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사랑 - 한국문학의새발견 001
임노월 지음, 방민호 엮음 / 향연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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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에서 나온 이 책의 시리즈 자체가 '한국문학의새발견 001'이기 때문에, 중언이지만, 그래도 ^^

임노월의 발견이다. 식민지 시기를 전공했고, 김동인에 관심이 있는 (김동인의 친구인 주요한을 대상으로 석사논문을 썼고, 결국 내가 국문과로 오게 된 이유는 김동인 때문이다.) 나로서, 방민호 선생에 따르면 김동인 보다 '한 발작 더 나간' 임노월. (물론 그렇다고 김동인보다 '뛰어나다'라는 것은 아니다.)

1920년대라고 하면, 보통 문학사에서는 3.1 운동의 실패로 인한 절망적 심정에 따른 퇴폐주의, 유미주의의 기세가 일어나고 또 이에 대해 이광수를 대표로 하는 계몽주의의 세력, 그리고 맑스주의 문예이론으로 무장한 KAPF 친구들이 결성되기 시작하는 때. (물론 요즘에는 퇴폐주의와 유미주의에 대한 재해석 붐이 또 일고 있다.)

임노월이라는 존재는 그 개인으로도, 혹은 20년대 초반 <영대>라는 잡지의 동인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할 때도 매우 흥미로운 존재이다.

거국적 3.1운동 이후 일제는 소위 '문화통치'를 표방하여, '어둠의 세력'들을 표면으로 불러내서 관리하는 전술을 사용한다. 이에 그 유명한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창간되고, 여러 합법 '점진주의'자들이 등장하기 시작. 이 '점진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속내'는 뒤로 감추고 겉으로는 '점진'을 표방한 이, 그러다가 지내보니 편해서 진짜 '점진'이 된 이, 처음부터 별 생각없이 '점진'이라고 한 이 등 여러 이들이 있을 것이고, 이의 또 대표격이 이광수.

유미주의적 소설이라 해도, 이런 상황을 반영 안 할 소냐. 임노월은 은근히 이광수를 모델로 하여 (방민호 선생님도 뒤에 해설에 썼지만 완전히 입증되지는 못한 상태) <춘희>라는 소설을 쓰기도 하며, 이 소설에 그 유명한(ㅋㅋ) 베네딕트 앤더슨이 말한 근대언론에 의한 '동시성의 체험'이라는 장면이 강렬히 드러나기도 한다. (이것을 주제로 페이퍼를 쓰면 욕 엄청 먹을 듯. 니 앤더슨 시다바리냐? 하고. 결국 어떻게 굴절되고 체험되는지 그 미세한 '틈'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내가 '현역' 박사과정이었으면 이 문제로 소논문 쓰고 있을 것 같다. ㅋ 왠지 그 때가 그립다. 안 그래도 농담으로 선후배들에게 학술지에 '관악구청 공익 기인'이라고 소속을 쓸까도 생각했다. ㅋㅋ)

어쨌든, 임노월의 재발견. 그의 팜므파탈, 그의 연애행각, 그의 알 수 없는 종적 등. 나같이 '탐정'비스무리한 국문학 연구를 하는 (다른 이들도 그렇다는게 아니라, 나는 그런 탐정류의 국문학 연구를 좋아한다는 야기) 이로서는 충분히 구미가 땅길만한 소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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