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힘 - 신제도주의 경제사 시각에서 본 국가의 흥망
김승욱 지음 / 프리이코노미스쿨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자유경제원 이사의 저서라 탐탁지 않았는데, 신제도주의 경제사에 대한 학부1학년 수준의 개설서로는 괜찮은 듯싶다. 논쟁적인 학문적 저서라기보다는, 개설서로 논증보다는 설명에 치우쳐져있다. 예를 들어 독일이 영국을 추월할 수 있었던 요인을 제도개혁과 이에 따른 기술혁신 및 기업가 정신이라 주장하는데, 그 근저에 있었던 역사적 배경이나 다른 변수들을 바탕으로 논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각국의 흥망성쇠의 원인은 시장실패 요인의 제거에 성공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서구에서는 시장경제가 작동하도록 법과 질서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화폐제도가 발전하면서 자발적 교환이 촉진되고 시장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기업제도의 발전으로 자발적 협동이 더욱 촉진되고 시장이 확산되었다.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각종 시장경제제도의 발전은 더욱 기업활동을 촉진시켰다. 이와 같이 제도의 발전이 서구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238)과 같은 결론이 쉬이 동의되지는 않는다. 이는 18세기 이후 서구의 상황일터이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식민지가 값싼 식량생산의 기지가 될 수 있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포메란츠 등의 캘리포니아학파가 제시했던 중국같은 제도적 합리성을 갖추었던 나라들이 왜 발전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논의들도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로마나 지중해에 대한 근거로 시오노 나나미를 인용하는 것도 어이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제도가 경제발전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지라도 매우 중요한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학도 학문의 발전에 따라 점점 융복합적 학문이 되어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신제도주의 경제사가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 성장의 근원에는 제도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고전주의적 경제학의 한계가 온전히 합리적 인간과 시장을 가정한 데에 있다고 하며, 문제는 실제 국가들 중 어떤 국가는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데, 다른 국가는 왜 그렇지 못하는가를 답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식민지 착취는 비용보다 이득이 적었다고 하며, 결국 효율적인 제도가 중요했다고 주장한다. 이 효율적인 제도는 거래비용이 적게 드는 제도로서,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적 수익이 사회적 수익에 근접하도록 사회적 유인체제를 조직”(85)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류사를 보면 두 번의 경제혁명이 있었다. 이는 거래비용의 크기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한 제도인 재산권 확대의 역사이다. 첫 번째는 신석기혁명으로 정착생활과 농업의 시작이다. 이 때 농경의 시작은 배타적 공동재산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렵채취 경제의 재산권이 공동재산권이라면, 농경은 노동을 투입해 농사지은 것을 노동 투입자의 것으로 인정해야 했다는 것이다. (109)

  

두 번째는 19세기 말 독일과 미국의 경제혁명으로 지적재산권의 확립, 그리고 기업(주식회사)이라는 제도의 창출과 관련이 있다. 이 시기에 이르러 비로소 멜서스의 덫을 뛰어넘는 생산력 발전이 가능해진다. 지적재산권이 확립되어야 사람들이 기술혁신에 유인된다. 또 기업이라는 위계조직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가격 메커니즘의 대체 역할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