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6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11월
구판절판


사람들은 사랑을 언제나 대상의 문제로 환원한다. 한마디로 대상을 잘 고르면 만사형통이라 여기는 것이다. 사랑에 실패한 건 대상을 잘못 골랐기 때문이고, 아직까지 사랑을 못해 본 건 '이상형'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참으로 신기한 인과론이다.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는 판에 나는 몸만 쏙! 들어가면 되는가? 실패한 다음엔 다시 몸만 쏙! 빠져나와 복수극을 펼치면 되고? 이렇게 지독한 이기주의가 또 있을까? 상대를 잘못 만나 인생을 망쳤다면, 그런 상대를 선택한 '나'라는 존재는 대체 뭔가?
상식적인 말이지만, 사랑 따로 나 따로가 아니라, 나와 사랑과 대상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발생한다. 각자 따로 존재하다 서로 플러스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노동이거나 거래지. 그러므로, 노동이나 거래가 아닌 제대로 된 사랑을 꿈꾼담녀, 반드시 환기해야 한다. 사랑과 대상과 나 사이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 나아가 사랑하는 대상,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14-15쪽

앎의 크기가 내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앎의 열정이 없는 존재가 운명적 사랑을 한다는 건 우주적 이치상 불가능하다. 주류적 척도로부터 벗어나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열정, 자본과 권력의 외부를 향해 과감하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내공. 공부는 무엇보다 이 열정과 내공을 쌓아 가는 과정이다. 이런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해야 한다. -18쪽

연애가 작업이라는 '허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아주 기이한 전도가 일어났다. 사랑이나 연애는 일단 이성 혹은 합리성의 외부에 있는 충동 혹은 열정을 뜻한다. 즉, 접근법이나 형태가 무엇이건 일단은 상식적 코드로부터 탈주하는 힘을 내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작업은 정반대의 벡터를 지닌다. 그것은 출발부터 돈과 권력과 외모라는 주류적 가치를 향해 달려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에로틱한 열정과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작업의 일환'이 되었다. 입시나 취업전선과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27-28쪽

"그녀와 나는 음악과 정치, 예술, 모든 분야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거기다 섹스까지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파트너가 어디 있단 말인가"(존 레넌)-51쪽

"너는 노예인가? 그렇다면 너는 벗이 될 수 없다. 너는 폭군인가? 그렇다면 너는 벗을 가질 수 없다."(니체)-65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이다.(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13쪽)-73쪽

무언가 서로에게 줄 것이 있어, 자신에게 넘쳐나는 것이 있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받고 싶은 것이 있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어 관계를 맺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결혼이다. 풍성한 토양에서 자라는 사랑의 식물은 서로를 선물하는 친구로 만들어주지만,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는 사랑의 식물은 상대방을 구속하는 가시 울타리로 자라난다.(<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30-131쪽) -198-199쪽

무릇 천지만물을 살피는 데는 사람을 보는 것보다 중대한 것이 없고, 사람을 보는 데에는 정보다 묘한 것이 없으며, 정을 살피는 데는 남녀 간의 정을 살핌보다 진실한 것이 없다.(18세기 문인 이옥)-203쪽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스스로 창조한다."(니체)-220쪽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의 기술>, 70쪽)-235쪽

"스승이면서 친구가 아니면 스승이라고 할 수 없다. 친구이면서 스승처럼 배울 게 없다면 역시 친구라 할 수 없다."(이탁오)-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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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요 2008-12-1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해두었습니다. 땡기는걸요. 은근히...^^
 
현대의 과학철학
앨런 차머스 지음, 신일철 외 옮김 / 서광사 / 198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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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과학 법칙이나 이론은 그것이 세계에 대한 한정된 주장을 하기 때문에 반증가능하다. 반증주의자는 이러한 사실에서 더 잘 반증될 수 있는 이론이 매우 느슨한 의미에서 더 좋은 이론이라는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론이 주장하는 바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이론이 지적하는 방식으로 실제로 이 세계가 운행되지 않을 잠재적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에 대해 매우 폭넓은 주장을 담고 있는 이론이 좋은 이론이다. 그러한 이론이 결국 반증가능성이 높으며, 테스트에 붙여질 때마다 반증에 견디어낼 수 있는 이론이다. -82쪽

