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주변 사람-꼭 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던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소식을 듣고는 죽은 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어떤 친했던 이는 울기도 할테고, 그 죽음이 온전치 못한 것이라면 어떤 이는 분노를 할테고, 어떤 이는 아무렇지도 않을테고, 어떤 이는 관심밖의 이야기라 치부할지도 모른다.
내게 주변인이 죽었다는 것이 사실로서 현실에 와닿은 것은 할아버지의 죽음이었고, 할머니의 죽음이었고, 그리고 동아리 후배놈의 죽음이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나이듦에 의한 자연스러운 수명의 다함에 의한 죽음이었기 때문에, 할머니의 죽음 역시 그러했기 때문에 흔히 말하듯 잘 가셨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의 경우 중풍으로 꽤 오래 앓아누워있긴 하셨지만.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기 얼마전 할아버지의 누워계신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지만. 어쨌든 두 분 다 온전히 가셨다.
세번째의 죽음. 나의 동아리 후배의 죽음은 비정상적이었다. 그 놈은 나보다 젊으니 지금 팽팽하게 살아있는 나보다 늙어죽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바고, 그렇다면 그 놈에게 무슨 지병이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놈은 지병은커녕 힘이 넘쳐서 공연장에 구경가서도 그냥 보는 축이 아니라 맨 앞에서 헤드뱅잉하고 이리저리 부딪히기도 하며 안경도 몇차례 깨먹고 온갖 '지랄'을 해대는 애였다. 이놈은 내게 드럼을 배우던 놈이었다. 그러던 애가 나보다 먼저 군대에 갔고 군대에 간지 100일이 채 안된 어느날 동아리 다른 후배에게 그놈의 죽음을 접했다. 자.살.
이놈은 자살할 놈이 아니다. 그 밝은 아이가 자살이라니. 그런데 상황조차 미심쩍었다. 자살이라기엔. 해안경계부대로 야간에 다른 병사들과 함께 순찰을 나갔는데 다음 날 아침 바다에 떠있더라? 말이 안된다. 그런데 결국 그 아이는 자살로 판정났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부대앞에서 몇날 며칠을 시위하시고 장난도 아니었겠지. 그치만 나를 비롯한 우리 동아리 애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진실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정도가 고작. 자살 한 이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한창 인터넷 칼럼니스트 생활할 무렵이었고, 나는 그의 죽음의 부당성을 알리는 글을 써서 여기저기 보냈다. 그걸 본 아버지 왈. 그러지 마라. 국가에서 잡아간다. 아버지는 경찰이었고 보안요원이었다. 국가보안을 책임지는. 훗. 난 웃음이 나왔다. 그럼 아버지가 잡아가면 되겠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분노가 솟았다. 그리고 말했다.
만약 내가 그렇게 죽었는데 내 친구들, 내 선배, 내 후배들이 모두 조용히 있는다면 마음이 편하겠느냐고. 똑같이 생각을 해보라고. 그 부모님들이 진실규명하는데 죽음 놈의 선배, 후배라는 이들이 침묵하고 있으면 어떻겠느냐고.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울었다.
그리고 난 한 게 없다. 그놈의 부모님을 뵙지도 않았고, 시위에 동참하지도 않았고, 고작 언론에 글 쓴게 다였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흘렀고 그는 잊혀졌다.
어제 엄마, 동생과 택시를 타고 백화점을 가고 있었다. 짧은거리라 세명이 버스를 타나 택시를 타나 그게 그거라고 판단했던 것. 어쨌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택시안의 대화가 중요하다.
동생이 자기 동기 하나가 군대에서 죽었댄다. 자살이고(군대에서 죽으면 죄다 자살이다) 국가유공자로 판정되었다는 이야기. 어머니는 국가유공자라도 된게 어디냐며 그러면 그애가 결혼을 했으면 그 가족들이 보상을 받을텐데 라고 말하며, 동생과 어머니의 대화는 결국 나는 모를 그 아이의 죽음의 대가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죽은 이를 놓고, 그것도 자기 동기라면서,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나 분노가 아니라 그 대가에 대한 이야기라니. 갑자기 싫어졌다. 동생이야 원래 싫어했으니 더 실망할 것도 없다치고, 엄마도 싫어졌다. 그게 가족을 꾸린 부모님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일까. 결국 돈. 전에도 엄마 친구의 남편이 돌아가셨는데 죽기 얼마전 보험을 들어놔서 집 한 채를 살 돈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잘됐다 라는 말을 하셨다. 그때도 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싫었다. 죽은 이를 놓고 돈이라니. 내가 죽어도 그럴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죽으면 그러진 않을텐데 왜 남의 죽음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는걸까.
글쎄다. 내가 아직 딸린 가족이 없어서 그런지, 세상살아가는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참 싫다. 나의 죽음에 대해 그와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도록 나는 오래오래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어야하는걸까? 훗...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