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복거일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고민은 언제나 지속된다. 마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져놓고 매번 다른 대답들을 내놓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여전히 삶은 진행 중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여전히 나를 찾고 있는 중 이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며 모색 중이다. 결국 아마도 난 자연히 나이가 들어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연령에 도달하는 즈음에서 죽어가는 시점에서도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만족스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눈을 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할지도 모른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복거일은 '세속적으로 현명한' 보다는 '현명하게 세속적인' 것이 삶의 본질에 맞다고 이야기한다. '세속'과 '현명'은 '삶'을 똑같이 수식해주지만, 똑같은 질감으로 삶을 수식하진 않는다. '세속적으로 현명한 삶'과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은 분명 다르다. 영국의 시인 콸스는 어느 싯구절에서 "현명하게 세속적이어라. 세속적으로 현명하지 말고"라고  말했다. 복거일은 말한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세속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세속적 처신으로 시종하면, 무언가 근본적 중요성을 지닌 것을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에 맞는 방식과 정도로 세속적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세속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후손들이고, 당연히 우리는 보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다. 한편 모두 세속적 성공에 대해서 또 약간의 진정한 경멸감을 가지고 있다. 세속적으로 성공한 자들에게 부러움을 표현하지만, 그들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존경을 받는 너무 낮은 자리를 차지하면 당장 살기 어렵고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뜻하고자 하나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할 공산이 크다. 고로 여기서 "현명하게 세속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복거일이 말하는 "현명하고 세속적인 삶"을 지칭하는 것은 기업인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 자리가 한정되어 있는 공무원, 관료 등을 향한 젊은이들의 열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위치재는 "가치의 큰 부분이 특수한 위치 덕분에 생긴 재화"를 가리키는데, 이는 더 생산될 수 없고 재분배 될 수만 있다는 것이다. 위치재에 대한 다툼은 치열하고 이를 향한 경쟁과정에서 창출되는 가치는 없다. 그러나 기업 등의 상업활동은 돈을 많이 벌어 자신의 위치를 높일수도 있으며, 아울러 물질적 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공헌하므로 권장할만하다. 위치재와는 다르게 높은 사회적 성공에 따르는 부러움과 존경도 받을 수 있고, 사회에 공헌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복거일에게서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은 바로 이를 뜻한다.

  더불어 그가 말하는 것은, 이러한 삶에 도달한 뒤에는 회사나 기업의 이름으로 자선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재산으로 기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의 돈으로 기부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진정한 사회적 공헌과 함께 나 개인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싶다면 내 이름으로 내 재산을 털어 자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평소 복거일의 발언내용이나 다른 책을 통해서 접했던 그의 사회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복거일은 친기업적이고, 친시장적인 발언을 자주했으며,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고,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이라 믿는 사람이다.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을 기업인의 삶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것도 그의 평소의 생각과 같다. 그는 한국의 지식인 지도에서 '자유주의자'에 속하는 사람이고, 이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과 그의 몇몇 책들을 살펴본 결과, 그의 자유주의는 삶의 방식에 있어서 그럴 듯 하고 설득력을 갖기도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나아갔을 때는 다르게 바라봐야 할 듯 하다. 한 개인으로서의 삶과 그것을 사회나 국가의 차원에 적용했을 때의 차이랄까.  

  책 몇 권 읽었다고 복거일과 그의 생각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하면 성급한 일반화일 것이다. 그는 꽤나 굳건하게 꾸준히 자유주의에 대한 옹호 논변을 표현하고 있으나 그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메세지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책에는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에 대해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이야기한 '기업인으로서의 삶'과 연관지어 볼 수 있는 작은 소제목이 그 하나요, 이 책 전체를 통해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복거일의 눈으로 본 일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또 하나다. 짧은 글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있지만 읽으며 생각할 거리들은 꽤 많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2-0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명하게 세속적인.. 보통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양상일 것입니다.
복거일의 책은 유행하는 '왜곡된 평등'에 대한 일종의 'rebound'일 것입니다.
세상이 노멀이라면 무의미한 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