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 예술과 철학의 질문들
백민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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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에게 삶과 예술은 구별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예술은 부자들이나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어떤 전유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도 예술이란 순수예술만을 지향해야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었고요. 과거 마광수 교수님 사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살포시 떠오르더군요. 

지난 세기를 거쳐오는 동안 아시아의 예술도 급변기를 경험했습니다. 1968년에 <한강변의 타살>이라는 행위 예술의 항거?는 예술이란 순수를 지향해야 한다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전통예술 사이에서의 과도기적 상황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술은 작품을 소비하면서 작품의 의미까지 사유하게 하며, 사유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를 윤리적 판단에 이르게 한다." 17쪽

저자는 사회적 호칭에서 '개인의 실존'을 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일본의 신분제 사회와 관습 그리고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서도 언급된 그들의 수치 문화도 일본인 개개인의 실존보다는 국가나 강한 사람에게 특정되어 사회 시스템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를 끊고 증발해 버립니다.

"일본인들은 마치 약한 불 위에 올려진 압력솥 같다. 끓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사라지는 것이다." 24쪽 

예술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 그는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이유가 바로 생각을 하기 위함이라고 본답니다. 우리 사회는 '성공'이나 '돈'에 대해선 맹목적이고도 전투적인 분위기인데 반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고 그 시간의 결과물이 확실히 남겨질지 어쩔지 부정확한 일에 대해선 시간 쏟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보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저자가 밝힌 학벌주의에 대한 견해도 제가 앞서 언급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았네요.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도 다가가 봅니다. '알랭 바디우는 『행복의 형이상학』에서 현대인에게 행복이란 "만족스러운 직장, 매력적인 배우자와 아이"가 있는 장소를 점유하는 일' 41쪽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네요. 다소 남성의 관점에서 본 정의가 아닐까? 하는 비판적 생각도 해봅니다. 

매끄러움과 덩어리의 형체화에 관한 부분에서 우리가 한 번씩 봄직한 풍선 강아지 사진이 나오는데요. 세상에 전 정말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풍선이 아니라 스틸로 제작된 조형물이더군요. 이런 눈속임이 가능한 작품이라니... 

난민의 삶을 통해 출생증명서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그 증명서 하나가 한 사람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간을 읽다 보면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두렵고 소름이 돋아 오릅니다. 난민들의 출생은 그 자체가 불법이다라는 표현을 맞았을 때는 인간적으로 안타까움이 밀려들더라고요. 또한 백인과 흑인 사이의 차별, 부자 백인과 가난한 백인 사이의 차별 등을 다루면서 차별의 의미를 확장시켜 볼 수 있는 계기를 갖기도 했네요.

이 책은 독자들이 다양한 예술작품과 영화를 추천받는듯한 인상을 받게 합니다. 이런 정보 제공과 그 정보에 곁들인 사유 덕분에 저의 생각이 더 풍족해진 느낌입니다. 가만히 보면 예술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를 포섭하는지를 다시 한 번 더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날 예술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라고 일컫는 것일까요?

차례를 보면 19개의 질문들이 포문을 엽니다. 이 질문들은 앞서 던진 질문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서 독자들이 질문들 중 가장 읽고 싶은 부분부터 펼쳐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책 편집과 구성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이전부터 한 번씩 깔끔하고 퀄리티 높은 편집으로 저의 시선을 잡은 적이 있어요... 이번에도 읽으면서 역시... 했네요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산업사회 구조에서 4차 산업으로 가고 있는 우리들... 긴 호흡이 필요한 책들이 점차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너튜브를 통해 쉽게 쉽게 정보를 습득하는 현대사회 하지만 문해력이나 사고력 측면에서 우리가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관찰력이 돋보이면서 사유의 힘을 확장 시켜주는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의력이란 가지고 있는 정보나 지식에서 새로운 지적 융합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제게는 무척 좋은 책이었어요. 
별 다섯 개 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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