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학회(International Sociological Association)는 1997년, 20세기 사회학 유산에 대한 비판적 평가 작업의 일환으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세기의 책(Books of the Century)' 조사를 실시하였다(http://www.isa-sociology.org/en/about-isa/history-of-isa/books-of-the-xx-century/).


  "사회학자로서 자신의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 다섯 권을 뽑아 달라."는 질문에 대하여 회원 2,785명 중 455명이 답하였고, 막스 베버의 미완성 유작 『경제와 사회』가 전체 표 중 20.9%를 얻어 1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그 중 일부를 국역한 박성환 교수 논문에 따르면, 『경제와 사회』는 편집자와 판본에 따라 수록된 글과 배열순서 등이 너무 달라 1위를 차지한 책은 엄밀히 말하면 영역본인 『Economy and Society』이고, 독일어 원본인 『Wirtschaft und Gesellschaft』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독일어 원본도 편집자-Marianne Weber(부인), Johannes Winckelmann, Wolfgang J. Mommsen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국내에도 부분적으로 발췌, 번역된 두 권이 있기는 하나, 독일이나 영어권에서도 사정이 특별히 더 낫지는 않은 것 같다.



  아래에 30위에 든 책들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1위가 95표이고, 10위가 25표이며(푸코의 『감시와 처벌』이 17표로 16위), 50위부터는 벌써 6표 정도여서 순위에 과한 무게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표를 한 표라도 받은 978권 전체의 목록이 있고, 성별에 따라, 연령대에 따라 어떤 저자들에 투표하였는지도 따로 나온다).


1. 막스 베버, 『경제와 사회』(워낙 방대한 책이어서, 두 번역본의 번역된 부분이 다르다. 1997년 문학과지성사 본은 Winckelmann이 편집한 5판 앞부분을 번역한 것이고, 2009년 나남출판사 본은 Mommsen이 편집한 1부 제22-1권 '공동체들'을 번역한 것이다. 아래는 4위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제외한 막스 베버 저작, 해설서들이다.)









2. 찰스 라이트 밀즈(왜인지 보통 C. 라이트 밀즈라고 쓰는...), 『사회학적 상상력』


3. 로버트 킹 머튼, 『Social Theory and Social Structure』(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Robert Cox Merton은 그 아들이다. 아직 국역되지 않았다. 아래 『On Theoretical Sociology』3~5장에 1부가 실려 있다.)


4.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번역본이 여러 권 있으나, 단연 2010년에 나온 김덕영 교수님 번역으로 읽어야 한다. 다른 것들은 방대한 각주를 아예 번역하지 않았거나, 번역이 부정확하고, 국어 문장도 좋지 않다. 그래서 따로 언급하지 아니한다.)


5. 피터 버거, 토마스 루크만, 실재의 사회적 구성(2014년에 국역본이 나왔다.)


6.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7.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문명화과정


8. 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행위이론


 


9. 탈콧 파슨즈, The Structure of Social Action(위 책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고, 『사회의 유형』(이종수 역, 홍성사, 1978) 등 그의 다른 책들이 몇 권 번역되었다가 모두 절판되었다. 파슨즈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영역자이기도 하다. 베버는 사실 1904년부터 1905년 사이에 위 글을 『사회과학과 사회정책 연지 Arciv für Sozialwissenschaft und Sozialpolitik』 20권과 21권에 나누어 실었다가, 1920년에 『종교사회학 논문집』 제1권에 이를 다시 수정, 증보해 실었다. 그런데 두 원고는 주제가 상이하다고 한다. 이후의 학자들은 첫 번째 원문을 찾아보지 않은 탓에, 두 번째 원문이 첫 번째 원문인 양 잘못 믿어왔다고 한다. 파슨즈가 번역한 것도 후자이다.)


10. 어빙 고프먼, 자아연출의 사회학(2016년에 국역본이 나왔다.)


11. 조지 허버트 미드, 『정신 자아 사회


12. 다시 9위에 나왔던 탈콧 파슨즈, The Social System(위 책의 국역본은 없지만, The System of Modern Societies는 국역본이 있다.)


13. 에밀 뒤르켐,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14. 앤서니 기든스, 사회구성론


15. 이매뉴얼 월러스틴, 근대세계체제 (2013년에 각 권별로 색깔을 달리 한 개정 번역본이 나왔다.)


16.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2016년에 오생근 교수님의 개정 번역본이 나왔다.)