"나는 나 자신과 같은 반증주의자는 평범한 진리들을 이야기하는 것보단든 흥미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록 곧 거짓으로 밝혀진다고 할지라도 대담한 추측을 제기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인다. 우리들이 이것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오류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이 방법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추측이 거짓임을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진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진리에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 (포퍼)-84쪽

결국 과학은 그 안에 하나의 패러다임에서 더 나은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을 포함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혁명의 기능이다. 모든 패러다임은 자연과의 조화를 문제로 삼는 한 어느 정도 부적당한 요소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불일치가 심각해질 때, 곧 위기가 일어날 때, 하나의 패러다임에 의해 전체 패러다임이 대체되는 혁명적인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효과적인 과학의 진보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165쪽

과학은 실재의 참된 성질에 대한 기술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이념은 간혹 상대주의에 대한 반론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포퍼는 진리를 이러한 방법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사용 방법에 따르면, 한 이론은 그것을 믿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참일 수 있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믿는다고 해도 거짓일 수 있다. 참된 이론은 그것이 확실히 참이라면, 개인이나 집단의 믿음에 관계없이 참이다. 실재의 성질을 참되게 기술한 진리는 포퍼와 같은 실재론자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진리이다. -234쪽

철학자는 어떠한 지식이 받아들여지거나, "과학적인" 것으로 분류되기 위해서 만족시켜야 할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각각의 지식은 그 나름대로 분석될 수 있다. 곧 우리는 그 각각의 목적이 어떠한가를 탐구할 수 있고, 그것의 목적은 통상적으로 생각되고 제시되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고, 우리는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사용된 수단을 탐구할 수 있고, 그리고 그것이 성취할 성공의 정도를 탐구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의 목적을 비판하고,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된 방법의 적합성을 비판하고, 동일한 목적을 획득할 수 있는 대안적이고 더 우수한 방법에 그것을 대비시킴으로써 모든 지식의 영역을 비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어떤 지식의 영역을 과학으로 인정하거나 비과학으로 못박아 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러한 "과학"의 일반적인 범주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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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1-03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이 책 진짜 오랫만에 보네요. 아직도 출간되고 있다니 신기하군요...;;

마늘빵 2008-11-03 08:57   좋아요 0 | URL
스무살 무렵 때 들은 첫 수업이 이거였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었어요. 다시 눈에 띄어서 봤지요. 이건 정리하면서 보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따라가기 힘들어요. 2권도 있던데요? :) 83년인가 85년엔가 나오고 계속 재고가 있는거 있는데요.

바라 2008-11-05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저번에 과학철학 들을 때 참고로 읽었었는데..과학철학 자체가 참 어렵기도 한데 위 책이 그나마 참 평이한 편이었던 거 같네요; 속편으로 나온 <현대의 과학철학 2>권은 사회과학 쪽을 다뤘던 거 같구요. 서광사에서 같은 시리즈로 나온 H. 브라운의 <새로운 과학철학>도 참 좋은 책인 거 같습니다.(좀 더 어려워서 고생했었지만;;)

마늘빵 2008-11-05 09:18   좋아요 0 | URL
지금 다시 봐도 100%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독해서 봐야 할 책인데, 출퇴근 시간에 보고 있으니 집중해서 볼 수가... -_- 2권은 이번에 샀는데, 언제 또 볼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학부 2학년 때 이 책으로 과학철학 수업 받았어요. 그때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몰랐고.
 
맹자 동양고전 슬기바다 2
맹자 지음, 박경환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구판절판


2.8 무도한 왕의 제거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옳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인을 해치는 자는 남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고, 의를 해치는 자는 잔인하게 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남을 해치고 잔인하게 구는 자는 인심을 잃어 고립된 사람일 뿐입니다. 저는 인심을 잃어 고립된 사람인 걸과 주를 처형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73쪽

3.2 맹자의 장점

공손추가 물었다.

