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참 답답한 부분이 이 '정치적 균형'에 관한 그들의 생각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정치적 균형을 맞추려면 이런 진보적 견해를 실었으면, 이런 보수적 견해도 실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균형이라는 것이 산술적인 균형이 아니지 않느냐는 게 기본적인 내 생각이다. 그리고, 굳이 정치적 균형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정치적 균형을 애써 맞추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그건 아마도 그 사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분위기를 너무 신경쓰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현 정부 들어서 이런 '자발적 복종' 흐름이 너무 거세다. 굳이 위에서 압력을 넣지 않아도 밑에서 알아서 눈치보고, 긴다는 것.  

  예를 들면 이렇다. 학벌 사회에 관한 철학자 김상봉의 글을 싣는다 치자. 그러면, 학벌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선 당연히 현 학벌을 비판한 글을 싣는 것이 마땅한데, 학벌을 옹호하는 글이 있으면 그것도 싣는 것이 균형있지 않겠느냐는 문제제기는 나로선 당황스럽다. 오히려, 학벌 문제에 대한 비판점과 대안점이 다른 글을 하나 더 싣는 것이 균형이라면 균형이 아닐까. 있는지 모르겠으나 철학자 김상봉의 학벌 사회에 대해 또다른 차원에서 비판하면서 학벌 문제의 해답을 다르게 제시하는 글이랄지. 하나의 예를 든 것이고.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널렸다.  

  우쨌든 답답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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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5-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형이라는 게 참 중요하면서도 참, 많은 함정을 가지고 있지요.
여러모로 진짜 답답하시겠어요. 저도 종종 답답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ㅜㅜ

마늘빵 2010-05-13 14:07   좋아요 0 | URL
예상치 않은 사람에게서 들으면 더 좀 그렇다눈...

글샘 2010-05-1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게 그렇죠. 균형이나 형평성을 들고 나오면, 사회정의와 배치되는 결과를 낳구요.
사회 정의를 위해서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지식인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이 나라의 지식인들이 많은 부분 미제의 앞잡이 노릇이나 하고 있는 서울대출신 미국유학파라 문제지만 말입니다.(해방되고 미군정기에 미국이 가장 먼저 한 일이 서울대 만드는 일이었단 사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말입니다. 국립종합대학설립안, 국대안 반대운동이라고 1946년에 심했지만, 결국 서울대는 1946년에 생겼죠.)
서울대 출신들이 친미적 행보를 걷는 걸 보면, 역시 미국의 혜안에 감탄하게 됩니다. ㅠㅜ

마늘빵 2010-05-13 14:08   좋아요 0 | URL
넹. 주관적 판단을 넣어 객관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주관적 판단을 넣으면 주관적인 견해라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니.

얼그레이효과 2010-05-1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고민하는 부분인데, 나중에 먼 댓글을 한 번 달겠습니다.

마늘빵 2010-05-13 14:08   좋아요 0 | URL
더 길게 쓰고픈데 아직은 저도 쓸 거리는 없어서. ^^ 나중에 보고 생각해봐야겠네요.

건조기후 2010-05-13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론 프로그램같은 거 보면 가장 답답한 점이에요. 최소한 인정하고 넘어가야할 상식이라는 게 있는데.. 그게 없으니 평균이라는 기준조차도 없는 거죠. 각자 지들 말만 한다고 그게 균형이 아닌데 말이에요.

마늘빵 2010-05-13 16:59   좋아요 0 | URL
토론도 그렇죠. -_- 음. 최소한 동의해줘야 하는 상식선이 있는데, 이걸 무시해버리면 할 말 없음.

pjy 2010-05-13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형을 맞추기위한 가늠자가 어떤 기준인지가 참 그렇죠--;

마늘빵 2010-05-14 10: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상식'에 기준을 보통 두면 합의가 되는데. 상식에 동의를 안 하니깐. -_-

바라 2010-05-14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대 구부리기의 비유가 생각나네요. 막대를 반대방향으로 구부리는 목적은 이미 구부러진 막대를 제대로 펴기 위한 것이지요. 예전에 종종 왜 남녀평등주의가 아니라 여성주의라는 이름을 쓰느냐 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충분하진 않아도 이런 식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균형 또는 중립이라는 말은 대개 언제나 지배층의 전유물이지 않았을까요? 도대체가 중립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진정한 중립점을 찾으려면 과감한 비중립으로 우선은 가야하지 않을까요.

마늘빵 2010-05-14 10:10   좋아요 0 | URL
아, 그건 어디에 나오는 비유인가요. ^^ 그쵸. 중립이라면 한쪽으로 쏠린 상황에서 확 반대쪽으로 기울어봐야 하는데. 이렇게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진보로 확 기울어봐야 하고, 여자가 차별받는 사회에선 여자쪽으로 확 기울어봐야죠.

yamoo 2010-05-1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정치적 균형은 달성되기 힘든거 같습니다. 정치적이라는 어휘 자체가 균형과는 거리가 먼~~것 같습니다. 타인들과 하지 말아야 할 얘기중 하나가 정치얘기라 잖아요..^^

마늘빵 2010-05-17 17:46   좋아요 0 | URL
'정치'라는 단어가 너무 스펙트럼이 넓죠. :) 너는 정치적이야,라고 할 때의 정치와, 분야로서의 정치, 이데올로기나 사상으로서의 정치. 사실 정치 이야기는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서 그렇지, 숨기기보다는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야 할 거리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주 자유롭게는 아니지만 분위기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놓는 편인데 토론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죠. -_- 생각이 다르면 그냥 피하려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