17.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국회의원이기도 했던 김명자 교수님의 기존 번역본에 대해서 말이 많았는데, 2013년에 출간 50주년을 기념한 개정판이 나왔다. 홍성욱 교수님께서 개정판 번역에 참여하셨는데, 여전히 번역에 대한 평이 좋지 않다.)


18. 게오르그 짐멜, 『Sociology』 (게오르그 짐멜의 책이 특히 김덕영 교수님 번역으로 꽤 나와 있는데, 이 책은 아직이다.)


19. 울리히 벡, 『위험사회』(뭐 번역이 엄청 좋지는 않은데 참을 만하다. 사견이지만, 이 책의 가장 큰 기여는 '제목'이 아닐까 싶다.)


20. 해리 브레이버만, 『노동과 독점자본』 (이 책이 20위인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대학가의 커리큘럼에만 단골로 등장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21. 아도르노 &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교수님이 계셔서 참 다행이다.)

 


22.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원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권, 『감옥에서 보낸 편지』로도 나왔다. 민음사 본에 나오는 80페이지에 달하는 편집자 서문과 꼼꼼한 번역, 주석 등은 호평을 받았는데, 현재 알 수 없는 이유로 절판되었다. 민음사의 대답이 명확하지 않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권은 현재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로 바뀌어 있다. 위 전집에서 『롤리타』와 『감옥에서 보낸 편지』 두 권이 딱 절판되었는데, 롤리타는 문학동네 전집으로 다시 나왔다.)


23. 제임스 콜먼, 『Foundations of Social Theory』(아직 번역은 되지 않았다.)


24. 다시 위르겐 하버마스, 『인식과 관심』 (위 8위에서 본 것처럼, 하버마스 책이 그렇게 많이 번역되어 나와 있는데, 하버마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탓인지, 이 책은 1996년 고려원에서 강영계 교수님 번역으로 나오고 절판되었다가 다시 찾아보기 어렵다.)


25. 배링턴 무어,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 (까치에서 1985년에 진덕규 교수님 번역으로 나왔는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저나... 이쯤되면 '갓'까치)


26.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역자인 홍기빈 님은 요즘 로버트 오언에 관심이 많으신 듯 보인다.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번역하여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협동조합에서 내셨다.)


27. 피터 블라우, 오티스 던컨, 『미국의 직업구조』 (리스트에서는 제목이 잘렸는데, 『The American Occupational Structure』이다.)


28. 앨빈 굴드너, 『The Coming Crisis of Western Sociology』(1982년에 한길사에서 현대사회학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다. 한길사에서 프레이리 민중교육론 등 여러 번역서를 내고, 2000년대까지 신학 서적도 몇 개(예언자적 상상력마르크스와 성서 등) 번역하셨던 김쾌상이라는 분이 번역하셨다. 이 분은 앨빈 굴드너의 이데올로기 그 기원과 원리와 미래라는 책도 번역하신 적이 있다.)


29. 니클라스 루만, 『Soziale Systeme』(국내에는 한길사에서 『사회체계이론 1, 2』로 번역되어 나왔다가, 번역에 대해서 욕에 가까울 정도의 엄청난 혹평을 받다가 그 중 1권이 극히 최근에 품절되었다.)


30. 카를 만하임,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덧. 마르크스의 『자본』은 9표로 3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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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4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4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4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4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아의서재 2017-05-05 0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품을 많이 들인 포스팅이네요. 큰 도움받고 갑니다.

묵향 2017-05-05 10:19   좋아요 0 | URL
문득 꽂혀서(?) 정리를 하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42zone 2017-09-09 0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소개해주시니 한편으론 감사한 마음이고, 이걸 언제 다 읽나 싶은 아득함을 안겨주시니 한편으론 원망스럽네요.^^

종이달 2021-10-11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End 2022-01-10 0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에는 (20세기)라고 나오기는 하지만 조사에 해당되는 책은 20세기에 나온 책으로 한정해서 한 건데 본문에는 정확히 언급이 안 되어 있네요. 칼 맑스의 자본론은 19세기 책이라 조사 대상에 해당되지도 않는 책입니다. 답변자들이 질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냥 마음대로 썼다고 밖에는 안 보여서 차라리 빼는 게 낫다고 봅니다.
 
첨단기술시대를 위한 지식재산권 제도 - 국경 없는 지식재산권 내일을 여는 지식 법 44
리처드 엡스타인 지음, 김정호 옮김 / 한국학술정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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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대학과 뉴욕대학 로스쿨에서 강의하는 Richard Allen Epstein 교수(1943~)의 2006년작, 『Intellectual Property for the Technological Age』를 번역한 책. 게임이론가인 Richard Arnold Epstein(1927년생으로 E. P. Stein이라고 쓰는...)과는 다른 사람이다.


