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장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내가 알라딘에 쓴 <책문>이라는 책에 대한 서평을 KBS 'TV 책을 말하다' 제작진이 보고서 글이 좋다고 알라딘측으로 섭외요청을 해왔다는 것이다. 알라딘 편집장은 제안을 받겠으면 신상에 관한 정보를 달라고 했고, 나는 약간의 망설임끝에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KBS측으로부터 어제 저녁 전화가 왔다. 학교로 가겠노라고...

그리고 오늘. 수업이 끝나고 KBS 측에서 전화가 왔다. 학교 연구동에 있다면서 그곳으로 인터뷰를 하러 오라고. 가보니 김태완 선생님은 이미 인터뷰를 다 마친 상태였나보다. 김태완 선생님 인터뷰 후에 내 인터뷰를 한 것이다. 연구동 앞에서 조명잡고, 마이크 달고, 어찌어찌 진행할거란 짧은 안내를 듣고 인터뷰 시작.

어허 이런 허걱. 역시 카메라 들이대니 말을 못하겠는거다. 이런 질문/답, 질문/답 몇개를 주고 받았는데 너무 버벅댄거 같다. 글을 쓸 때는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나만의 사유를 통해서 정리해서 쓸 수 있어서 편한데 역시 말은 힘들다. ㅠ_ㅠ

어쨌든 이미 촬영은 끝났고 이제 보는 것만 남았다. 내 글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나를 섭외했다는 것에 일단 나는 기분이 좋다. 내 글빨이 좀 먹혔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 하지만 자만은 금물. 글을 일부러 잘 쓰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지만 내 느낌 그대로 자연스럽게 뽑아져 나오는 글을 쓰려고 노력할 필요는 있다.

방송은 11월 4일(목) 10시 티비9번 'TV 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이다. 군입대 전에는 이 프로그램을 꼭꼭 챙겨봤었는데 군입대 이후로는, 제대후까지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아까 그 작가분 말대로라면 이제 탁석산 선생님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탁선생님이. 앞으로는 꼭 챙겨봐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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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10-2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기대하고 있겠습다.

이잘코군 2004-10-2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 버벅댈테니까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중고등학생에 의한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보도된 사건 유형만 해도 이렇다.

 제주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놀러가던 초등학생을 화장실로 유인해 성폭행을 한 18살짜리 고교생이 강간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서울 강북구 머머 빌라에서는 16살짜리 학생이 중학교 후배가 말을 안듣는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얼굴 등을 수차례 가격 숨지게 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십여명이 선생님이 자신들을 폭행했다고 경찰서에 신고해 연행시킨 사례도 발생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폭행은 아니고 혼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반감을 사 그리 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가출한 10대 7명이 채팅으로 만난 가출 여중생을 4일간 감금하고 집단폭행에 전기고문, 담뱃불고문을 하고 실신하자 방에 38시간 감금한 사례도 있었다.

 이 모든 사례가 어제 오늘에 걸쳐 신문지면에 오른 청소년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다. 청소년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는 동시에 그 방법에서 또한 잔혹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 신문 한켠에 실린 통계를 참조하자면 청소년 범죄로 인한 입건수는 줄었으나 3범이상자가 94년 3.8%에서 99년 11.1%로, 2003년 11.4%로 꾸준히 증가 했다고 한다. 즉 한번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죄를 뉘우치지 않고 다시 범죄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고, 이는 범죄를 행함에 있어 아무런 양심적 가책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곧 앞서 언급한 범죄의 잔혹성과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해하는데 있어 강도조절을 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도덕, 윤리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사실 우리네 도덕, 윤리교육이라고 해봤자 칸트식의 정언명령이 아니면 반공교육이기 일수였고 이는 지금의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더라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인격함양이 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찌 해야되나?

 시험을 보기 위해서 교과서대로 가르치고 외울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함으로써 교육을 실시해야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저지르는 잘못을 예를 들어 그 잘못을 하게 된 원인과 그에 따르는 결과, 그리고 원인에서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있어야한다. 너 잘못했으니까 맞아야지. 혼나야지. 벌점줘야지. 이런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학교 현장에 나가게 되더라도 지금의 이러한 나의 방침이 실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언제나 현실에는 갖가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의 교육이 잘못된 것이 사실이고, 비단 이것은 윤리, 도덕교과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덕, 윤리교과는 물론이고, 선생님이 학생을 대함에 있어, 혹은 학생이 선생님을 대함에 있어서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교육방식을 바꾸어야한다. 학생들에게 외울 것을 요구하지 말고 생각하도록 유도해야한다.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자기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고, 그 학생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서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교육현장에서 선생님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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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인터뷰 기사를 봤다. 지금 하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는 대부분 자발적인 것이며, 그들 중에는 평범한 미대생도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미대생의 사정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자신은 미대생이고 성매매를 통해 번 돈으로 복학을 해서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자기관리를 위해 하루에 줄넘기 300번씩하고 있으며, 책상에는 자기각오를 다지는 글 또한 써놨을 정도로 꿈꾸고 있는 삶이 따로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언뜻 보면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새로운 삶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단지 지금의 성매매는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셈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수단으로 택한 성매매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한다.

