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찾아 수고롭게 옮겨주신 것은 대단히 감사한 일인데...

번역 상태가 거의 읽기 힘든 수준이다.

역자 서문에서 ˝솔직히 이해가 부족하다.˝라고 고백하신 것처럼, 충분한 이해를 갖고 번역하신 것 같지 않다.

번역어 선택도 통상적이지 않은 것이 많고, 한국어 어문 규범에 어긋난 표기도 이따금 눈에 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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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쉽게 배우는 양자역학 만화로 쉽게 배우는 시리즈
이시가와 겐지 지음, 이희천 옮김, Kawabata Kiyoshi 감수 / 성안당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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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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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양자론(Quantum Theory), 글 J. P. McEvoy, 그림 Oscar Zarate, 이충호 옮김, 김영사, 2001



  양자컴퓨터 공부하려다가, 읽다 만 양자역학 책 몇 권을 같이 읽고 있는데, 이것도 같이 보았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는 큰 기대 않고 펼쳤다가,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곤 하는 것 같다.

  이 책도 비슷한 다른 책을 넘는 미덕이 있다.


  저자인 J. P. McEvoy는 2007년에 개정판을 냈는데, 번역본은 1999년판(초판은 1996년에 나왔다)을 옮긴 것이고, 절판되었다.



  아무튼 20세기에 나온 책이어서 그런지,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에 관한 EPR 역설(Einstein-Podolsky-Rosen Paradox)에 은근히 무게를 두면서 John Wheeler의 언급을 소개하는 정도로 책을 마치고 있는데, 개정판에는 이후의 연구가 어떤 식으로 추가 반영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J. P. McEvoy는 스스로 많은 논문을 낸 물리학 박사이신데, 같은 시리즈의 스티븐 호킹 편도 쓰셨다.이것도 2009년판이 있고, 두 권 다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https://www.amazon.com/stores/author/B001K87JBE/about




  양자역학 개론서는 국내에도 꽤 많이 나와 있어서, 주요 논문을 몇 개 구경해 보았다.


  Max Planck (1901), "Ueber das Gesetz der Energieverteilung im Normalspectrum", Annalen der Physik, 309: 553-563 https://doi.org/10.1002/andp.19013090310 [막스 플랑크, "정상 스펙트럼에서 에너지 분포 법칙에 관하여", 흑체 복사(black-body radiation)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양자화된 작은 불연속적 단위로 발산된다는 가설을 제시, E = hν (플랑크상수 x 빛의 주파수)로 표현, 양자역학의 기초를 마련한 중요한 전환점].


  Albert Einstein (1905), "Über einen die Erzeugung und Verwandlung des Lichtes betreffenden heuristischen Gesichtspunkt", Annalen der Physik, 322: 132-148 https://doi.org/10.1002/andp.19053220607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빛의 생성과 변환에 관한 발견적 관점", 광전 효과를 설명하면서 특정 주파수 이상의 빛만 전자를 방출할 수 있다고 제안, 빛이 입자처럼 작용함을 강력하게 시사, 1921년 노벨 물리학상 받는 데 중요한 역할].


  Niels Bohr (1913), "On the Constitution of Atoms and Molecules", The London, Edinburgh, and Dublin Philosophical Magazine and Journal of Science, 26(151), 1–25 https://doi.org/10.1080/14786441308634955 [닐스 보어, "원자와 분자의 구조에 관하여", 원자 모형을 통해 전자들이 특정한 양자화된 궤도에서만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 당시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수소 원자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설명].


  Louis de Broglie (1924), "Recherches sur la théorie des Quanta", 박사학위 논문 https://doi.org/10.1051/anphys/192510030022 [루이 드 브로이, "양자 이론에 대한 연구", 물질, 특히 전자도 빛과 마찬가지로 파동의 성질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자-파동 이중성 개념을 제시, 이후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의 기초가 됨].


