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16 - 제국의 그늘 미국사 산책 16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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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16권. 9.11 이후의 미국의 모습을 그렸다. 민병대가 증가하고, 민간군사기업의 전쟁과 고문, 아웃소싱, 닫힌 이민정책, 애국주의 등 9.11 테러가 미국 사회에 끼힌 영향을 주목한다. 세련된 국제 깡패 부시의 재선 또한 이와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더더욱 외부 반미 세력에 민감해졌고, 그들을 '악(惡)'으로 보게 되었다. 미국인들의 시선이 부시의 시각에 맞춰졌고, 선과 악, 하나님의 은총 운운하는 부시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단호한 대통령 이미지와 맞아떨어진 셈.  

  유엔인구기금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도 전 세계 이민자는 1억 7,5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세계인의 35명당 한 명 꼴이라는 것. 미국으로 유입된 이민자 숫자는 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이들 중 다수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음은 굳이 통계를 들이밀지 않아도 추측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있는' 집 부모와 자식들은 미국 국적을 획득하기 위해 이민을 감행한다. 없는 자는 이민의 대상이 될 수 없기에, 불법 이민을 할 수밖에 없다. 어딘가에서 들은 바로는 한 한국인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미국에 불법 이민을 했는데, 가보니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닭의 목을 치는 것이었단다. 그곳에서 도망쳤다가는 미국 이민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2년,3년 꾹 참고 그 일을 했다고.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도 불법 이민자들이 많다. 미국보다 경제적으로 많이 못 사는 나라이고, 국경을 접하고 있다보니 멕시코 사람들이 미국으로 몰래 들어와 취업을 하여 살아가려고 한다. 2003년 6월 미국 연방통계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02년 7월 미국 인구는 2억 8,840만 명이었는데 이 중 히스패닉계가 13퍼센트인 3,700만 명이라고 한다. 그 중 60%가량이 멕시코인이다. 좀 오래된 조사이긴 하지만 1986년 멕시코인의 40% 정도가 기회가 있다면 미국에서 살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미국은 멕시코인의 불법 이민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9.11테러 이후엔 민병대까지 가세해 이들의 유입을 차단했다고. 전 세계 곳곳의 인재를 끌어모으는 미국이지만, 없는 자에겐 가차없이 폭력을 가한다.

  한국 사회에선 이민이 아닌 조금 다른 형태로 변질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원정 출산이 그것. 좀 가지신 분들은 자신의 아이가 미국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산모가 배가 불러올 때쯤 미국에 갔다가 아이를 낳고 돌아오는 일이 많다. 2002년 5월 25일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매년 한국 신생아의 1퍼센트인 5,000여명이 원정 출산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다고. 워낙 많다보니 미국에선 아이를 곧 낳을 한국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원정 출산 사업까지 활발하다. 한 산후 조리원에서는 1,000달러면 공항 마중에서부터 출생신고와 시민권 취득까지 모두 도와준다고. 한국의 부모는 아이의 시민권과 병역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좋고, 미국 산부인과와 조리원, 브로커는 돈 벌어서 좋고.  

  이 책에서는 한국인의 미국 대학 박사 학위 취득자 비율도 다루고 있다. 굳이 순위를 살펴보지 않아도, 한국 대학의 교수들 대다수가 미국 대학에서 박사를 딴 것은 익히 알 수 있다. 박사 학위 수여자가 아닌 수료생까지 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 해외 대학 출신자의 미국 박사 취득 순위는 단연 서울대가 1위이고, 미국 대학까지 포함시킨 톱15에서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 이어 서울대 출신이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곧 서울대 학부 또는 석사를 나오고, 미국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 연세, 고려 등 여타 대학 출신자까지 포함하면 이 숫자는 엄청나다. 그러니, 한국 대학에선 미국 박사가 아니면 교수 임용에도 응하기 어렵고, 응해도 자기들끼리의 파벌을 형성해 떨어뜨리지.

