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작가 노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6월
절판


"모든 책은 유행이 지난 다음에 읽는 게 좋다" (벤야민)-31쪽

"그렇기 때문에 탈근대의 미학은 예술에 다시 '진리'의 성격을 부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이 진리는 더 이상 고전 회화에서와 같은 '재현'의 진리가 아니다. 그것은 없었던 것을 새로이 있게 하는 '정초'의 진리, 혹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떤 것을 새로이 보게 하는 '개시'의 진리다. 낯익은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미의 체험이라면, 낯선 것에서 충격을 받는 것은 숭고의 체험이다. 따라서 예술적 진리에 대한 관념이 변하면, 예술을 규정하는 미적 범주 역시 자연스레 '미'에서 '숭고'로 바뀌게 된다. 과거의 예술이 '아름다운' 대상을 창조하려 했다면, 오늘날의 예술은 낯선 것을 접하는 충격을 매개하는 '숭고'의 효과를 지향한다."-35-37쪽

"과거의 그림은 예술복제였다. 말하자면 모델과 그림 사이에 인간의 손이 개입했따.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주위에서 보는 이미지는 대부분 손으로 그린 원작이 아니라, 카메라를 이용한 기술복제의 산물이다. 과거의 인간들은 세계를 맨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세계를 본다. 말하자면 우리의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이미 남이 본 것의 복제영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상과 실재 사이에 뚜렷한 구별이 있었지만, 오늘날 이 구별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우리가 실재라고 믿었던 것은 가상으로 밝혀지고, 우리가 한때 가상이라 부르던 것이 오늘날에는 현실이 되어간다."-39-41쪽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도서관, 그것도 개가식 도서관이다. 그 안에서는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이 미로라는 것은 한갓 은유에 불과한 게 아니다. 실제로 도서관은 미로다. 서가에서 책을 한권 뽑아서 바닥에 앉아 읽는다. 그러다가 거기에 인용된 어떤 책에 주목을 하게 된다. 그 책을 찾아서 다른 서가로 자리를 옮긴다. 그렇게 찾은 책을 읽다가 다시 거기에 인용된 또 다른 책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게 바로 미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51쪽

" '우연'은 내 주관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태다. 내가 원한다고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연은 내 주관의 바깥에서 치고 들어온 사건의 발생이다. 그것은 내 주관적 상상력의 한계 그 너머를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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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9-15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책은 쿠폰이 발행된 다음에 사서 읽는 것이 좋다 - 낡은구두
쿨럭~

마늘빵 2005-09-15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미 보셨나보군요. 전 나중에 한꺼번에 할인쿠폰으로 질렀죠. 작가노트 먼저 보고 본책은 이제 보려고 하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