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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한참 팔릴 때가 대략 1년전인거 같은데 - 책 생일이 2007년 3월이니 1년은 안 됐구나 - 이제와서 읽고 감동받은 나는 참 느리다. 매주 일간지 토요일자 신간 서적란을 확인하고, 온라인 서점이나 오프라인 서점을 가끔씩 돌아댕기는 나는, 이 책을 무지하게 많이 접하긴 했다. 표지와 제목은 너무나 익숙하다. 그런데, 유명세에 서점에서 대략 훑어본 결과 - 오른손으로 책 전체를 빠르게 쭈루룩 넘겨봄 - 에이 별로 내가 원하는 책은 아닌 거 같다. 그냥 기획용 상품으로 딱 팔아먹기 좋게 나왔네, 하는게 당시의 내 반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책은 그렇게 훑어보면 안 되는 거였다. 한 꼭지씩 천천히 읽다보니 이 책이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꽤나 큰 마음의 움직임을 이끌고 온다는 사실을 알았고, 손에 쥔 채로 끝까지 다 읽어버린 몇 안 되는 책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빨리 읽지도 않았고 꽤나 시간을 들여 읽었음에도 각각의 장들이 내게 주는 감동이 너무나 다채롭고 강렬하여 놓을수가 없었다. 때로는 분노케 하였고, 때로는 어느 글 한 줄이 나를 울려버렸다. 펑펑 눈물 쏟고 운건 아니지만, 닭똥같은 눈물 뚝뚝 흘린 것도 아니지만,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가에 촉촉한 방울이 맺히곤 했다.
솔직히 당시 상품용 책이네, 하고 지나쳤던 이 책을 다시 주목하게 된 건, 지인이 올린 게시물 때문이었다. 그 게시물에는 이 책의 서문(?)이 담겨있었는데, 그 글은 이러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입니다. 현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메세지입니다. 빈틈 없는 논리가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사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식은 엄격히 구분짓는 잣대가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입니다. 말하는 쪽의 입이 아니라 듣는 쪽의 귀입니다. 책 속의 깨알같은 글씨가 아니라 책을 쥔 손에 맺힌 작은 땀방울입니다.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하는 것입니다."
이 시구절같은 대구를 이루는 짧은 문구들은 내 마음을 움직였고, 이 책을 간절히 원하도록 만들었다. 여기 적힌 짧은 문구는 내 삶에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내 마음을 열어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군가 내 마음을 열어서 살펴보고 그걸 멋드러진 글로 옮겨놓은 듯한. 특히나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입니다"라는 부분이 그랬다. 서문(?)의 문구들 답게 본문의 내용들은 매우 짧지만 강렬했고 그 글들은 '지식'보다는 분명 '생각'에 닿아있는 것이 확실했다.
이 책은,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 책을 읽고 싶어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혹은 생각하지 않고 타인의 삶을 복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면 딱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책이다.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 놓았다. 그러나 이미 나는 조금 전의 내가 아니었다." <지식e>는 거기에 딱 들어맞는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책이다. 이렇게 마구 찬사를 늘어놔도 지나치지 않은 책이다.
* 책 서문을 뻬빠로 작성해주신 라주미힌님께, 이 책을 선물해주신 웬디양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