  Erwin Schrödinger (1926), "Quantisierung als Eigenwertproblem", Annalen der Physik, 384: 361-376 https://doi.org/10.1002/andp.19263840404 [에어빈 슈뢰딩거, "고유값 문제로서의 양자화", 슈뢰딩거 방정식을 제시하여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파동 성질을 수학적으로 설명, 양자 시스템의 에너지 준위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


  Max Born (1926), "Zur Quantenmechanik der Stoßvorgänge", Zeitschrift für Physik, 37: 863-867 https://doi.org/10.1007/BF01397477 [막스 보른, "충돌 현상의 양자역학에 대하여", 슈뢰딩거의 파동 함수를 입자의 위치에 대한 확률밀도함수로 해석함으로써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정확한 위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개념을 수학적으로 설명, 확률 해석은 이후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음].


  Werner Heisenberg (1927), "Über den anschaulichen Inhalt der quantentheoretischen Kinematik und Mechanik", Zeitschrift für Physik, 43: 172-198 https://doi.org/10.1007/BF01397280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양자 이론적 운동학과 역학의 직관적 내용에 대하여",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불확정성 원리를 제안, 양자역학적 측정의 근본적인 한계를 설명].


  Paul Adrien Maurice Dirac (1928), "The Quantum Theory of the Electro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117: 610-624  https://doi.org/10.1098/rspa.1928.0023 [폴 (에이드리언 모리스) 디랙, "전자에 대한 양자 이론", 디랙 방정식으로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통합, 이 방정식은 전자와 같은 페르미온의 행동을 설명하고 반물질의 존재를 예측(1932년 실험을 통해 발견됨)].


  여하간 양자역학의 발전사는 참 아름다운 과정이다.


  그리고 1927년 5차 솔베이 회의 사진은 참으로 기적적이고 역사적인 사진이 아닐 수 없다.

  https://namu.wiki/w/%EC%86%94%EB%B2%A0%EC%9D%B4%20%ED%9A%8C%EC%9D%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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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14. 공학이란 무엇인가, 성풍현 외 카이스트 교수 18인, 살림Friends, 2013



  2013년 9월에 나온 책이고, 아직까지 팔리면서 여러 쇄를 찍은 것 같다.

  고등학생이나 공대 입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에 도움을 주려는 책이라고 보면 가장 맞을 것 같다.

  그러나 2013년은 스마트폰이 나왔지만 알파고에 ChatGPT 충격이 있기는 전으로, 공학의 여러 분야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살피는 정도를 넘어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이전에 읽다 만 책을 가볍게 훑어 치웠지만, 기대했던 깊이에는 못 미친다.


  우리는 수년째 시대를 역행하는 것만 같아 안타깝지만(차라리 교육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2033년까지 10년간 1조 2,000억 원을 투자받아 '제2 건학'을 추진한다는 포스텍의 야심찬 계획이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


  김연주 기자, "포스텍, ‘세계 톱’ 위해 1조2000억 투자", 조선일보 (2024. 2. 1.)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4/02/01/HWCWBTJV4NEOJGZ63QHDWTTOAM/


  비슷한 책들이 있나 눈에 띄는 대로 담아 보았다. 국민대 기계공학부 한화택 교수님의 책들이 궁금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이 많다. 서울대 공대 교수님들의 『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다』(2020), 연세대 공대 교수님들의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2019)가 더 최근 책이다. 카이스트나 포스텍 같은 곳에서 다시 책을 내주셔도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민음 바칼로레아 과학편이 2021년에 다시 나왔는데, 무척 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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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2물질에서 생명으로, 재단법인 카오스 기획, 노정혜 외 지음, 반니, 2018



  작년 3월에 반쯤 읽고 찬사를 남긴 적이 있는데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4444185

  정말이지, 내용, 편집, 교열에 이르기까지 흠을 거의 찾을 수 없는 만점짜리 책이다.

  (라고 쓰고 보니 오타가 눈에 띈다. 241쪽: 우리가 먼저 특허를 출현했습니다. → 우리가 먼저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생명(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DNA(조윤제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RNA(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단백질(김성훈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교수), 탄수화물(조진원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세포막(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ATP(정종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외부 물질(김병문 서울대 화학부 교수), 게놈(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과 유전자가위(김진수 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 현 국립싱가포르대 교수), 바이러스(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등 여러 주제에 관한 비교적 최근 지식을 쉽게 풀어주셨다.


