로기를 취하면서 더욱 이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트럼프가 미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과의 무역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었다는 점, 현대통령인 바이든이 프랑스와 불편한 관계를 맺으면서까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해가는 전철을 보면서 지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지피지기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건록을 읽으면서 냉철하게 외교를 펼친 무쓰 무네미쓰의 책을 봐서 그런지 더더욱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솔직히 신해혁명하면 쑨원 정도로 이름만 알고 있던 저입니다만 이 책의 저자 장융은 쑨원에 대해 빛과 어둠을 병행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 세 자매는 중국의 근대사를 호령했던 남자들의 조력자이자 아내로 활동했던 인물들입니다. 쑹씨 부부는 여섯 자녀들 중 여자아이들도 일찍 미국에서 신식 교육을 받게합니다. 이후 중국으로 돌아온 세 자매는  각자 쑨원과 장제스의 아내가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링과 메이링은 장제스와 칭링은 마오쩌둥과 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해가게 되죠. 중국이 어떻게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는지 이 과정에서 왜 쑨원이 갑분사로 등장하게 된 건지 장제스가 중국 본토에서 왜 타이완으로 쫓겨나게 된건지 미국은 어떻게 장제스의 구원병이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1908년 서태후의 사망으로부터 40년이 지난 뒤 정권을 잡은 마오쩌둥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전체주의 독재체제로 몰아넣었다. 쑨원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 4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중국인들에게 쑨원은 성인군자로 알려져 있다. 중국어권 바깥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떠올리는 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는 정말 성인군자였을까?" 15쪽

『아이링 칭링 메이링』은 제게는 새로운 사실들이 화수분처럼 나오는 바람에 흥미롭게 읽었답니다. 저 역시도 저자가 서론에서 언급한 바대로 쑨원에 대해 좋은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 보이는 쑨원은 인간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로 보입니다. 세 자매 중 가장 똑똑한 여성으로 지칭된 아이링에게 연정을 품었던 쑨원 하지만 아이링은 쑨원을 도우면서 그의 진면목을 빨리 간파하고 서서히 멀리하게 되죠. 이상주의자이자 세 자매 중 가장 빼어난 미모를 가졌던 칭링은 쑨원의 영웅적인 면모 때문에 그에게 급격히 끌리게 되고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남편이 탈출 행각을 펼치자 그녀의 그에 대한 사랑을 사라져 버립니다. 메이링은 남편에 대한 사랑에서 레닌주의로 선회합니다. 쑨원은 자신의 전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련을 끌어들인 반면 칭링은 열정적으로 레닌주의에 빠져들게 되죠.

서태후는 사치만을 일삼으며 청조를 멸망으로 이끈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상상외로 개혁을 많이 단행했더라구요. 신식학교를 세우거나 전족 악습을 폐지시키거나 특히 여성 인권에 대해 당시 권력자 치고는 상당히 의식이 깨어있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어떻게 두 쪽으로 나뉘게 되었는지, 쑨원이 왜 소련과 손잡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국민의 재산이나 생명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외세와 손잡고 끊임없이 전쟁을 일삼은 쑨원의 모습을 보면서 ... 이것이 영웅의 또 다른 모습이구나 하는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쑹씨 자매의 아버지인 쑹자수는 쑨원의 기개에 빠져 그를 엄청 도운 인물이랍니다. 훗날 쑹저수는 쑨원의 본모습을 목격하고는 그와 거리를 두게 됩니다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아죠. 쑨원은 전적을 없애기 위해 암살 지시도 서슴치 않았고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들을 죽이거나 외면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제스와 멀어지기도 권력을 담보로 한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가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역사의 흐름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기도 했답니다. 

이 책에선 세 자매와 그녀들의 남자들이 쓴 편지 혹은 일기 등의 내용을 이야기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그래서 장융의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장융 개인의 시각도 당연히 반영되었겠지만,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어떤 인물과도 겹쳐 보였답니다. 오~~~ 소름... 오~~~쑨원한테서 배운건가? 음... 하면서 읽었더랬죠.

전쟁 전쟁 전쟁... 국민들은 죽어나가는데 끝없이 권력 다툼을 일삼은 탐욕자들 그들 중 원리원칙을 지켰던 인물 우페이푸는 결국 쑨원과의 대결에서 패하게 됩니다. 이거 반칙 쓰는 애랑 경쟁할 때 꼭 원칙을 지켜야 할까요? 이 부분 읽으면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장제스가 중국 본토에서 어떻게 타이완으로 밀려나게 되었는지, 공화주의자 쑨원의 아내 칭링이 마오쩌둥을 보좌하는 부주석의 자리에 어떻게 앉게 되었는지 이 책 한 권으로 쉽고도 흥미롭게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해당 게시물은 까치 출판사 지원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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