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철학 창비청소년문고 2
탁석산 지음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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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서 의미는 신으로부터 부여되지만 철학에서 의미는 개인이 스스로 찾아가는 것입니다.-17쪽

철학은 바로 이 자유와 존엄성을 위해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생각에 의해서만 자유와 존엄성을 찾을 수 있고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생각을 합니다. 그것도 고도의 추상적 작업을 하지요. 자유나 존엄성은 이런 고도의 추상적 작업의 결과입니다. 단순히 먹을거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자유로워지거나 존엄해지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존엄성도 자신이 스스로 존엄해짐으로써 지켜 내는 것이지요. 세상 그 누구도 우리 내면의 생각을 빼앗거나 지울 수는 없을 겁니다. -18쪽

남이 강요한 대로 따르거나 비판 없이 받아들인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면 자기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체계가 더해지고 치열함이 더해지면 자신의 ‘철학’이 됩니다. -19-20쪽

과학은 세계를 설명하려 하지만 철학은 세계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64쪽

나는 특별히 나 자신이 신의 보물을 맡고 있다고 말할 생각이 없다.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또한 나는 자신이 천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게시가 이끄는 대로 걷고 행할 뿐이다. (무함마드)-94쪽

믿음은 수용되면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에 반해 철학은 서서히 형성되며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지도 않지만 일단 자신의 생각이 되면 역시 삶에 전면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철학의 힘이 여기 있습니다. 생각의 힘을 믿고 자신의 생각을 갖추는 것이 자기만의 철학으로 가는 길입니다.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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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2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는 자에겐 모든 게 희극인데, 느끼는 자에겐 모든 게 비극이지요.
 
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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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작가의 주된 메세지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사법 시험에 합격했으며, 검사로 임용된 그는, 검사에서 변호사로 신분을 바꾸기 전까지 수많은 사건을 접했고,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들을 만났다. 이 사람이 범인인가 싶었는데 아닌 경우도 있고,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을 대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은 경우도 있었다. 결론이 확실하다면 그나마 나은데 뭐가 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건들도 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성이 있다. 진실은 그 어느 지점엔가 존재하고, 우리는 양쪽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  책에는 많은 사건들이 글의 재료로 쓰였고, 중간중간 읽으면서 평소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가령, 아동 성폭행 범죄 사건이 터지면 일부 네티즌들이 '화학적 거세'를 해결 방안으로 내놓는데, 사실 이렇게 실시한다고 해도 그의 성기를 이용해서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뿐이지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손이나 눈, 입으로도 충분히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다. 범죄는 '성기의 꼴림'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범행 대상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시작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화학적 거세가 아니라 인위적 시각 장애를 주장해야 하는 걸까? 성기를 제거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학생 인권에 관한 부분도 나오는데 1974년 4월 3일 시행 대통령 긴급조치 4호 5항에 따르면, "학생의 부당한 이유 없는 출석, 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관계자 지도, 감독하의 정당한 수업, 연구 활동을 제외한 학교 내외의 집회, 시위, 성토, 농성 기타 일체의 개별적, 집단적 행위를 금한다. (...) 위반한 자 및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해야 한다. 그 시절의 대통령과 정부가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희 시대에는 고려대학교 교내에서 시위하면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는 법조문도 있었다고.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이 사실을 알까? 이 책이 아니면 계속 모르고 지나갔을 것.  

  이슈거리를 두고 다른 근거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다는 것,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준다는 것은 이 책에서 내가 얻은 부분이다. 그러나 딜레마적 상황을 던져주고, 금태섭 변호사가 자신의 대답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두루두루 누구나 답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고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했지만, (나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그 문제의 근거가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약해 고민을 해소하지 못하기도 했다. 관련된 주제로 글을 썼기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가 되었던 것이다. 

*  몇 년 전부터 계속 생각해오던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생각했지만, 이 근거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고 일단 놀랐고, 또 나와 입장이 다른 그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그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내내 마음속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인데, 진보적 여성 운동가들-그들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중 일부는 성기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과 손이나 팔, 다리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성매매를 옹호하기도 한다. 듣고보면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이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 이건 뭔가 아닌데 하고 생각하면서, 그 두 행위의 차이로 생각해 본 것이 일종의 '인격권'이라는 것.

  말하자면 이는, 성기는 신체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노동한다는 것은 애초 어불성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다지 강력하지는 않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건데, 금태섭 변호사 또한 이 책 중간에 성매매 여성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을 위한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정말 돈을 내고 자신을 고르는 사람과 섹스를 하는 행위에 '자발적인' 경우와 '비자발적인' 경우가 구별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성매매는 범죄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라고 답한다. 이 글에서 금태섭 변호사가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내가 생각한 일종의 인격권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그와 나의 입장이 비슷하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깔끔하게 내리기는 어렵다.