  전에 쓴 것처럼 그저 감탄만 나온다.


  그중에서 따로 찾아봐야지 싶었던...


Kim, Hyongbum, Kim, Jin-Soo. A guide to genome engineering with programmable nucleases. Nat Rev Genet 15, 321–334 (2014). https://doi.org/10.1038/nrg3686


제1817482호 등록특허(2015. 8. 6. PCT/KR2015/008269호로 국제출원, 2018. 1. 4. 국내 등록) "캄필로박터 제주니 CRISPR/CAS 시스템 유래 RGEN을 이용한 유전체 교정(GENOME EDITING USING CAMPYLOBACTER JEJUNI CRISPR/CAS SYSTEM-DERIVED RGEN)" https://patents.google.com/patent/KR20170020535A


윤신영 기자, "유전자 가위 세기의 특허戰 종지부… "최후 승자는 MIT·하버드대"", 동아사이언스 (2018. 9. 11.)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3891


조승한 기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세기의 특허 전쟁 2라운드 불붙었다", 동아사이언스 (2022. 2. 7.)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2154


박정연 기자, "유전자가위 특허전쟁 분기점…툴젠, ‘저촉심사’ 유리한 고지 선점", 동아사이언스 (2022. 9. 30.)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6477


문희철 기자, "“수천억 특허 빼돌렸다”던 김진수 교수 1심 ‘무죄’", 중앙일보 (2021. 2. 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86182


박정연 기자, "'유전자가위 특허 논란' 김진수 前 서울대 교수 유죄 판결", 동아사이언스 (2022. 11. 30.)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7360


최준호 기자, "'유전자 가위 특허' 5년 송사 끝낸 김진수…그가 창업한 이유", 중앙일보 (2022. 12. 1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6865


박정연 기자,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빡빡한 행정·감사, 과학자 창업에 부담"", 동아사이언스 (2023. 4. 14.)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9410


김찬혁 기자, "툴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 호주서 불인정 결정", 청년의사 (2023. 12. 14.)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2234


송영두 기자, "툴젠, 호주 특허 무효 내년 3월 결정...전문가 “美 특허 소송 영향 無”", 팜이데일리 (2023. 12. 18.) https://pharm.edaily.co.kr/news/read?newsId=01252966635839832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0조(인간복제의 금지) ① 누구든지 체세포복제배아 및 단성생식배아(이하 “체세포복제배아등”이라 한다)를 인간 또는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켜서는 아니 되며, 착상된 상태를 유지하거나 출산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행위를 유인하거나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1조(이종 간의 착상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인간의 배아를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거나 동물의 배아를 인간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인간의 난자를 동물의 정자로 수정시키거나 동물의 난자를 인간의 정자로 수정시키는 행위. 다만, 의학적으로 인간의 정자의 활동성을 시험하기 위한 경우는 제외한다.

  2. 핵이 제거된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거나 핵이 제거된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행위

  3. 인간의 배아와 동물의 배아를 융합하는 행위

  4. 다른 유전정보를 가진 인간의 배아를 융합하는 행위

③ 누구든지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부터 생성된 것을 인간 또는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아무튼 우리 사회는 사고, 인력, 예산(지원), 제도 등 모든 면에서 과학이 너무 부족하다. 사실과 전문성에 겸허할 줄 아는 과학이 없이는, 편 가르기를 넘는 토론을 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 평소 부지런히 과학, 기술의 소양을 쌓아두어야 한다.


  과학은 무엇보다 열린 학문입니다. 과학이 추구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가장 훌륭한 설명'이라는 말입니다. 더 나은 설명이 나오면 기존의 과학은 기꺼이 자리를 내어줍니다. 과학의 열린 마당에서 질문하고 토론하세요. 호기심의 물결에 몸을 맡겨 보세요. 지식의 습득에 얽매이지 않을 때 배움은 바로 즐거움이 됩니다.


