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 여성들 -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 연세근대한국학총서 109
배상미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흥미롭게 읽었다. 매우 잘 읽힌다. 박사 논문은 안 읽고, 책으로 펴낸 것만 읽어서, 박사 논문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일단 저자에게 묻고 싶은 것


1. 방법론적 고민.
소설 연구자가 아니라, 소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문학 연구자로서, 이 연구의 방법론적 고민이 궁금했다. 이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근대 초기, 특히 식민지시기에 여성들의 노동과 여성 노동자라는 존재가 당대 사회에서 인식되었던 방식을 포괄적으로 살피"(217)는 것이다. 그랬을 때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에"(217) 선택된 매체이다.


여기서 소설은 담론의 한 종류로 취급된다. 소설이라는 미디어 자체의 특수성은 별로 조명되지 않는다. 소설을 담론의 한 종류로 취급하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이 담론의 한 종류라고 해도, 소설이라는 매체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여성들의 노동과 여성 노동자라는 존재가 당대 사회에서 인식되었던 방식'을 살핀다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그 중 '프롤레타리아 소설'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적 논의가 필요하다. 기타 매체의 담론들 (가까이는 시, 희곡과 같은 문학 장르들, 영화, 신문 기사, 재판기록물, 회고록 등등)이 아니라 '소설'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논의할 때, 소설을 분석하는 방법론도 섬세해질 수 있다.


또는 소설을 매개로 당대 '현실'의 재현을 살피는 것인가, 아니면 소설이라는 담론의 한 형태를 통해 당대 사회 여성들의 노동과 여성 노동자가 어떻게 담론화되었는지를 논의하는 것인가. (담론/현실이라는 이분법을 다시 사유하자는 것이 아니라, '담론화'라는 기제, 매체의 특수성을 사유해야 한다는 것)



2. 구체적 분석 방법론

두 번째도 방법론의 문제인데, 앞의 방법론이 연구 목적과 매체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는 방법론이라면, 두 번째로는 소설 텍스트, 또는 소설이라는 담론을 어떻게 분석하겠다는 방법론에 대해서 궁금하다. 매번 분석이 스토리 속 여성 인물들에 집중하면서 이들을 분류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분류 자체가 방법론일 수 있다. 그러나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는 무언가를 더 분석하고 논의하고 의미화하고자 하는 지점들이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마지막에 김남천의 "맥"에서 무경을 분석하면서, "무경의 생활은 어느새 동양론 이후에 올 새로운 사상을 추동하는 힘을 내포한 것이 된다. 지금까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고 대상화되고 주변화되었던 여성 서비스직 노동자의 생활이 근대의 끝에서 근대도 반근대도 아닌 새로운 사상을 낳을 가능성으로서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212)라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서 "무경의 사상은 지금까지 존재하던 사상들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점을 가정한다"(212)라고 했는데, 그 출발점은, "여성 서비스업 노동자의 생활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다"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존재하던 사상들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점을 가정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것이 '완전히 다른 출발점'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생활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은 사상이 없다는 말은 아니겠고, "여성 서비스업 노동자의 생활"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 새롭다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전혀 논의가 생략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이 부분에서 방법론적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소설이라는 담론을 여성 노동의 영역(공장, 사적영역, 서비스업)에 따라 분류하는 것을 넘어서, 이의 사상적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물론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대결하고, 마르크스 페미니즘을 경유하는 일이 필요하다. 서론에서 이것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있었는데, 이게 본론 중에 구체적 분석 중 일부분에서는 소략해진다. 대표적으로 앞서 말한 무경의 사상을 분석할 때, 이를 더 밀고 나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 공장, 사적 영역, 서비스업이라는 분류 속 나타난 여성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더 의미부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대공장 (남성 노동자) 중심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해도, 현재 공장, 사적 영역, 서비스업이라는 분류를 한 이상, 그것이 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선명하게 의미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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