* 이 책에 대해 어느 독자는 고등학생이 논술 답안으로 작성한 수준의 글이라고 평했지만, 글을 쉽게 썼다고, 글이 쉽게 읽힌다고, 내용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금태섭 변호사의 검사 시절부터 변호사인 지금까지 경험한 직간접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법률 에세이라고 봐야 하고, 이 안에서 우리는 충분히 그의 경험을 빌려 생각을 넓힐 수 있다는 것. 독자는 그의 책을 재료로 삼아 '만일 나라면'이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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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8-2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폭행을 살인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사카 고타로의 책 [골든 슬럼버]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성추행에는 명분이 없다고. 저도 그것에 동의하는데,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그 순간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갇혀 살게 하기 때문에 죽는것보다 못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물리적 거세를 원했었어요. 화학적 거세도 다 필요없다, 물리적 거세만이 살길이다. 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거죠, 그쪽에 대해서는. 그런데 아프락스사스님의 이 리뷰를 읽으면서 결국 그것도 궁극적인 해결은 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야 비로소 말이죠. 그러네요, 반드시 성기가 아니어도 성추행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맙소사. 끔직하네요.

성매매에 대해서도 최근에 좀 생각이 복잡해졌는데, 이 책은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마늘빵 2011-08-23 10:15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성매매에 관련된 부분은 아주 조금이에요. ^^ 각 주제를 조금씩만 할애해서 쓰고 있는데 생각해볼 부분은 많을 거에요.
 
 전출처 : 마늘빵 > 당신의 판단, 정말 최선입니까?

 

 

 



  "당신의 판단, 정말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금태섭 변호사의 본격 법 이야기 두 번째(라고 기억한다). 궁리에서 나온 <디케의 눈>을 읽었고, 2년전쯤인가 이화여대에서 조국 교수와 함께 한 강연회도 무척 재밌었다. 당시 조국 교수의 인기가 너무 많아-그래도 지금처럼 모든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루는 인물은 아니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수많은 여대생들이 조국 교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길에 서는 사태가 빚어졌고, 다른 한 편에선 함께 강연을 했음에도 줄이 전혀(?) 없는 금태섭 변호사가 홀로 외로이 서 있었다(고 기억한다).  

  강의의 주제는 이번에 출간된 <확신의 함정>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보통 책이 출간되면 그에 맞는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간혹 비슷하지만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엔 후자인 것. 책을 안 읽은 분들에겐 전자가 더 낫겠지만, 이미 읽은 분들에겐 후자가 더 신선하고 얻어가는 것이 많을 것. '금태섭 변호사와 함께하는 국민참여재판 아카데미'라는 주제답게 2008년 한국에 도입된 배심 제도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 배심원으로 뽑힌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지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아직 배심 제도가 본격 활성화되지 않아서인지 관련된 내용을 접한 적이 전혀 없다. 다음은 금태섭 변호사의 강연 내용이다.  

  "2008년 배심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사건 발생 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은 굳이 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법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사실을 판단하는 것에는 법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며, 일반인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죄와 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법관의 영역이라고 봐도, 여기까지 도출되기 위한 사실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 판사는 기존에 쌓인 경험을 토대로 좀 더 명확히 균형있게 사실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기존에는 재판이 서류만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구두 변론이 가능토록 하였다. 배심원들은 서류가 아닌 검사와 변호사의 변론을 듣고 판단을 하게 된다. 때문에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현재 법 전문가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고, 전관 예우 등의 폐해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배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사건으로는 살인, 뇌물, 강도 등의 무겁고 심각한 것이다. 재판은 거의 하루 만에 끝내야 한다. 배심원들의 생활을 빼앗으면서 오래 끌 수는 없기 때문. 배심원은 열두 명을 앉히는데, 그 중 세 명은 예비 배심이다. 그러나 누가 예비 배심인지 알려주지는 않으며, 이는 재판 과정을 진정성 있게 듣게 하기 위함이다. 재판이 모두 끝나면 그때 예비 배심을 알려준다."  