"남의 말을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편파적인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것에 의해 가려져 있음을 안다. 도를 지나친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에 빠져 있음을 안다. 사특한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올바른 도리에서 벗어나 있음을 안다. 둘러대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궁지에 빠져 있음을 안다. 이 네 가지의 말들은 마음에서 생겨서 정치에 해를 끼치게 되며, 정치를 하는 속에 횡행하면, 국가의 대사를 망치게 된다. 성인이 다시 살아나시더라도 틀림없이 내 말을 따르실 것이다." -96쪽

3.3 왕자와 패자의 차이

"무력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킨다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억지로 복종한다. 덕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킨다면 진심으로 기뻐하며 진정으로 복종하니, 칠십 명의 제자들이 공자에게 복종한 것이 그 예이다." -102쪽

6.1 올바른 부름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자기 지조를 굽힌 자가 남을 바르게 한 경우는 없다."-165쪽

7.2 어진 정치의 중요성

"오직 어진 사람만이 높은 지위에 있어야 한다. 어질지 못하면서도 높은 지위에 있으면 그의 악을 여러 사람에게 퍼뜨리게 된다."-189쪽

7.4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함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도 그가 나를 친하게 여기지 않을 경우는 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반성해보고,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데도 다스려지지 않을 경우는 자신의 지혜를 반성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대하는데도 그것에 상응하는 답례가 없을 경우는 자신의 공경하는 마음을 반성해 보아야 한다."-192쪽

7.15 마음과 눈동자

"사람됨을 살피는 데는 눈동자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눈동자는 그 사람의 악을 감추지 못한다.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맑고,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눈동자가 흐리다.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눈동자를 보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속 마음을 감출 길이 있겠는가?"-205쪽

8.5 어진 군주의 영향

"군주가 어질면 어질지 않은 사람이 없게 되고, 군주가 의로우면 의롭지 않은 사람이 없게 된다."-223쪽

8.8 해서는 안 될 것과 해야 할 것

"사람이란 하지 않은 것이 있은 후에야 무엇인가 하는 것이 있게 된다."-224쪽

8.11 대인의 말과 행동

"대인은 말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남들이 믿어주기를 바라지 않고, 행동함에 반드시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을 바라지 않으며, 오직 의로움이라는 기준에 따라서 말하고 행동할 뿐이다."

"옳은 것을 바르게 행하되 그에 따른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 되고, 도리를 밝히되 그에 따른 성과를 따져서는 안된다."(동중서)-225쪽

8.14 스스로 체득하는 것의 중요성

"군자가 올바른 도로써 사물을 깊이 탐구해 들어가는 것은 스스로 체득하기 위해서이다. 스스로 체득하게 되면 사물을 대하는 것이 편안하게 된다. 사물을 대하는 것이 편안하게 되면, 그것에서 취해서 축적하는 것이 깊어진다. 취해서 축적하는 것이 깊어지면 자신의 가까운 곳에서 이치를 탐구하여도 그 근본적인 이치와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는 스스로 체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227-228쪽

8.15 폭넓게 배우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

"폭넓게 배우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까닭은 장차 핵심적인 요점을 말하는 것으로 되돌아오기 위해서이다."-228쪽

10.3 벗을 사귀는 도리

"자신의 나이가 많음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의 지위가 높음을 내세우지 않고, 자기 형제 중에 부귀한 사람이 있음을 내세우지 않는다.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벗삼는 것이므로 내세우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281쪽

11.11 학문이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

"인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내버려두고 따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찾을 줄을 모르니, 슬프도다.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318쪽

13.5 보통 사람들

"어떤 것을 행하면서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것에 익숙해 있으면서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일생동안 그것을 따라가면서도 도를 알지 못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다."-361쪽

13.6 부끄러워하는 마음1

"사람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된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진정 부끄러워할 것이 없게 될 것이다."-362쪽

13.12 백성을 부리는 올바른 방법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백성들을 부리면 백성들이 비록 수고스럽더라도 원망하지 않는다.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백성들을 죽인다면, 비록 죽음을 당하더라도 죽인 사람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366쪽

13.19 네 부류의 사람들

"임금을 섬기는 사람이 있는데, 임금을 섬김에 거스르지 않고 기쁘게 해주는 자이다. 사직을 편안하게 하는 신하가 있는데, 사직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는 자이다. 하늘의 백성이 있는데, 높은 지위에 올라 자신의 도가 천하에 행해질 만해야 행하는 자이다. 큰 사람이 있는데, 자기 몸을 바르게 함으로써 남도 저절로 감화되어 바르게 되도록 하는 자이다." -371쪽

13.27 물질적 조건과 마음

"굶주린 사람은 어떤 것도 달게 먹고, 목마른 사람은 어떤 것도 달게 마시는데, 이것들은 먹고 마시는 음식의 정상적인 맛을 알지 못한 것으로 굶주림과 목마름이 입과 배를 해쳤기 때문이다. 어찌 사람의 입과 배에만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인한 해가 있겠는가? 사람의 마음에도 그러한 해가 있다. 만약 사람들이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인한 해가 마음의 해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자신의 부귀가 남만 못하다고 근심하지 않을 것이다."-378-379쪽