  엡스타인 교수는 Shapiro 교수의 2000년 논문에서 '20세기에 가장 많이 인용된 법학자' 12위에 랭크되었고[Fred R. Shapiro, "The Most-Cited Legal Scholars", The Journal of Legal Studies, Vol. 29, No. S1 (2000), 50위까지 순위는 아래 표1과 같다, Richard A. Posner가 의외로(?) 압도적인 1위, Ronald Dworkin이 2위, Oliver Wendell Homlmes, Jr.가 3위이고, Guido Calabresi가 10위 등이다],

  2008년 'Legal Affairs'에서 실시한 투표에서 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법사상가 20명 중 한 명으로 뽑혔으며["Who Are the Top 20 Legal Thinkers in America?", Legal Affairs, January/February Issue (2008), 학계에서 Akhil Reed Amar, Erwin Chemerinsky, Alan M. Dershowitz, Richard Epstein, Lawrence Lessig, Cass R. Sunstein, Lawrence H. Tribe, Eugene Volokh, 판사들 중에 Frank Easterbrook, Ruth Bader Ginsburg, Alex Kozinski, Sandra Day O'Connor, Richard Posner, William Rehnquist, Antonin Scalia, Clarence Thomas, 평론가로 Paul Gigot, Dahlia Lithwick, Glenn Harlan Reynolds, Nina Totenberg가 뽑혔다],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출판된 법학 문헌들로 한정한 한 연구에서는 『넛지』를 공저한 Cass Sunstein, 헌법학자인 Erwin Chemerinsky에 이어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인용된 법학자로 조사되기도 하였다(Brien Leiter, "Top Ten Law Faculty (by area) in Scholarly Impact, 2009-2013", 2014. 6. 11. 위 조사는 11개 분야별 순위도 제공하고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전체 순위는 아래 표 2 참조, 분야별 순위는 글 말미에 인용하였다).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멤버이고, 무려 그를 천재로 추앙하는 팬 페이지까지 있다.


표1


표2


  엡스타인 교수의 단행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작년에 불법행위법 교재의 11판이 나왔다.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 1985년 공용수용에 관한 저서도 저명하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2006년에 나온 미국제조업연구소(The Manufacturing Institute) '신제조업 혁신(New Manufacturing Innovation)' 시리즈 중 한 권이라고 한다(http://www.techpolicy.com/Articles/I/Intellectual-Property-for-the-Technological-Age.aspx 참조). 그러나 나머지 권들이 어떤 것들인지는 쉬이 검색되지 않는다.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지식재산권제도에 대한 비판론에 답하고 있다. 모두,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법경제학자로서 기본적 입장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Epstein 교수는 (침해 후 배상을 통하여 회복시키는) 책임 원칙(Liability Rule)보다 (애초에 재산권 경계를 분명히 하는) 재산권 원칙(Property Rule)에 의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한다. 다시 말해, 손해배상제도보다 금지명령을 통한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개략적인 서술에 그쳤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귀한 논의이고 번역이다.


  아래는 2014년 Brian Leiter 조사의 분야별 순위이다(본인도 법철학 분야 4위에 올라 있다). 마지막 표는 로스쿨별 순위이다.














추가. 책 60쪽에 나오는 라는 식은 를 잘못 쓴 것이다(2017. 5. 20. 발견,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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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5-0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 관련해서는 완전 문외한이긴 한데요. 위 명단에 Princeton University 소속 법학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정말 신기하네요. 해서 프린스턴 대학교 누리집에 가봤더니 법학과가 아예 없더라고요. 이거 맞는가요? 그리고 우리 한국계 혹은 아시아계 학자가 있나 살펴보니 다행스럽게도 몇 명 보이네요. 나머지는 거의 다 백인들이 휩쓸고 있는 듯해요.

