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야 바른 말이지, 요즘 대학을 간다, 대학원을 간다, 하며 학력을 쌓는 것은, 대개는 자신의 불안정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인 경우이지 않을까. 나 역시 이기호씨의 이 글을 보고서 "등록금과 세월을 바친 만큼, 내 지식이, 내 의식이 한 뼘쯤이라도 성장했는가, 자문해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 만다." 학력을 위조한 사람의 잘못을 탓할게 아니라, 자신의 학력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한 이들을 비난하기보다, 자기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나는 내가 획득한 학력과 학벌만큼이나 내 지식과 의식이 성장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봐야한다.
나 역시 이기호씨의 이런 물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대학원을 다니는거야 학문의 목적보다는 - 물론 학문의 욕심도 있긴 하지만 -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지극히 실용적인 목적 때문이고, 결국 대학원은 그 수단이 된 상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대학에 가고 대학을 졸업한게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남들이 수능시험 보고 대학에 가니깐, 나도 수능시험 보고 대학에 간거지. 고등학교 때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대학을 가야할까, 왜 가야할까, 가서 뭐할건데, 라고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그리고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고, 그다지 열심히 공부에 임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목표의식이 없으니까.
그런데, 막상 고3이 되고, 수능시험을 보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가게되더라. 그리고는 목표의식 없이 다니는 대학 대신에 밴드와 동아리에 열중했고, 결국은 목표를 찾기 위해 과를 바꾸는 시도까지 하게 된다. 이후로는 대학을 다니는 의미를 발견했다. 철학은 지식이 아니라 깨우침으로 다가왔고, 철학사적 지식은 깨우침을 위해 이용하고 버리면 된다, 지식은 중요치 않다, 그걸 통해 생각을 해라, 라는 마음가짐으로 나머지 3년을 다녔다. 그러나 다시 졸업 후 사회에 내던져진 상태에서 나의 최우선 관심은, 취직이었다. 결국 나 역시 "남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두려움과, 사회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길 바라는 욕망, 그 마음이 늘 학문보다 앞섰다."
학력을 위조한 사람들은, 학력이 사회에서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을 얻어내고자 했을 것이며, 그들은 위조된 학력으로 꽤 오랫동안 쉽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위조된 학력 덕분이 아니라 실제로 능력이 있고, 위조된 학력은 그것을 발휘할 기회를 잡는데 도움을 줬을 수도 있지만, 기회의 획득 마저도 위조된 학력의 힘이라 할 수 있다. 확실히, 사회에 나와 몸으로 느낀 점은, 사람의 됨됨이나 능력, 성실성 등과 관련없이 학력과 학벌은 기회의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사실상 투덜거림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은 불공평해요, 라고 하기보단 에이씨, 정도로 그칠 수 밖에 없다. 좀 더 나은(?) 학력과 학벌을 갖춘 이보다 기회는 덜 오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다른 걸로 잡을 수 밖에는 별 다른 수가 없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이기호씨의 물음,"졸업장을 갖는다 해서 학력 위조에서 자유로운가? 너는 그래 대학을 나온 사람으로서, 얼마나 대학을 나온 사람처럼 행동했는가? 대학에선 과연 무엇을 배웠는가?" 라는 물음 앞에 나 역시 그와 같이 묵묵부답으로 고개를 떨군다.
* 학력위조 (이기호씨의 관련 글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