  이를 두고 수유너머 연구원 고병권은 "'서울대 넘버 투 사태는 그동안 서울대가 사실상 미국 대학원의 학부 노릇을 해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서울대가 이 사건을 어떻게 대할지 궁금하다. 만약 대학원 중심 대학에 대한 서울대의 표방이 미국의 학부 노릇을 하다 대학원 노릇을 하려는 거라면 희망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공부를 하겠다는 사람이 미국에서 학위를 받든, 일본에서 받든, 독일에서 받든 그건 기본적으로 본인의 자유이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바람직한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공부를 어느 나라에서 하느냐도 순전히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지는 셈이다. 미국 유수 대학에서 학위를 받으면 그만큼 한국에 돌아와서 먹어주니 말이다.  
  
  16권은 이처럼 9.11 이후의 미국 사회 여러 분야를 한국과 연계해서 살펴보고 있다. 소비 중독, 475배의 연봉 격차, 리무진 좌파, 성조기 논쟁, 미국 인구, 유학과 이민, 다문화주의, 세습 사회 등이 근래의 미국을 이야기하는 키워드가 될 것. 리무진 좌파에 대한 부분이 재밌었는데, 미국 대학의 교수 중 다수는 미국 사회에 비판적이고 좌파적인 성향을 띠며, 미국 사회에 가장 비판적인 지식인 촘스키는 미국의 자본주의에 의해 강연료와 인세 등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반공주의자이자 개혁주의 좌파를 자처하는 철학자 리처드 로티-실용주의의 대표주자로 이명박의 실용주의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좌파 순결주의'라는 딱지를 만들어 리무진 좌파를 비판했다고. "그가 말하는 개혁주의 좌파는 경제적 이기심을 완화하고 불필요한 사디즘을 경감시키려고 실천하는 자들이다."

  여러 흥미로운 주제를 골고루 다루고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해당 부분만 찾아 발췌독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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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산책 17 - 오바마의 미국, 완결 미국사 산책 17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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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권력체가 전 세계를 그토록 압도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지배한 것은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노엄 촘스키)-314쪽

출세 지향적인 사람들은 '계급' 개념에 적대적이다.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계급이란 유럽이나 여타 나라들에나 해당할까 미국에는 전혀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이다. 미국에 계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바 있다. 물론 그건 미국 대중문화가 표현하는 가공의 세계에서나 통용될 수 있을 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상층 1퍼센트의 인구가 하층 40퍼센트 인구의 소득과 맞먹는 극심한 불평등 사회다. 절대빈곤층 인구는 전체의 18퍼센트나 되며 이러한 비율은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네 배에 이르는것이다.-345쪽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허둥대며' 일하는 미국인들을 겨냥해 "오늘날에도 그들은 휴식을 부끄러워하며, 한참 동안 생각에 몰두할 경우엔 양심에 문제가 있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다. 그들은 한쪽 손목에 시계를 찬 상태에서 생각에 잠긴다."고 비판한 바 있다.-348쪽

한국에선 "사교육비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서민들조차 그 원인인 '대학 서열화'를 타파하는 일엔 별 관심이 없다. "내 자식을 SKY에 보내면 되지"라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드림'에 들뜬 사람들은 실용적이거나 현세적일 수밖에 없다. 세상을 관조하고 성찰하는 철학엔 영 관심이 없다. '빨리 빨리'에 중독된 나머지 구조를 바꾸는 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열망과 환멸은 늘 서로 교차하는 법이다. 그래야만 열망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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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1-03-0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긴 하지만, 이제 부터 무리하게 사지는 않기로 했으니 빌려서 봐야겠네요.ㅎㅎ;

