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인터넷에 들어와 돌아댕기다 네이버 뉴스를 접했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요즘 나이 어린 신입사원들이 학력, 영어나 컴퓨터 능력 등은 향상되었을지 모르나 조직 적응력, 문제 해결력, 대인관계 능력 등은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과거에 업무능력이 부족해 일을 못하는 사원들이 많자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대학에서 영어 토익점수 몇 점 이상 졸업 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놓고, 또 취업전에 대학에서 집중 취업준비를 해줬기 때문에 개인의 토익점수나 회화능력은 향상되었을지 모르나 '나홀로 공부'를 하다보니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고, 기사내용도 관심은 가지만,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보게 된 것이다. (역시 제목은 잘 뽑아야돼) '신입사원 어머니가 찾아와 '인사부장 면담 좀 합시다" '라는 제목의 글이다.
아들이 석사를 끝내고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연수를 받고 난 후 지방으로 발령이 났는데, 아들의 우울증 진단서를 가지고 와서 인사부장에게 제발 지방은 안되고 서울에 발령내달라고 토로했다나 뭐래나. 아들이 우울증이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상관할 바는 아니고, 왜 어머니가 와서 인사부장을 만나 인사조치를 바꿔달라느니 어쩌느니 하느냐 말이다. 그것도 석사를 끝낸 나이면 도대체 몇살인거야. 아무리 못해도 내 나이잖아. 서른 가까운 나이 먹은 아들의 일을 가지고 왜 어머니가 그러는건데.
대학 졸업하고 - 왜 대학시절엔 잘안했는지 모르겠지만 - 외박하는 경우도 있고 하다보니 - 다른 일로 외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학부시절 술을 마실 때면 집이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늦어도 항상 들어왔다 - 슬슬 딴지가 들어오는 것이다. 어디서 뭐 하다 이제 들어오냐는 식. 저 내일 들어가요, 라고 친절하게 문자메세지까지 날려드렸건만 뭐가 문제인건데. 내가 외박을 매일 하는것도 아니고 한달에 많아야 두 세번 했는데. 집에서 기거하는 날보다 밖에서 숙식하는 날이 많다면 그나마라도 이해하겠는데 왜.왜. 20대 중반을 넘긴 아들이 외박하는게 문제가 되는건데.
어머니는 아셨던 것이다. 내가 외박하는 날 당신께서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는걸. 그러나 말은 못하고 왜 늦게 들어오느냐고 뭐라 하신게지. 그러나. 엄연히 나는 이미 독립했어야 할 나이를 먹은 법적 성인이고, 단지 돈이 없어 여기에 붙어있을 뿐 돈만 있으면 충분히 나갔을 것이다. 이런 말을 어릴적에도 한 적이 있다. 나 돈만 있으면 나가서 따로 살거라고. 그때도 어머니는 뭐하러 돈을 두 군데 쓰느냐 고 뭐라 하셨더랬지. 집에서 밥먹으면 밥값 안들어, 가스비, 전화비 등 공과금도 한번만 내, 월세는 또 어쩌고. 그래 말씀은 맞는데, 핵심은 그게 아니잖아. -_-
제작년에 운동을 하면서 살을 좀 뺐더랬다. 어머니가 돈 들여 3개월 끊어주길래 다녔는데 내가 운동을 안하는 날에는 왜 운동 안가니, 빨리 갔다오는게 낫지 않겠니, 이러다 오늘 못가겠다, 등등 간섭을 하시는거다. 아 진짜. 운동을 가고 안가고는 내가 결정할 일이지 왜 남의 신체와 자유의지에 대해서까지 명령을 하는거야. 그래도 돈을 내줬으니까 그 돈에 대한 참견이라 생각하고 참았는데, 내가 내 돈주고 운동을 하던 때에도 똑같은 행동을 하시는거다. 그래서 몇 차례 언쟁이 오간 뒤 이제는 덜 하시지만, 역시나 지금도 그러신다. 그러다 언제 가려고 그러니. 제발. 내 몸와 내 의지에 자유를. 아멘.