  "배심원은 주민등록 추첨으로 후보를 선정하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이들만 부르고, 후보들 가운데 재판 배심원으로 선정하기 부적합한 경우는 배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족이나 지인이 폭력, 살인 등을 당했는데 비슷한 사건에 배심원으로 선정되기는 어려울 것.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 또, 검사와 변호사는 배심 후보들 중에서 배제했으면 하는 사람을 지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배심원들의 생김새나 분위기 등을 보고 이 사람은 안 되겠다 싶은 사람을 직감적으로 선택하는 것."  

  "배심 제도의 난점으로는, 배심원들의 재판 이전의 생각이 변론을 통해 바뀌기는 어렵다는 것. 또, 지역의 평균적인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부르기 어렵다는 것, 배심원이 사건 당사자(피고)와 아는 사이인 경우 유죄 평결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 배심원들끼리 토론을 할 때 동전 던지기를 통해 유무죄를 결정한 사례가 있었는데 미국에선 이를 유효하다고 보았다는 것,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표정을 드러내거나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즉, 판사는 유죄라고 생각하는데, 배심원들이 무죄라고 하면 배심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기에 그들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리 내색을 한다는 것." 

   금태섭 변호사는 배심 제도가 대략 이러한 난점을 드러냈지만, 난점을 알고 있으니 보완해 나가는 방안을 찾고 있으며, 재판 과정에 시민이 참여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검사로서, 또 현재는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겪는 여러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면서 이야기했기 때문인지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여러 강연을 갔지만 Q&A 시간에 이렇게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질문에 질문에 질문에,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여전히 끝이 날 줄을 몰랐다. 시간이 오래 지체되면서 금태섭 변호사는 '이제 그만!'을 속으로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그들을 배려하여, 어느 선에서 멈추었고,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아쉽게 강연장을 나서야 했다.   

  그는 자신이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대로, 옳다고 믿는대로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고,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움츠려들거나 자기자신을 꺾는다면 그 사람은 딱 거기까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시일이 지난 뒤 후회 없이 살고자 하면 그 상황에서 소신을 꺽지 않아야 한다는 것. 마지막 질문자 덕분에 이와 같은 말로 강연이 마무리되었다. 계속 검사로 살고자 했지만 검찰에 실망도 많이 했고, 자의반 타의반 검사복을 벗고 변호사가 된 그는, 이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서기도 한다. 조국 교수가 강단과 시민사회에 머리를 제공하는 학자라면, 금태섭 변호사는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하는 실천가이다. 그를 다른 자리에서 또 만나기를 기대한다. 다음엔 세 번째 만남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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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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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폭력으로 답하는 것은 결국 폭력을 몇 배로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별도 없는 어두운 밤하늘에 더 깊은 어둠을 더하는 것이지요." (마틴 루서 킹)-82쪽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이탈로 칼비노, <왜 고전을 읽는가>)-151쪽

"피레네 산맥 이쪽에서의 진리가 산맥의 저쪽에서는 오류가 된다."(파스칼)-169쪽

힘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확실한 사실은,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196쪽

"학생의 부당한 이유 없는 출석․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관계자 지도․감독하의 정당한 수업․연구 활동을 제외한 학교 내외의 집회․시위․성토․농성 기타 일체의 개별적․집단적 행위를 금한다. (…) (이 조항을) 위반한 자 및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1974년 4월 3일 시행 대통령 긴급조치 4호 5항) -220쪽

"나의 관점이 당신의 관점보다 뛰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당신의 주장이 절대로 옳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사르트르)-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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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8-0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지난주엔가 한겨레21에서 이 책 광고 보고 보관함에 넣어두었거든요. 리뷰 써줄거죠? 아프님 리뷰 읽고 사야겠다.

마늘빵 2011-08-09 22:43   좋아요 0 | URL
응응, 술술 잘 읽히고, 재밌어요. 리뷰 쓸 게요. ^^

비로그인 2011-08-1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늘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시작하는데, 왜 늘 어떤 이들은 이걸 약점으로 잡는지 모르겠어요.

마늘빵 2011-08-10 21:49   좋아요 0 | URL
음, '누구나 늘 틀릴 수 있다'라는 걸 마음에는 두어야겠지만, 밖으로 표현할 경우 그렇죠. 주의주장이 약해보일 수도 있고, 상대방이 이 점을 들어서 넌 그렇게 생각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그냥 해버리면 -_- 더 할 말이 없죠.
 
