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집 청목 스테디북스 38
김소월 지음 / 청목(청목사)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산유화(山有花)

산(山)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山)에
산(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山)에서 우는 적은 새요
꽃이 좋아
산(山)에서
사노라네

산(山)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방학이 되고, 최근에 나온 시집들을 읽어두고 있습니다. 최근 시집들을 너무 읽지 않았다는 생각과, 어떠한 의무감에서... 또는 이제 내게 시는 연구의 대상이나 분석의 대상으로 굳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순수한 감상의 대상으로.

콕콕 쑤시는 시들은 여기저기 있었으나, 아, 시로구나, 하는 시는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눅눅해져가면서 온종일 시집들을 읽어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김소월을 보게 되었습니다. 산유화가 마음에 울렸습니다...

산에 꽃이 핀다는 것. 어찌보면 자명한 진실. 시는 뉴스처럼, 자명한 것을 자명하게 말하면 안되는 법. 그러기에 산에 꽃이 핀다는 것은, 시라는 문법 상 무언가 특이한 것. 시가 될 수 없는 것.
그렇다면 화자는 왜 놀랐을까, 혹은 이를 시화하게 되었을까 하는 점. 즉 왜 이 소재가 '시적'인 것인가 하는 것.

산에는 꽃이 핀다는 것.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핀다는 것.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다는 것.
산에 사는 작은 새는 꽃이 좋아서 산에서 산다는 것. 꽃이 진다는 것.

산유화 라는 것...
이것만큼 신비롭고 비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것이 있을까. 생명의 탄생과 소멸. '저만치 혼자' 피고 또 지는 순환. 그리고 '작은 새'와 '꽃'과 '산'이라는 관계의 소통. 온 삶과 죽음과 관계. 이것이말로 일상이면서, 또 일상에서는 신비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이를 시화함으로서 소월은 일종의 충격을 줍니다. 일상이야말로, 꽃이 피고 지고, 새가 찾아오고 가고, 하는 것이야말로 시라는 것. 그것보다 신비하고 아름답고 쓸쓸하면서도 포근한 것은 없다는 것.

시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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