13.29 우물 파는 비유

"인의를 지향해 노력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우물을 아홉 길이나 되도록 팠더라도 물이 솟아나는 데까지 도달하지 못했으면 우물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380쪽

13.40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다섯 가지 방식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방식은 다섯 가지이다. 때맞춰 내리는 단비와 같이 사람을 교화시키는 방식이 있고, 덕을 이루어 주는 방식이 있고, 재능을 완전히 실현하도록 해주는 방식이 있고, 묻는 말에 대답해주는 방식이 있고, 직접 가르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감화를 받게 하는 방식이 있다. 이 다섯 가지가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방식이다."-391쪽

13.42 도에 임하는 태도

"천하에 도가 있으면 그 도를 자신의 몸을 통해 실천하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도를 추구하여 자신을 희생한다. 나는 자신의 도를 희생해가며 남을 따랐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393쪽

14.14 백성은 사직이나 군주보다 귀하다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군주는 하찮다. 그러므로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가 되고, 제후의 마음을 얻으면 대부가 된다."-409쪽

14.20 현자와 오늘날의 사람

"현자는 자기의 밝은 것으로 남을 밝게 하는데, 오늘날의 사람들은 자기의 어두운 것으로 남을 밝게 하려고 한다." -4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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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요 2008-10-3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 고전 속에서 진리를 느끼게 되네요.^^

마늘빵 2008-10-30 22:55   좋아요 0 | URL
^^ 맹자에 이어 논어까지 갈까, 아니면 우회해서 다른 분야를 건드리고 갈까 생각중입니다. 맹자를 다 읽어본건 첨이에요.

글샘 2008-10-3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형할 놈 여럿 있죠... 시해가 어울리지 않는...
이 책 괜찮나요? 별이 없어서...

마늘빵 2008-10-31 18:33   좋아요 0 | URL
네. 읽기 좋아요. 홍익문고 거의 절반가격에 팔 때 논어랑 같이 묶어 샀는데 괜찮습니다.

2008-10-31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31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31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라리요 2008-10-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산에서 나온 논어를 읽었는데..
아프님의 추천글 보고서.. 전 맹자를 읽을까 생각중이랍니다.
맹자를 다 읽었다면, 논어로 바로 가기보다..한 템포 건너 뛰고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제 경우는 메모리의 한계로 내용이 섞여버리거든요.ㅋ

마늘빵 2008-10-31 23:28   좋아요 0 | URL
^^ 네 이미 다른 책을 손에 들었어요. 다시 손길이 가면 쓰다듬어주죠.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구판절판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형편없는 ‘성장’ 기록은 당혹스러울 정도이다. 성장의 가속화 - 필요하다면 불평등의 증대와 약간의 빈곤 증대라는 대가를 치르고라도 - 는 신자유주의 개혁이 내건 목표였다. 우리는 부를 더 많이 나누어 가지려면 그 전에 먼저 ‘더 많은 부’를 창출해야 하며, 신자유주의야말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들어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은 증대한 반면, 성장은 사실상 크게 둔화되었다. -53쪽

그러나 부자 나라들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세계 경제의 규칙을 만들고자 하는 부자 나라들의 의도이다. 예컨대 선진국들은 특정한 정책의 채택을 대외 원조의 조건으로 삼는다거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채택과 같은) ‘착한 행동’에 대한 대가로 특혜적인 무역 협정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특정한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발도상국들의 정책 형성에 있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내가 ‘사악한 삼총사’라고 부르는 다자적 기구들, 즉 IMF, 세계은행, WTO이다. 이들 사악한 삼총사는 부자 나라들이 조종하는 꼭두각시 인형은 아니지만, 주로 부자 나라들에 의해 통제되고, 부자 나라들이 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 같은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58쪽

IMF와 세계은행은 상당히 제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범하였다. 그렇지만 이 기구들은 자기들로부터 돈을 빌려가는 나라들은 경제 운용에 실패한 나라들이고, 그런 만큼 그것이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자신들의 본래 임무를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59쪽