기획회의 300호 2011.07.20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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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출판 잡지, 기획회의. 잡지의 제목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잡지가 되어버렸는데, 때문에, 출판 관련 잡지를 찾으려고 검색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정보가 없다면, 이 잡지를 찾아낼 수 없을 것. 몇 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후 몇 차례 구입해 보았다.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이다보니 매회마다 기획을 새롭게 할 수는 없을 것.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신선한 정보와 기획을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300호는 기념 특집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선정했고,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에게 글을 의뢰했다. 특집답게 책의 분량도 늘어났고, 가격도 두 배다. 판매지수를 봐도 과월호에 비해 월등히 많이 팔렸음을 알 수 있다. 기획이 독자를 사로잡고, 책의 판매량을 좌우하는 것. 굳이 베스트셀러 단행본이 아닌 출판 잡지만을 놓고봐도 알 수 있다. 300호에 300인의 저자. 인원 수의 선정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데, 적당한 시점에서 정리는 잘 했다. 혹, 어떤 저자는 자신이 빠진 것에 대해서 서운해 할 수 있겠다.

  기획회의 입장에서는 300인의 저자를 선정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작업이었을 것 같다. 아마도, 인터넷 서점 창을 열어놓고 분야별로 스크롤을 쭈욱 내리면서 검토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평소 저자 위주로 살펴본 사람이어도 이렇게 300명만 골라 선정할 때엔 분명 빠지는 이들이 있을 테니. 어느 한 쪽으로 편중되거나 빠뜨리지 않도록 검토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쏟았을 것 같다. 한 번쯤 이렇게 한국에서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하는 저자들이 누가 있는지 정리하는 것도 괜찮고, 내가 평소 관심 갖고 있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저자들로는 누가 있나 훑어보는 계기도 된다.

(참여하신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다음과 같이 선정 과정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문광부의 우수 교양 도서를 비롯하여 최근 5년간의 각종 추천 도서 목록, 기획회의에서 언급되었던 저작물 목록 등을 취합해서 1차 참고 목록을 만들고 선정 자문 위원들이 그 목록을 놓고 첨삭을 해서 최종 후보 목록을 만든 뒤에, 필자들에게 제공하고 여기에 각 주제를 맡은 필자들이 글을 쓰시려는 방향에 따라 다시 첨삭을 가하고 최종적으로 선정 자문 위원들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선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기념 특집에서 좀 아쉬운 것은, 필진 후보가 없었는지 썼던 사람이 여기저기 수 편씩 썼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심지어 글을 네 편 가량 쓰기도 했는데, 여러 편 쓴 필진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기획회의가 300인을 선정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누가 그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여기 실린 글이 함량 미달이거나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거나 하진 않는다. 한 사람이 여러 글을 썼더라도 중복을 피하려 했을 것. 그치만 글을 읽는 맛을 위해 한 사람이 각각 하나의 글만 썼으면 어땠을까.  

(위와 관련해서도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기획회의 자체의 열악한 운영 시스템으로 인해 빚어진 불가피한 일임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매 회 이렇게 신선한 기획으로 독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한 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기구독을 신청하기엔 내겐 그 한 방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매번 눈길이 갈 때만 지갑을 연다.  

  덧) 아쉬운 점 하나 더. 책의 후반부에 300인의 저자들의 대표 저작물을 표 안에 함께 기록해두었는데, 해당 저자의 대표작을 정작 빼놓고 부차적인 저작물을 넣은 경우가 보인다. 탁석산의 경우는 심했는데, 그의 주 저작은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의 주체성>이라고 봐야 한다.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와 같은 책은 그를 대표할 수 없다.  

('덧'과 관련해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잡지의 어디에도 '대표작'을 선정했다는 말은 없었지만, '최근 5년작'이라고 표기하지도 않았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독자가 '대표작'으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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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8-0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가 다 있네요. 신기하다.
아프님이 출판계에 있었다는게 이런걸 보면 생각나요~

마늘빵 2011-08-04 09:46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책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 본다는. ^^

로쟈 2011-08-0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필진으로 끼는 바람에 알고 있는 내용을 덧붙이자면, 300인 명단(실제론 좀 넘습니다)은 기본리스트를 바탕으로 선정자문위원들이 분야별로 리스트를 뽑고 거기에 각 필자들이 조금 더 보탠 식입니다. 최근 5년간 출간된 책 위주구요(그래서 누락된 저자들도 있습니다), 학술서는 배제했습니다('학술적'인 책도 없진 않지만요)...

마늘빵 2011-08-04 10:16   좋아요 0 | URL
앗 네. 자문위원들이 검토를 하여 선별한 거군요. 거의 빠짐 없이 정리된 것 같습니다. 대표작 선정은 좀 문제가. 위에 언급한 탁석산 같은 분이 보면 기분이 별로겠다 싶어요.