 스스로 단지 그것은 수단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왜 그렇다면 다른 수단을 택하지 않고 '성매매'를 택했는가? 여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단지 돈을 빨리 벌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삶의 질부터 스스로 가꾸고 지켜야 했을 것이다. 스스로를 버리면서 더 나은 삶을 꿈꾼다는 것은 모순이지 않은가?! 어물쩡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이들의 '동점심에의 호소'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

 내가 대단한 도덕주의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다. 이 글을 통해 나의 도덕성이 이렇다 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쩌면 이들을 비난하기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틀렸다는 것이다.

 각자 꿈꾸는 삶을 만들기 위해 지금 자신을 버릴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역시 자신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의 내가 없다면 미래의 나도 없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부정한다고 해서 미래의 훌륭한 내가 탄생하지는 않는다. 수단으로서 '성매매'를 택할 것이 아니라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일을 안해서 그렇지 아르바이트는 널렸다. 단지 그 아르바이트가 성매매보다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더 적은 돈을 번다는 차이 뿐이다. 하지만 어떤가?! 불건전함보다느 건전함을 추구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성매매 열심히 해서 돈벌어서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을 이뤘다고 치자. 그렇다고 자신의 과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에겐 이미 갖춰져야할 인격과 도덕이 사라진 뒤다.

 결과는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한발한발 내딛는 힘겨운 과정을 겪음으로써 얻는 결과라야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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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확실히 있다
토마스 주 남 지음, 조용기 옮김 / 서울말씀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난 이 책을 꼼꼼히 읽지는 않았다. 속독과 통독을 하며 읽었는데 비기독교인인 내가 이 책을 보기에는 솔직히 거부감이 많이 들었다. 책을 한자한자 꼼꼼히 읽어나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시도는 해봤지만 이미 내 안에 쌓여있는 가치관과 인생관, 철학 등과는 거리가 먼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 거부감을 어찌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보기는 하겠다.

이 책은 내 돈 주고 산 것은 아니다. 해석학을 가르치시는 선생님께서 내게 권하시면서 선생님 돈 주고 책을 사주셨다. 그래서 꼼꼼히 읽어보려 애썼던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기독교인이 되기를 원하신다. 난 선생님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기독교인이 될 수는 없으면서도 최대한 선생님의 마음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천국은 있다>는 한국계 미국인 토마스 주남 여사가 어느날부터 꿈에서 만난 하느님과의 대화와 천국에서 본 광경을 글로 엮어낸 것이다. 번역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했다. 그런데 책 장을 넘기기 전에 벌써 난 조용기 목사 때문에 첫번째 거부감이 들었다. 조용기 목사는 정치적으로 강한 우익성향을 띠고 있으며, 얼마전 광화문에 집결한 보수단체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시위에서도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다. 한기총의 고문이라고 하며, 한기총은 대표적인 기독교 보수단체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사안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평소 조용기 목사에 대한 안좋은 생각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그가 번역한 이 책을 접하면서도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정치적인 조용기와 번역자로서의 조용기는 구분해야함에도 말이다. 그래서 애써 번역자의 이름을 지우고 책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또 발생했다. 책의 거의 마무리 부분에 토마스 주남 여사가 부시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천국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비기독교인의 입장에서보면 토마스 주남 여사의 생상한 꿈이 소설로서 완성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순수하게 천국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실정치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느님과 연계지어 말한다면 그것은 그녀의 주관이 심하게 들어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재선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물론 토마스 주남 여사는 부시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이 될 무렵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 이는 곧 부시의 지지로 읽힐 수 밖에 없다.

천국이 있고 없고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다분히 지어낸 이야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이 책을 좋아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다. 이 책을 읽은 기독교인은 책을 통해서 종교적 믿음이 더욱 강해졌을 수도 있다. 이는 현세의 삶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더욱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못마땅하지는 않다. 오히려 종교를 가질 것을 권한다. 하지만 종교에 종속되어버리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아마도 이 책을 다시 읽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책 속에는 천국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내게 거부감을 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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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기독교인인데도 종말론이나 현실 정치 얘기를 하면 거부감이 들어요 아프락사스님의 거부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예수가 다시 온다 해도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 것이라는 매서운 비판이 생각나에요

이잘코군 2004-11-1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리뷰에 달린 첫 글이네요. ^^; 기독교인이시라니 제 글이 너무 사납게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간혹(?) 거친 모습을 보이는데 대해서도 스스로 놀라곤 합니다.

비로그인 2004-12-3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주님을 진정으로 알게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만큼 주님께로 나아가는 길이 좁고 협착한 길이므로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저또한 얼마전만해도 관심이 없었으니.. 마음문이 열려지시기를..