Stephen Choi (New York University, 한국계)
Harold Koh (Yale University, 한국계)
John Yoo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한국계)
Gabriel (Jack) Chin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중국계)
Timothy Wu (Columbia University, 대만계)

제가 몇 년 전에 어떤 할머니 길 안내를 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서울 딸네집에 갔다 내려오시는 길인데 자기 집을 못 찾고 헤매고 계신 거였어요. 그래서 집 찾아 데려다드리면서 할머니 가족사 혹은 집안 이야기를 자연스레 듣게 되었는데요. 그 할머니 맏아드님이 하버드 대학교에서 법학과 교수를 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하버드 대학교 누리집에 가서 찾아보니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 할머니 지금도 잘 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걍 생각나서 함 적어봤습니다^^

qualia 2017-05-05 00:46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가 기억에 착오가 있었네요. 위에서 할머니 맏아드님이 하버드 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하버드 법대가 아니라 하버드 의대였던 것 같아요. 좀 오래돼서 제가 착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묵향 2017-05-05 10:47   좋아요 0 | URL
미국에서 법학교육은 석사과정에 해당하는 로스쿨에서 이루어지는데, 프린스턴은 ˝학부교육과 이론 연구에 중심을 두고 있어서˝(라고 설명은 되는데, 꼭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 분야의 ‘실무가‘가 있고, ‘실무‘ 교육이 중요한 다음 과정들이 없어서 일반적으로 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습니다), 메디컬 스쿨, 로스쿨, 비즈니스 스쿨(MBA), 교육대학이 없습니다. 프린스턴에도 로스쿨이 1847년부터 1852년까지 잠깐 생겼다가 아예 접었고, 그 기간 동안 졸업생이 7명뿐이라고 하네요(아이비리그 대학 중 브라운과 다트머쓰에도 로스쿨이 없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Princeton_Law_School 참조). 다만, 졸업 후 위와 같은 과정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난 3월 U.S.New에서 발표한 ‘2018 로스쿨 랭킹‘에 따르면, 1위가 예일, 2위가 스탠포드, 3위가 하버드, 4위가 시카고, 5위가 컬럼비아, 6위가 뉴욕, 7위가 유펜, 8위가 미시건과 버지니아(공동), 10위가 듀크 대학교였습니다(https://www.usnews.com/best-graduate-schools/top-law-schools/law-rankings 참조).

할머님께는 이래저래 기쁜 만남이셨겠습니다^^
 
물리학의 산맥 - 신비한 법칙으로 이루어진
최지범 지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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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9월생인 글쓴이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이 책을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해에 출간하였다. 책을 낸 시기 때문만이 아니라도 훌륭하고, 또 사랑스러운 책임에 틀림없다. '가장 심오학 물리학 내용을 가장 간단하게 안내한다'는 글쓴이의 야심찬 포부에 충분히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거나 설명할 때 이 책의 서술방식을 이따금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출간 당시에도 많은 화제가 된 모양이다.

  이현경, "'물리학의 산' 같이 넘어 보실래요? 물리교양서 펴낸 고3 수험생 최지범", <과학동아> (2008년 9월호)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809N031


  글쓴이는 재수를 하여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10학번으로 입학하였다. 재수생 시절 문학작품들을 많이 읽었다는데, 2012년 제54회 서울대학교 대학문학상 시 부문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된 것으로도 모자라, 2014년에는 제56회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2016년에는 제58회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에서 <그래비티>에 관한 평론으로 가작에 당선되었다. 샘이 나기 시작한다^^; 다음이 글쓴이의 수상작들이다. 시가 참 좋다.


잡상 할머니 - 최지범


꼬부랑 할매, 물건을 팔고 있어.


무슨 물건인고 보니 자전거 탄 아이가 쳇바퀴같은 원형 트랙을 도는 장난감이야.


아이는 88년도의 모범소년처럼 빨간 긴팔에 짧은 파랑 반바지를 입고 있었어.


하나에 삼천원이라는데, 누가 그런 트렌디한 고급 장난감을 살지 궁금해졌어. 감히 누가 그런 물건을 탐할 수 있었을까?


내 주머니 속에는 구원의 티켓, 천국행 티켓이 몇 개 있었지만 어머니 아버지 수 분() 노력 남에게 주기는 아까워서 그냥 지나쳤어. 자전거 탄 아이가 내는 경쾌하고 고급스런 2bit 음악이 내 귀를 따갑게 간지럽혔지. 내가 막 지나치는데, 흐트러진 제복의 사내 둘 다가와서 그런 사치품은 여기서 팔 수 없다며 물건을 치우라고 했어.


할매는 듬성듬성한 개나리꽃 이빨 드러내며 제조일로부터 20년쯤 지난 1.8 m 높이의 젊은 로봇들에게 화를 냈어.