똥개 2011-08-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말씀... 로자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최근 5년간'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가장 지양하려고 했던 건, 인터넷 열고 키보드에 손가락만 올려놓으면 찾을 수 있는 정보를 나열하는 건 가급적 피하자는 거였습니다. 강준만 교수처럼 다작인 경우는 최근 5년간의 저작목록만으로도 엄청난 분량이 나오는데 그걸 다 수록할 수는 없고, 또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저작활동을 하고 있는데 10년도 넘은 책을 대표작이라고 지목하는 건 자의성의 여지도 있지만, 보기에 따라선 최근엔 이렇다할 저작을 못 내놓고 있는 것으로 비칠 소지도 다분하지요. (다시 찾아보니 '대표작'이라는 표기는 어디에도 없네요. '대표작'이 아니라 '최근작'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최근작'이라는 표기도 하지 않음으로써 '대표작'으로 오해될 수 있게 한 것은 분명 편집 실수이겠습니다만...

똥개 2011-08-0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자 중복 문제는 안타까운 부분이기는 한데.. 그게 현재의 현실입니다. 기획회의가 살림이 넉넉하다면, 평소에 필자 발굴 노력도 좀 하고, 넉넉한 원고료로 계속 글을 쓰실 지면도 드리면서 격려도 좀 하고 그럴텐데, 상근인력은 한 달에 두 번 마감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의 최소한의 규모로 운영되는 상황인지라... 잡지의 파워 문제도 크고요. 가령 기껏 신선한 필자에게서 글을 받았는데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부득이 버린 원고도 있는데, 이런 건 평소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잡지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있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잇는 문제입니다만, 그런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급조가 불가피해지는 건 커뮤니티가 형성될 만큼까지는 매체 파워가 미약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 지적하신 아쉬뭉을 피하려면, 당장은 모자라더라도 더 응원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른 매체들이 다 죽어버려 글 좀 쓰실 만한 분들이 안정적으로 글쓰기를 할 지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나마의 아쉬운 모양새로라도 단 한번의 결호도 없이, 또 부실한 내용으로 구색맞추기식 지면때우기를 하지 않으면서 버텨내고 있는게 차라리 기적에 가까운 일로 보입니다.

똥개 2011-08-04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뒷얘기'삼아 한가지 귀띔해드리자면, 인터넷 서점창은 아니고요. 최초의 목록은 문광부의 우수교양도서를 비롯하여 최근 5년간의 각종 추천도서 목록, 기획회의에서 언급되었던 저작물 목록 등을 취합해서 1차 참고목록을 만들고 선정자문위원들이 그 목록을 놓고 첨삭을 해서 최종 후보 목록을 만든 뒤에, 필자들에게 제공하고 여기에 각 주제를 맡은 필자들이 글을 쓰시려는 방향에 따라 다시 첨삭을 가하고 최종적으로 선정자문위원들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선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각 단계에서 첨삭을 가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인터넷서점에 축적된 정보가 유용하게 이용되었겠지만,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을 포함하여 서점의 자료를 저본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마늘빵 2011-08-04 22:52   좋아요 0 | URL
헙,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제 추측에 대한 사실 확인을 공개적으로 해주셔서 궁금해 하실 다른 분들도 시원할 듯합니다. ^^ 선정작에 '최근 5년'이라는 말이 없어 당연히 대표작으로 여겼습니다. 다른 분들은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서 이전작이나 최근작이나 대표작으로 삼아도 될 것 같은데, 탁석산 샘의 경우는 활동이 뜸하신데다 최근작이 실용서에 가까워 그를 모르는 분들에겐 다소 왜곡된 이미지를 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문제제기를 해봤습니다. 기나긴 해설 감사드립니다. ^^

똥개 2011-08-05 14:18   좋아요 0 | URL
'최근 5년' 외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작고하신 분들은 제외했고요. 문학적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는 시/소설 등 순수창작물도 제외했습니다. '왜곡된 이미지'를 말씀하셨는데, 꼭 탁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어느 저자든 현재의 저작 활동이 펼쳐지고 잇는 지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왕년'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는 전혀 고려의 지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 꽤나 의미있는 저작을 남기신 중요한 저자임에도 최근 5년 동안 1종 이상의 출간도 없는 분들은 과감하게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5년이라는 기준이 자니치게 자으적이랄 수는 있겠지만(왜 10년은 아닌가 같은 문제제기가 가능하겠죠.) '이 시대의 대표저자'라는 기획 취지를 살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탁선생님은 과거에 어떤 책을 내셨든 '이 시대'에 저자로서의 정체성은 그분이 최근에 내신 책들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