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15 - '9.11테러 시대'의 미국 미국사 산책 15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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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15권. 전 17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15권은 오로지 부시와 9.11만을 다루고 있다. 부시가 등장하면서 클린턴 이후 미국은 건드릴 수 없는 세련된 국제 깡패가 되었다. 물론, 클린턴 때도 미국 특유의 권력과 뒷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부시는 그보다 더 심하게, 더 대놓고 한다. 마치 이명박 정부가 국제 사회와 인권 단체, 시민 단체 등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아버지 부시에서부터 권력을 승계받은 대통령 2세인 조시 부시의 등장은 최고의 뉴스감이다. 그의 도덕성이나 인간됨을 보면 대통령 후보감으로는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아버지 부시와 그가 가지고 있는 정계와 재계의 힘 때문. 미국의 정치계는 부시처럼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형에 이어 동생이, 기타 등등 가족과 친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한국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정치 입문 또한 대물림되고 있는 것. 하지만 부시에겐 정치하기에 적합한 재능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을 만나면 이름을 잘 외우고 친밀하게 지내는 것.

  부시의 세계관은 매우 단순하다. 이분법적으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적군으로 분류한 국가나 단체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폭격을 가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불문하고, 다수는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듯하고, 부시는 복잡 미묘한 문제도 단순하게 해결하려 든다. 그리고 이게 먹힌다.

  한편,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를 묻는 티비 쇼 진행자에게 '예수 그리스도'라고 답해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강준만은 이보다 더 부시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40세 생일파티 날 로키 산맥의 조깅길에서 숙취로 쓰러졌고, 이후 깨달음을 얻어 기독교에 몰입했다. 부시는 그 스스로 예수에 의해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 오강남에 의하면 "미국의 종교문화적인 맥락에서 '거듭났다'는 고백은 은유적인 것이 아니라 대개 방언 등으로 예수의 존재를 '체험'했다는 의미"이다. 부시가 연설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을 언급하며 선과 악을 이야기하고, 악의 처단을 외치는 것은 그가 그의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삶을 살기 때문. 40세 이후 그의 삶은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심지어는 대통령 출마까지도. 

  한국에서 언젠가부터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말이 나도는데, 이것은 부시가 내세운 통치 철학과 관련된다. "감세는 보수적이고, 사람들에게 쓸 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은 온정적이다. 교육에서 학교, 높은 기준, 결과에 대한 통제를 주장하는 것은 보수적이고, 모든 어린이가 일기를 배우고 아무도 되처지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은 온정적이다. 일하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복지체계를 개혁하는 것은 보수적이고, 사람들을 정부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은 온정적이다. 잘못된 행동의 결과를 반영하도록 청소년법 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보수적이고, 그런 원칙을 인정하면서 사랑을 함께하는 것은 온정적이다." 이와 같은 부시의 연설 내용은 모두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의 성격을 설명한다.   

  강준만이 인용한 김지석에 따르면 "보수주의에 '온정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이유는 개인의 책임과 시장 원리를 강조하면서도 주로 종교단체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앙에 기초한 기구'로 대폭 이전한다는 것" 결과적으로 이 이념으로 인해 복지 제도는 축소되었고, '종교적 성격이 강한 보수'가 제도화되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 역시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정치와 정부의 정책 등 곳곳에서 한국은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작업이 한국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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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1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0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권까지 낸 강준만도 대단하고 그걸 읽어내는 아프님도 대단하고 ㅎ

마늘빵 2011-03-02 13:12   좋아요 0 | URL
대략 통독하고 있어요. 13권부터만 읽었으니 다섯 권 읽은 거죠. ^^ 꼼꼼하게 읽을 책은 아녀요. 잡지 읽듯 읽으시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