사례 하나. 나의 이야기는 아니고. 얼마전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였나. 여기서 종교갈등 문제를 다뤘는데 - 사실 종교갈등이라고 해도 종교가 거기에 끼어들어가 있을뿐이지 온갖 갈등의 종합병동이었다 - 한 집안에서 나이 서른일곱쯤 된 남자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이 여자가 증산도를 믿는게다. 아들쪽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였는데 아들이 이 여자를 만나고 증산도를 믿게 되었고, 집에서는 여자 때문에 아들을 망쳤느니 어쨌느니 하면서 여자에게 헤어지라고도 했나보다. 아들은 또 왜 여자친구와 헤어져야하느냐 뭐 등등. 더 말 안해도 충분히 상상가능한 일.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사귀고 함께 살겠다는데 왜 부모님이 헤어져라 말아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걸까. 아들이 사람을 잘못봤다면 조언을 해주면 될 것이고, 조언했는데 안통했다면 어쩔 수 없는거지 왜 '명령'과 '강요'로 일관하느냐.
사례 둘. 티비 아침마당 프로그램 같은 데 보면 어머니들이 나와서 우리 아들이 어쨌어요 저쨌어요 자랑질을 한다. 서로들 자기 아들 자랑을 한다. 상대가 듣던 안듣던. 요즘 송일국씨가 주몽으로 뜨자, 김을동씨가 나와서 우리 아들이 어쩌구 저쩌고. 제발. 71년생이면 37살이라고. 헉.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정말 많네. 그런데 37살 먹은 아들 자랑을 엄마가 아직도 하고 다니면 어쩌란 말이냐. 김을동씨 라고 불리기보다 '주몽 어머니'라고 불리는걸 더 좋아하는 이 분 어찌보면 좋을까.
우리 어머니도 내 초등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 동창의 어머니들 만나면 - 정작 친구들끼리는 어머니 통해 소식 듣는다 - 서로들 딸자랑, 아들자랑 하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이번에 우리아들이 인턴 들어갔는데 3월에 결혼을 한다, 여자친구네서 여의도 아파트 하나를 가지고 왔다, 우리 딸이 이번에 대기업 어디에 들어갔다, 아들은 정부 장학금으로 미국에 유학 중인데 거기서 여자친구 만들었나보더라 지금 박사학위만 받으면 다시 들어온단다 등등. 나야 뭐 초반에 잘 나가다 지금이야 별 볼 일 없으니 자랑할 거리도 없지. 그러면서 또 빼먹지 않는 말씀이, 누구네는 엄마한테 한달에 40만원씩 준다더라. 아들은 통째로 월급 내놓는다더라. 현장에선 암말 안한다. 속으로 아 정말.
왜 이리 되었을까. 아주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한국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외국이야 내가 잘 모르겠고. 유독 두드러진 것은, 아버지의 아들이나 딸에 대한 태도보다, 어머니의 딸에 대한 태도보다,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태도가 위의 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유독 어머니는 아들에게 집착을 보인다.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지 집착당하는 아들은 못살겠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장남'이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이와 같은 상황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남이라고 나에게 의지하고, 아들이라고 나에게 의지하고, 이런거 원치 않는다. 내가 한 살 어린 동생보다 더 받은 것도 없고, 덜 받은 것도 없으며, 똑같이 언제나 똑같이 대해줬으므로 나는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적인 예만을 지킬 뿐 그 이상의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이 한국의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불편해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각 가정의 어머니와 아들이 각각 이와 같은 행위를 서로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불편해한다면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대개는 아들의 불편에서 시작이 되겠지. 그래서 '이제는 말 할 수 있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최대한 미리 나의 가치관과 태도를 분명히 하고자 어린시절부터 언질을 했으며, 꾸준히 내 사고방식을 피력하고 있지만, 받아들이실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머리로는 받아들이셔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실게다.
어머니로부터 아들의 자유를 허하라. 세상 모든 어머니들께 말씀드리오니. 애정어린 관심과 조언은 고맙지만 지나친 간섭과 강요와 명령은 사양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어머니들이 나와 자식자랑삼아 웃고 즐기는 아침마당 프로그램을 폐지했으면 한다. 자식을 더이상 소유물로 생각지말고 프로그램에 나와선 본인 자랑을 하시길, 남편과 아내 자랑을 하시길 권합니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닙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낳으신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자식의 인생까지 낳으신 것은 아닙니다. 자식은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개별자입니다. 부모님으로는 관심과 조언을, 하나의 개인으로서는 사생활과 의사 존중을 기본으로 삼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께. 나는 하나의 개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