핫둘셋 2005-01-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은 분명히 계시고 예수님은 분명히 계십니다. 아직 깨닫지 못하신걸 보미 마음이 아픕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때 그때 후회 하지 마시고 다시 한번 믿음으로 책을 보시길 바래요, 제일 불쌍한 사람이 지옥에 가는 크리스천 입니다.

그림수 2005-10-13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이 보여서 믿는 것이 아니며 천국이 있다는 누군가의 말 때문에 천국을 믿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알지 못하지만 천국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관련된 분들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든 정치에 꼬였든 관계 없습니다. 특히..하나님과 관계 없습니다. 크리스찬이 모두 완벽하진 않습니다. 결국은 사람이니까요. 그 사람들을 보고 천국을, 하나님을 믿지 마시고 내가..이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의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분께 천국을 보여준 것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라는 정치적 의도로 보여주신 것이 아닙니다. 쓸데 없는 내용이 있다면 잊어주세요. 이 책에 그런 내용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천국과 부시 대통령은 절대 무관합니다.--;;

솜사탕 2006-06-2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글 감사합니다. 비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는다는것은 종교인이 된다는 것이랑은 다릅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부시대통령에 대한 것이나 천국에 대한 것이나 말세에 대한 것이나 그런 것보다도 '주님만 바라봐야 한다. 정결해져야 한다. 항상 깨어 준비해야한다. 예수님은 정말 우리를 사랑하신다.' 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 책을 잃고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고 크리스천이면서도 죄를 끊지 못하고 제 마음대로 살았던 나날들을 회개 또 회개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부시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자이거나 우익성향의 정치인도 아닙니다. 제가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만 이 책의 메시지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함께 예수님을 잘 믿고 천국가고 싶어서였습니다. 철학적 이성, 합리적인 세계관, 논리 등으로 종교에 들이대면 항상 이해 불가능하고 믿음이 생길 여지는 좁아집니다.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신다면 주님을 사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부시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 말미데 딱 한 줄 나옵니다. 그 부분이 아니라 이 두꺼운 책에서 처음부터 강물처럼 흐르는 메시지에 집중해보세요. '정결해야한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야한다! 깨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길 원하시는 메시지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와서 이런 기사를 접하니 할 말을 잃는다. 이것이야 말로 신종 분서갱유다. 분서갱유(焚書坑儒)는 책을 불사르고 선비를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어 죽인다는 뜻으로, 진 나라 시황제의 가혹한 법을 일컫는다. 천하통일후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현제를 실시하면서, 시황제가 승상 이사의 진언을 받아 백성들에게 꼭 필요한 실용서적과 진나라 역사서를 제외한 각종 희귀 책들을 모두 불사르고 시황제를 비난한 선비들을 산채로 구덩이에 묻어버렸다.

 최근까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각종 소설과 철학서, 비평서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서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 책의 목록을 살펴보자니, 소설가 황석영씨의 <오래된 정원>,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한겨레21에 연재중인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역사이야기', 노르웨이 출신 귀화 한국학 교수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노암 촘스키의 <언어학>,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론>,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김세균 교수의 <자본주의의 미래>,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 <스콧니어링 자서전> 등이라 하니 그야말로 이 책들의 절반을 소지하고 있는 나는 당장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끌려가야할 판이다.

  마키아벨리, 촘스키, 하버마스, 그람시, 막스베버는 세계가 인정하는 유명한 대표적인 철학자들인데 이들의 서적을 국가불온물로 감정의뢰하다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동인문학상을 받은데다 교과서에 실려있는 책인데 이건 왜 감정의뢰하며,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인문사회과학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이고, <스콧니어링 자서전> 또한 한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던 책이다. 아니 책읽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보는 베스트셀러를 불온물로 규정하겠다면 이를 어찌 봐야하는가. 이 책들을 감정의뢰한 기무사를 사상검증해야할 판이다. 도대체 기무사는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가. 이들이야말로 국가에 해가되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무사는 저들의 책을 불온물로 규정 혹은 의뢰함으로써 '분서'를 했고, 다수의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혹은 학술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을 살아있는 채로 죽여버림으로써 '갱유'했다. 시대도 변하고, 정부도 변하는데 기무사는 아직도 죽은 박정희를 붙들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는가?

 어쩌면 난 또 불온물을 소지한 죄에 덧붙여 기무사를 비판했다는 죄로 내일이라도 잡혀갈지도 모르겠다. 에헤라 무덤 속 사자(死者)를 붙들고 있는 기무사는 그냥 같이 무덤으로 들어가라.

 P.S. 난 군에 있던 시절 맑스를 읽으려 했고, 한겨레21을 구독하려 했고, 각종 철학서, 비평서를 읽으려 했으나 대부분 검열에 걸릴 우려가 있는 나머지 고참 행정병이라는 나의 작은 권력을 이용해 정보병으로 있는 후임병에게만 말하고 책을 반입해 읽었다. 하긴 군조차 이렇게 폐쇄적인데 기무사라고 오죽하겠는가.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는 스스로 발전을 꾀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대라면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담고 있는 책들을 볼 수 있도록 허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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