마늘빵 2011-03-02 17:11   좋아요 0 | URL
빌려봐도 괜찮은 책이에요. 가넷님은 도사관에서 사시니. ^^
 
미국사 산책 15 - '9.11테러 시대'의 미국 미국사 산책 15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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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15권. 전 17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15권은 오로지 부시와 9.11만을 다루고 있다. 부시가 등장하면서 클린턴 이후 미국은 건드릴 수 없는 세련된 국제 깡패가 되었다. 물론, 클린턴 때도 미국 특유의 권력과 뒷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부시는 그보다 더 심하게, 더 대놓고 한다. 마치 이명박 정부가 국제 사회와 인권 단체, 시민 단체 등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아버지 부시에서부터 권력을 승계받은 대통령 2세인 조시 부시의 등장은 최고의 뉴스감이다. 그의 도덕성이나 인간됨을 보면 대통령 후보감으로는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아버지 부시와 그가 가지고 있는 정계와 재계의 힘 때문. 미국의 정치계는 부시처럼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형에 이어 동생이, 기타 등등 가족과 친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한국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정치 입문 또한 대물림되고 있는 것. 하지만 부시에겐 정치하기에 적합한 재능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을 만나면 이름을 잘 외우고 친밀하게 지내는 것.

  부시의 세계관은 매우 단순하다. 이분법적으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적군으로 분류한 국가나 단체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폭격을 가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불문하고, 다수는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듯하고, 부시는 복잡 미묘한 문제도 단순하게 해결하려 든다. 그리고 이게 먹힌다.

  한편,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를 묻는 티비 쇼 진행자에게 '예수 그리스도'라고 답해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강준만은 이보다 더 부시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40세 생일파티 날 로키 산맥의 조깅길에서 숙취로 쓰러졌고, 이후 깨달음을 얻어 기독교에 몰입했다. 부시는 그 스스로 예수에 의해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 오강남에 의하면 "미국의 종교문화적인 맥락에서 '거듭났다'는 고백은 은유적인 것이 아니라 대개 방언 등으로 예수의 존재를 '체험'했다는 의미"이다. 부시가 연설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을 언급하며 선과 악을 이야기하고, 악의 처단을 외치는 것은 그가 그의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삶을 살기 때문. 40세 이후 그의 삶은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심지어는 대통령 출마까지도. 

  한국에서 언젠가부터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말이 나도는데, 이것은 부시가 내세운 통치 철학과 관련된다. "감세는 보수적이고, 사람들에게 쓸 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은 온정적이다. 교육에서 학교, 높은 기준, 결과에 대한 통제를 주장하는 것은 보수적이고, 모든 어린이가 일기를 배우고 아무도 되처지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은 온정적이다. 일하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복지체계를 개혁하는 것은 보수적이고, 사람들을 정부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은 온정적이다. 잘못된 행동의 결과를 반영하도록 청소년법 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보수적이고, 그런 원칙을 인정하면서 사랑을 함께하는 것은 온정적이다." 이와 같은 부시의 연설 내용은 모두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의 성격을 설명한다.   

  강준만이 인용한 김지석에 따르면 "보수주의에 '온정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이유는 개인의 책임과 시장 원리를 강조하면서도 주로 종교단체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앙에 기초한 기구'로 대폭 이전한다는 것" 결과적으로 이 이념으로 인해 복지 제도는 축소되었고, '종교적 성격이 강한 보수'가 제도화되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 역시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정치와 정부의 정책 등 곳곳에서 한국은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작업이 한국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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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1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0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권까지 낸 강준만도 대단하고 그걸 읽어내는 아프님도 대단하고 ㅎ

마늘빵 2011-03-02 13:12   좋아요 0 | URL
대략 통독하고 있어요. 13권부터만 읽었으니 다섯 권 읽은 거죠. ^^ 꼼꼼하게 읽을 책은 아녀요. 잡지 읽듯 읽으시면 될듯.
 
한국인의 철학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편집부 지음 /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2011년 1월
품절


