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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글쎄다. 이 책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별 세개에서 네개 정도의 점수를 매기고 있고, 또 어떤 소수의 사람들은 별 다섯개를 모두 줘가며 극찬을 하는 마당에, 난 이 책에 별 두개 이상을 주지 못하겠다. 그것도 매우 후하게 준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파울로 코엘료의 베스트셀러들 <연금술사>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오 자히르> 등을 읽었다. 처음 세 권은 괜찮았고, <오 자히르>는 파울로 코엘료에게 실망감을 느끼는 단초가 되었으며,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도무지 더이상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소설이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어떤 사람은 복받치는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활자만을 눈으로 읽어 나가는 것 이상을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서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감동을 느낀 듯 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내겐 아무런 의미도 다가오지 않았다. 읽는 시점에 따라 책은 독자에게 다르게 다가오지만 때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소설이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여러 소설 중 이 책이 몇번째로 쓰여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무명작가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면서 그는 자만에 빠지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으려고 할 것이다. 이 인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그러다보면 비슷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비슷한 구성을 가진 그게 그거인 작품을 내놓을 수도 있을테고, 또는 쓰기 위한 책이 아닌 팔기 위한 책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그랬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는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오랜 동안의 인기를 끌고 싶다면 지금의 기회를 노려 여러 책을 팔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하나를 쓰더라도 오랜동안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 깊이있는 소설을 쓰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일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을 마치 파울로 코엘료가 상업적인 작가로 변질되었다는 식의 이유를 들어 그를 비난하는 듯 한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를 나에게서만 찾고 싶지는 않다. 나의 감성은 아직 메마르지 않았고, 잠시 쉬고 있는 휴화산이기 때문이다. 어떤 소설을 읽으며 나는 감동을 받고 활화산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잠자고 있는 내 마음을 발견할 뿐이다.
마지막 한 권 남은 그의 소설 <악마와 미스프랭>을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난 그의 모든 작품을 다 읽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