리카도의 이론은 절대적으로 옳다. 그 이론은 좁은 테두리 안에서는 그렇다. 리카도의 이론은 정확히 말해 각 나라들이 ‘자신의 현재 기술 수준을 그대로 감수하는 한에서는’ 자신이 비교적 잘 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가 없다.
그의 이론이 통하지 않는 것은 어떤 나라가 보다 고도의 기술을 획득해 대부분의 다른 나라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들을 하고자 할 때, 즉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할 때이다.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려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때 기술적으로 뒤처진 생산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동안 국제적인 경쟁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희생이 따른다. 보다 우수하고 보다 저렴한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선진적인 산업을 발전시키길 원한다면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이다. 리카도의 이론은 현재 상태를 그대로 감수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현재 상태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80쪽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 무역을 권장하면서, 자신들이 모두 완전한 무역은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무역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여섯 살 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보고, 성공한 어른들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여섯 살 먹은 그 아이를 일터로 보내라고 충고하는 것과 같다. 성공한 어른들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자립을 한 것이지,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119쪽

자유 무역은 단적으로 말해 개발도상국들이 생산성 증대 효과가 낮고, 따라서 생활수준 향상 효과도 낮은 부문들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쉬운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 무역을 통해서 성공을 거두는 나라들은 거의 드물고, 성공한 나라들의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결같이 유치산업 보호 정책을 사용해 온 나라들이다. 가난한 나라들은 경제 발전의 취약에서 비롯된 낮은 소득 때문에 자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구사할 수 있는 자유를 크게 제약 받는다. 따라서 ‘자유’ 무역 정책은 역설적으로 그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개발도상국들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120쪽

신자유주의자들은 옛날의 자유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존 경제 구조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치 권력을 줌녀 소유권(그리고 기타의 경제적 권리들)의 분배의 측면에서 반드시 현재 상태를 ‘불합리하게’ 수정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지적 선배들과는 달리 공개적으로 민주주의에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 일반에 대한 평판을 깎아내리는 방법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들에게서 결정권을 빼앗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민주주의 자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도 민주적인 통제의 반경을 축소시키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 결과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에 대해서 (세무기구의 정치적 독립성 따위의) 부자 나라들 내에서라면 받아들여질 수 없을 정도의 ‘반 민주주의적’ 행동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271쪽

"사실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존 메이나드 케인즈)-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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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구판절판


세계에는 그런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무덤'이 무척 많은가요?

1분에 250명의 아기가 이 지구상에 새로이 태어나는데, 그 중 197명이 이른바 제 3세계라 불리는 122개 나라에서 태어난단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곧 이런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묘'에 묻히는 운명을 맞는거야. 레지 드브레(프랑스의 철학자)는 이들을 가리켜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힌 아이들"이라고 표현했어. -65-66쪽

피슐러는 왜 남아도는 식량을 아프리카나 브라질의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지 않지요?

유럽연합은 나름의 논리를 따르고 있어. 자국의 농민들을 살려야 하고, 그 때문에 농산물가격을 높게 유지해야 해. 배고픈 사람들을 돕는 것은 FAO나 WFP의 과제일 따름이지. 하지만 이들 국제기구는 우선적으로 긴급한 지역만 도울 수 있을 뿐이야. 8억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는 '구조적 기아',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식량의 가격이나 생산량의 결정, 그리고 식량의 공평한 분배 등에 대해 FAO나 WFP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야. 세계시장만이 힘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시장은 아주 잔인하단다. -80쪽

미국의 대통령은 약간 부드러운 방식을 택하고 있어. 예를 들어 미국의 이집트에 대한 정책을 보자꾸나. 이집트 사람들의 주식은 밀이나 조를 빻아서 만든 에이시라는 빵이야. 그런데 에이시의 여섯 개 중 하나는 미국과 이집트 간에 맺어진 식량원조 협정에 따라 미국산 밀이 사용되고 있지. 이른바 'PL-480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되는거야. 이 프로그램은 이집트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 협정으로 미국은 자국의 잉여농산물을 이집트에 팔아넘길 수 있었던 것이란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은 미국의 조종을 받고 있는 셈이지. 무바라크는 미국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불과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피리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단다. 무바라크는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어. 미국의 용병 역할에 순응하든가, 아니면 자국의 극심한 기아에 따른 반란으로 축출 당하든가 말야. -96쪽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 (아도르노)-171쪽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서로 책임져 주지 않는 한 인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171쪽

"선거용지가 고픈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니다."(브레톨트 브레히트)-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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