전국의 도덕, 윤리 교사들이 약 6천여 명입니다. 이분들 가운데에는 도덕과 윤리를 철학적 접근을 통해 진지하게 교육시키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드물지요. 교과 내용 또한 사회과학 중심의 국가주의적 내용들입니다. 도덕이나 윤리가 철학을 모 학문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현실 정치를 지향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고교 철학을 반대하는 분들은'철학을 가르쳐 무얼 하자는 말이냐'고 하지요. 그러나 적어도 학생들이 자아정체성을 찾도록 철학적 문제와 철학적 성찰의 샘플을 보여주고, '나는 누구냐' 하는 생각을 하게는 해주어야 합니다. 철학적 성찰이 가미되지 않은 윤리 수업은 그래서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딜레마죠.(손동현)-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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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산책 14 - 세계화 시대의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사 산책 1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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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이 한창 사회의 불합리와 지식인의 모순된 행동 등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던 90년대 후반 이후, 그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더이상 거친 글을 쓰지 않았고, 누군가를 향해 실명 비판을 하지도 않았다. 많이 지쳤구나 생각했고, 글을 쓸수록 적을 더 늘리면서 외로움도 많이 느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비판 활동은 현저히 줄었지만, 집필 활동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창에 '강준만'이라는 세 음절을 치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나오고, 그 중 2000년대에 낸 책들도 상당수다. 그는, 비판을 줄인 대신, 한국의 생활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강준만 2기 체제인 셈. 

  이미 수많은 축구, 목욕, 전화, 성형 등등에 관해 많은 글을 썼고, 그 중 일부를 책으로 엮었다. 한국의 생활사를 쓰면서 함께 작업한 것이 미국사다. 한국은 한편으로는 일본을, 한편으로는 미국을 따라가고 있고, 일본과 미국의 현재를 보면 한국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국가로 남을 것이고, 미국에서 일어나는 정치, 문화, 기업 등의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미국사 산책 14권의 주제는 '세계화 시대 '팍스 아메리카나''이다. 세계화, 문명의 충돌, 어플루엔자, 클린턴의 지퍼게이트, 신자유주의 등을 크게 다루고 있고, 각각의 주제에 부합하는 재미난 일화로 구성하였다. 아무래도 사건의 내역이 밝혀지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에서 구체적인 행위와 그의 성기의 독특한 모양새 등이 적나라하게 언론에 오르면서 이것은 흡사 한 편의 포르노가 되었다. 미국 언론의 기사는 매우 건조하고 딱딱하나, 세밀한 동작과 모양새까지 써내려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는, 클린턴의 여자관계가 모니카 르윈스키와 폴라 존스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 그는 학창 시절부터 결혼 이후, 주지사 시절에도 여자 문제로 끊임없이 그의 아내 힐러리를 고통스럽게 했다. 아내와 자다가도 밤에 몰래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 섹스하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했고, 힐러리는 이같은 일이 수차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살았다. 힐러리 또한 정치적 야심이 있기 때문. 뉴욕 포스트에 의하면 클린턴이 '섭렵'한 여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인종이나 노소는 물론, 유부녀, 미망인도 가리지 않았다고. "흑인, 백인, 딸 첼시 양만큼 어린 처녀, 이혼녀, 창녀, 카바레 가수, 변호사, 미스 아메리카, 기자, 공무원, 친구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상대했다."

  누구랑 어떻게 섹스를 하는가,는 개인의 사적인 문제지만, 아무래도 그의 위치가 대통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밌는 건,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섹스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라보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 대통령의 섹스에 대해서 그 나라 국민은 미국만큼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는다는 것.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이미 대통령을 그만두어야 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 책에서 이야기하기로는 미국인은 섹스를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섹스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시카고대학의 한 조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말로만' 섹스하기를 좋아하며, 침대에서 섹스를 하는 것보다는 텔레비전을 보며 남의 섹스를 감상하는 것을 선호하는 국민"이다. "이에 대해 한 미국인은 "미국이 완벽한 체형을 가져야 성적 매력이 있다는 심리를 조장하는 사회다 보니 배우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역사상 탄핵 위기에 몰린 앤드루 잭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잭슨만 탄핵을 당했고, 클린턴은 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헌법 기초자들에 의하면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과 이에 대한 거짓말을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의 중대 범죄 또는 비리로 보지는 않을 것이란 여론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처음에 언급한 세계화, 신자유주의, 문명의 충돌 등을 주제로 하여 이처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1권에서 17권까지 모두 읽을 필요도 없고, 관심 있는 주제가 담긴 책을 선택해 무작위로 뽑아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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