내 또래, 혹은 약간 위인 기계들은 그런 할머니에게 그녀 키만큼이나 낮은 목소리로 규칙을 설명했고, 당신 때문에 소요되는 연료가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또다시 물건을 치우라고 했어.


할매는 서툰 발음으로 욕을 하다 결국에는 물건을 치웠고, 구겨진 두 개의 제복들은 그걸 옆에서 바라보며 할매가 증발하기를 기다렸어.


할매는 곧 증발했지만 그 냄새는 오래도록 남았어. 88년도 소년의 기계 음악 소리도 계단에 질척질척 흘렀어.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에 검은 머리에 검은 입술을 가진 두 로봇은 증발된 할머니를 부탄가스 마시듯 빨아들였어. 히죽 웃고 빨아들이고 내뱉고. 히죽 웃고 빨아들이고 내뱉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에 나는 토할 것만 같았어.


그냥 차가운 겨울바람만이 먼지 낀 사당역을 휘감고 있었어.


  제54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우수작 수상소감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94


  제56회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 우수상 <장미와 돌멩이> http://pdf.snunews.com/1891/189117.pdf


  제58회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 가작 <그래비티: 생명의 기본 원리를 담은 검은 화폭>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544

  제58회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 가작 수상소감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545



  2015년에는 책도 한 권 냈다. 꾸준히 읽고 쓰고 있는 글쓴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해에 서울대학교 생명공학부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입학하여 행동생태학·진화학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있다는데, 어떤 것을 씹고 되새기고 삼켜 작품을 만들어낼지 자못 기대가 된다. 외롭고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만, 자기중심이 뚜렷하고 튼튼한 사람이니만큼 낙타의 고행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 소개 기사를 링크한다. 엄정권, "[이 저자] 과학도 최지범, 과학 '지식'으로 문학 '상상력' 키웠다"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8767 (30년도 채 되지 않은 한 청년의 인생을 위와 같이 간추려 놓고 보니 스토커 같기도 하지만, 독자로서 보내는 작은 지지와 응원의 뜻 정도로 생각하여 주시길... 언젠가 기꺼이 따뜻한 밥 한 끼, 차 한 잔 대접할 용의도 있다)




  끝으로 『물리학의 산맥』에 인용된 참고문헌 목록을 소개한다. 아시모프의 책과 할리데이 물리학은 2권이 있고, 과학세대 편저, 『상대성 원리와 우주과학』, 벽호(2000)은 이미지를 찾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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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충격 - 책은 어떻게 붕괴하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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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 기술 발전에 따른 대중문화의 변모 양상을 다룬 Special Report에서, "기술 진보는 대중에 다양한 선택지를 주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민주화'시킨 듯 보이지만(꼬리의 틈새상품에 주목하는 이른바 '롱테일경제학'은 이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무한에 가까운 선택지 모두를 일별하기에는 시간과 관심 폭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는 도리어 역설적으로 '블록버스터' 혹은 '빅히트' 작품의 의미와 가치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다음에 Gady Epstein, "Winner takes all: Mass entertainment in the digital age is still about blockbusters, not endless choice", 『Economist』 Special Report (2017. 2. 11.)의 한 문단을 인용한다(강조는 인용자, 인터넷 링크 : http://www.economist.com/news/special-report/21716467-technology-has-given-billions-people-access-vast-range-entertainment-gady).

 

  Being able to produce a blockbuster hit has become even more valuable than it used to be. It turns out that everyone wants hits—the more familiar the better, says Derek Thompson, author of a book entitled “Hit Makers”. Despite the availability of entertainment specially tailored for each individual, people still crave experiences they can share with others. What they want most is what everyone else wants.

 

 

  아이패드가 나오기 직전에 저술된 책이라 지금 읽기에는 다소 철 지난 이야기도 있다(이미 기술적으로 해결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언급은 굳이 하지 않겠다). 그러나 전자책이 '구텐베르크 은하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해줄 수 있는 책이 국내에 여전히 많지 않다. 일본 출판업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분석과 전망이 피상적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오히려 보론에 실린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재현 교수의 "출판과 미디어의 변신"이 좋았다.

