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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확실히 있다
토마스 주 남 지음, 조용기 옮김 / 서울말씀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난 이 책을 꼼꼼히 읽지는 않았다. 속독과 통독을 하며 읽었는데 비기독교인인 내가 이 책을 보기에는 솔직히 거부감이 많이 들었다. 책을 한자한자 꼼꼼히 읽어나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시도는 해봤지만 이미 내 안에 쌓여있는 가치관과 인생관, 철학 등과는 거리가 먼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 거부감을 어찌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보기는 하겠다.
이 책은 내 돈 주고 산 것은 아니다. 해석학을 가르치시는 선생님께서 내게 권하시면서 선생님 돈 주고 책을 사주셨다. 그래서 꼼꼼히 읽어보려 애썼던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기독교인이 되기를 원하신다. 난 선생님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기독교인이 될 수는 없으면서도 최대한 선생님의 마음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천국은 있다>는 한국계 미국인 토마스 주남 여사가 어느날부터 꿈에서 만난 하느님과의 대화와 천국에서 본 광경을 글로 엮어낸 것이다. 번역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했다. 그런데 책 장을 넘기기 전에 벌써 난 조용기 목사 때문에 첫번째 거부감이 들었다. 조용기 목사는 정치적으로 강한 우익성향을 띠고 있으며, 얼마전 광화문에 집결한 보수단체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시위에서도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다. 한기총의 고문이라고 하며, 한기총은 대표적인 기독교 보수단체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사안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평소 조용기 목사에 대한 안좋은 생각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그가 번역한 이 책을 접하면서도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정치적인 조용기와 번역자로서의 조용기는 구분해야함에도 말이다. 그래서 애써 번역자의 이름을 지우고 책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또 발생했다. 책의 거의 마무리 부분에 토마스 주남 여사가 부시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천국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비기독교인의 입장에서보면 토마스 주남 여사의 생상한 꿈이 소설로서 완성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순수하게 천국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실정치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느님과 연계지어 말한다면 그것은 그녀의 주관이 심하게 들어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재선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물론 토마스 주남 여사는 부시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이 될 무렵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 이는 곧 부시의 지지로 읽힐 수 밖에 없다.
천국이 있고 없고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다분히 지어낸 이야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이 책을 좋아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다. 이 책을 읽은 기독교인은 책을 통해서 종교적 믿음이 더욱 강해졌을 수도 있다. 이는 현세의 삶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더욱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못마땅하지는 않다. 오히려 종교를 가질 것을 권한다. 하지만 종교에 종속되어버리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아마도 이 책을 다시 읽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책 속에는 천국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내게 거부감을 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