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56분 이후에 불을 끄지마세요."
 
  정말 웃겼다. 동네 주민 붙잡고, 또는 아파트 현관문 딩동 누르고 나온 집주인에게 대뜸 저렇게 말을 하는 한 여자. 미친거 아니야, 라는 반응이 당연하다. 누군가 지금 당장 우리집 현관문을 딩동 누르고 밤 9시 56분 이후에 불을 끄지마세요, 라고 한다면, 당연히 미친여자로 간주할  수 밖에. 혹 얼굴이 이쁘면 몰라 =333 그러고 보니 고소영 정도면 이쁘지. 믿어줄까? 알았어요 불 안끌게요.

  강풀의 만화 <아파트>를 토대로 만든 공포영화다. 지금까지 어떤 공포영화도 만화를 원작으로 하진 않았다. 만화가 공포영화가 될 수 있다니. 강풀이라는 만화가는 들어봤지만, 워낙 만화를 안보는 인간이라 당연히 그런 만화가 있는줄은 몰랐다. 뒷조사 결과 "2003년부터 인터넷 미디어 다음에 연재하며 네티즌들에게 큰 반향을 얻은 바" 있다고 하니 그렇구나 고개 끄덕일 밖에. 어쨌든 만화가 공포영화로 둔갑한데 대해선 놀라울 따름. 원작 만화엔 주인공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한다. 그것도 약간은 어리버리한. 왠지 만화가 좀더 코믹하면서 재밌고 스릴있을 듯 하다.  

  영화에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고 여자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드는 의문. 별 고민 없이 생각해봤을 때, 공포영화에서 있어선 남자보다 여자가 좀더 무섭다. 긴장감을 준다. 그 여자가 느낄 공포, 혹은 이 여자가 평범한 사람이 아닐거라는 의심. 귀신을 떠올렸을 때 남자보다 여자를 떠올리는 데에서 비롯된 캐스팅이 아닐까 생각. 어흥 보다는 으흐흐 가 낫지 않나.



* 고소영. 정말 오랫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췄다.

  그러나 고소영을 캐스팅한 것이 잘 한 짓인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문. 영화 속 고소영의 캐릭터는 사실 밋밋했다. 원작 만화가 어땠고,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별다른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사실 고소영이 나온 영화는 대개 그랬다. 드라마에서 한번 반짝 뜨고는 이후 몇몇 작품들에 계속 출연해왔지만 연기력이 나아진 것 같지도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 것 같지도 않다. 나이는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섰을텐데 데뷔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체되어있는건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매너리즘?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밥벌어먹고 살 수 있어. 나 씨에프에 출연하면 된다고. 이런건가. 지나친 비판은 여기서 그만. 이 글 보면 울지도 모르잖아.

  영화는 그럭저럭 무난하다. 감독은 안병기. 그는 2000년 <가위>라는 영화로 데뷔하여, 2년 간격을 두고 <폰> <분신사바>를 내놨고, 올해 <아파트>를 내놓았다. 그의 작품이 이렇게 네개가 전부인데, 모두 공포영화다. 그는 자신을 공포영화 전문감독으로 밀고 나갈 생각인 듯 하다. 좋아 그런 자세. 그러다보면 정말 탁월한 작품 하나 나오겠지. 내가 특출난 재능이 있는 천재가 아니고서야 한 가지 분야로, 해서 좀더 나은 분야로 나를 밀고 나가는 것이 가능성있는 선택이다. 재능이 없으면 노력으로라도. 그렇다고 안병기 감독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는 나름 영화판에서 전략을 잘 짜고 있다는 생각. 
 
***



* 아 이런 분위기 원츄. 어두운 빨간 드레스에 뭔가 무게있어 보이는 저 화장발. 그리고 긴 생머리.
   신비주의 컨셉. 뭔가 있어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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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7-1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재밌나봐요?? 제껴놨었는데...

마늘빵 2006-07-1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다기보다는 음, 괜찮았어요. ^^

비로그인 2006-07-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껏 고소영이 나온 영화들을 저는 전부 다 무척 재미없게 본지라 이 작품도 아무 생각없이 제꼈더랬습니다만....고소영과는 별개로 두번째 사진의 이미지 정말 한때 원츄했더랬습니다. 흐흐흐..
아참, 지인이 한반도 시사회를 어제 다녀와서는 `한국 영화가 십 년은 퇴보한 걸 보는 기분이다'라고 하더군요. 보지 않았지만 혹시 보실 생각이라면 조금은 말리고 싶습니다.

마늘빵 2006-07-1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반도 저도 그런 이야기 듣고 안 볼 생각입니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두번째 이미지 차림을 좋아하셨나요? 아 저런 차림 원츄입니다.

전호인 2006-07-1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터 그림이 넘 무섭다.
고소영에게 저런 면이........
아 ~~~ 과거에 구미호에도 나왔던가????(아리송?)

moonnight 2006-07-1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어요. 근데 지금은 고소영. 예전보다 더 예뻐졌네. 하며 신기해했던 기억만 나는군요. 흐흐 ^^;

미미달 2006-07-1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신 나올 때 사람들이 막 웃었다고 들었는데....

마늘빵 2006-07-1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 네 고소영 구미호에 나오지 않았었나요? 그런거 같은데...
문나잇님 / 나이답지 않게 이쁜건 사실이에요 인정. ^^
미미달 / 음, 난 맨위에 적은 저 멘트할 때가 웃기던데, 다운으로 본지라 뭐 딴 사람들이 어떤지는 모르겠구.

비연 2006-07-1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소영 나오는 영화는 안 본다는...연기가 넘 딸려서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