- 카오스 과학위원회 머리말 끝부분


  '생명은 물질에서 출현했는가?'

  '정신도 물질에서 출현했는가?'



  사실 탄수화물이나 산소는 같이 있으면 상태가 불안한 물질이기 때문에, 생명 활동이 없이도 CO2로 변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화학적인 과정에서는 산화되는 과정이 굉장히 느리게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 열에너지로 방출됩니다. 그런데 생명 활동을 통해 반응이 훨씬 가속화되고,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방출하는 대신 생명 활동에 이용하지요. 그러므로 지구과학적으로 본다면 생명은 재생 가능한 촉매라고 볼 수 있겠지요. 재생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난다면 그 실수를 통해 진화가 일어날 테고요. - 39쪽, 심민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과학자들은 프랜시스 크릭을 훨씬 위대하게 생각합니다. 왓슨이 쓴 『이중나선』은 외국에서는 별로 좋은 책으로 인정받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필독서로 되어 있어요. 왓슨은 논문이 그것뿐입니다. 그렇지만 프랜시스 크릭은 다섯 개 분야를 개척한, 20세기 최고의 천재라고 일컬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왓슨이 많이 알려진 이유는, 프랜시스 크릭이 과학자로서 굉장히 많은 분야를 열었다면 왓슨은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에요. - 70쪽,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20개의 단어면 충분한데 64개나 단어를 만들어내서 잉여가 생긴 겁니다. 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엄청난 장점이 있어요. (...) 돌연변이는 매일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암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동의어가 많기 때문입니다. 돌연변이는 일어나지만 그것이 단백질로 변화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거든요. 생명의 실체는 단백질이고, 단백질이 변해야 몸의 성질이 변해서 병에 걸립니다. 동의어가 많은 것은 유전자의 변화가 단백질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든 생명의 절묘한 안전장치인 셈이죠. - 119쪽


  유전자는 설계도이고, 단백질은 그것을 형상화하는 현실이에요. - 120쪽


  DNA는 안정적이고 단백질은 불안하다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왜 생명체는 불안정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지닐까요? 철학적으로 들리지만, 그것이 생명체죠. 생명체가 너무 불안하면 생명일 수 없고, 너무 안정적이면 환경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 DNA고, 역동성을 제공하는 것이 단백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가 조화롭게 생명체를 유지하는 거죠. - 122쪽, 김성훈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교수


  [주: 지질 분자의 이중막이] 자발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세포막이 매우 유연하다는 것이죠. 세포막의 구조를 유지하는 힘이 꼬리를 물로부터 감추는 힘이거든요. 그러니까 꼬리가 물로부터 감춰져 있는 한, 좀 휘어져도 그다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유연하겠지요. 세포가 어떤 힘에 의해 눌린다고 유연하지 못해서 터져버리면 안 되잖아요. 동시에 매우 강인합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유연한 동시에 절대 찢어지지 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포가 아주 현명하게 선택한 거죠. 굉장히 유연하기 때문에 적혈구가 모세혈관을 지나갈 때 모양이 구겨지더라도 모세혈관만 지나고 나면 다시 원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포 바깥쪽에 원자 정도 크기인 이온이 많이 있는데, 이것들이 세포를 투과할 수 없을 만큼 강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가진 아주 이상적인 매체입니다. - 159, 160쪽,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유전자가위는 진화적으로 보면 특수한 취급을 받습니다. 게놈을 바꾼다는 것은 기존의 진화로 따지면 방향성을 주고 있는 건데, 이를 무시하죠. 인공적이니까요. 엄밀하게 따지면 사람은 진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진화의 방향을 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도 자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252쪽,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 자연적으로도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무작위적이라는 게 진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방향성이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외계에 생명체가 잇고 지능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발견한 적이 없잖아요. 현재로서는 무작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253쪽, 김진수 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 현 국립싱가포르대 교수


  끝으로 (귀하디 귀한) 카오스재단의 렉처사이언스 시리즈를 갈무리해 둔다. 3권까지는 휴머니스트에서 나왔고, 4권부터 반니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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