 

  국내 출판사와 서점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알라딘은 중고매장, 알라딘굿즈, 서재/북플 등을 연달아 터뜨리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교보문고 인터넷사이트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과연 그와 같은 '현금장사'를 넘는 미래전략, 혁신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알라딘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파워)유저들의 애정어린 개선의견들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온라인 서점별 매출 추이는 대한출판문화협회, 『2015년 출판연감』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38750&cid=55608&categoryId=58131에 수록된 아래 표 참조. 『2016년 출판연감』이 이미 발간되었고, 아마 상당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온라인상에 공개되지는 않은 것 같다(각 기관의 통계자료 비공개 정책은 심히 아쉬운 대목이다. 시대착오적이라 여겨진다). '전자책'과 관련하여서는 위 『2015년 출판연감』의 '2014년 디지털 환경과 독서실태현황', '2014년 전자책 이용자의 독서생활변화'도 참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5 출판산업 실태조사』 http://www.kpipa.or.kr/info/studyrepotView.do?board_id=51&article_id=46480&pageInfo.page=2&search_cond=&search_text=&list_no=39#나,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http://stat.mcst.go.kr/mcst/resource/static/topic/statistics02.html 및 http://www.kocca.kr/cop/bbs/view/B0000148/1832231.do;KCSESSIONID=fmbPYK1pbDn4mDq343qlZMzFy0R4HNlHDcQcWMW2gHSWQrxhWGG2!1041138063!-1560844718?searchCnd=&searchWrd=&cateTp1=&cateTp2=&useAt=&menuNo=200907&categorys=0&subcate=0&cateCode=&type=&instNo=0&questionTp=&uf_Setting=&recovery=&option1=&option2=&year=&categoryCOM062=&categoryCOM063=&categoryCOM208=&categoryInst=&morePage=&pageIndex=1에는 아래와 같이 온라인 서점별로 매출액 등을 구분하여 보여주는 통계가 없다.]

 

 

 

  정보의 바다에서 (소위 맞춤형) '대세'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다양한 '맥락'을 제안할 수 있는지가 롱테일 성공의 조건이 될 것이다. 수목형 분류체계를 넘는 사고가 필요하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micro influencer)와 소셜 미디어의 결합은 하나의 가능한 대안이다. 그 점에서 알라딘이 그나마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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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9. 추가)


한국콘텐츠 진흥원,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2019)에서 발췌

(http://www.kocca.kr/cop/bbs/view/B0000147/1837529.do?searchCnd=&searchWrd=&cateTp1=&cateTp2=&useAt=&menuNo=201825&categorys=0&subcate=0&cateCode=&type=&instNo=0&questionTp=&uf_Setting=&recovery=&option1=&option2=&year=&categoryCOM062=&categoryCOM063=&categoryCOM208=&categoryInst=&morePage=&delCode=0&qtp=&pageIndex=1#)


 ○ 중고도서 시장 확장

- 알라딘은 전국 대도시(서울 15곳, 경기 9곳, 광역시 19곳)에 4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예스이십사가 수도권과 부산에 오프라인 중고서점 6개점을 운영하고 있음. 알라딘의 경우 중고서점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20%로 추정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며, 주변 오프라인 서점의 구간도서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정도로 거래가 증가함

 - 가성비 중심의 저가 구매욕구와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만드는 사은품(굿즈), 집객력 높은 입지와 편리한 공간 배치, 기존 헌책방과 구별되는 유명 브랜드 효과에 힘입어, 저비용 리사이클링 이용 트렌드가 증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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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로 다시 시작하는 일본어 - 사진으로 일본어 생초보 탈출!
김현근 지음 / 주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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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정확히 겨냥한 제목 그대로, 여러 번 일본어에 도전하였지만, (특히 가타카나의 벽에 막혀) 번번이 흐지부지되었던 사람이, 어쨌든 새 희망과 의욕을 가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책.

 

표지판, 광고 사진 등을 효과적으로 곁들였다. 여러 번 눈에 익히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진다. 일본 어린이들에게도 가타카나는 첫 관문이었던 모양인지, 일본 동물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 レストラン이라 쓰지 않고, れすとらん이라고 표기한 것이 눈에 띈다(167쪽). 사진을 통하여 생생한 일본/일본어를 접하다 보니, 문득 한 시대를 풍미한 '오리선생' 한호림 디자이너의 '꼬.꼬.영.' 시리즈가 떠오른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자』까지). 여하간 지은이의 오랜 일본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영리하게 구성된 책이다.

 

말을 꺼내고 보니 생각이 나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본어』가 진짜 있다. 추억에 잠기며 주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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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3-18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어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한자 그리고 일본식 영어발음까지 4가지를 배워야 한다고 울분을 터트리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묵향 2017-03-19 13:28   좋아요 0 | URL
예, 정말요 ㅎㅎ 말을 뭐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놨는지... ‘가까운 언어여서 왠지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