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좋은 책이다. 지구에 남은 뼈 화석만으로 이렇게 많은 것을 밝혀낸 과학의 힘에 경이를 느낀다. 하긴 아이가 푹 빠져 함께 살고 있다 여기는 공룡의 세계도 오직 과학이 되살려 준 드라마요, 서사이니...


  두 분은 외국에서 활동하고는 계시지만 한국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이만한 책을 내셨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뼈에 남은 흔적으로 질병 등 건강상태를 분석하는 우은진 교수님, 뼈 조직의 양상으로 진화사를 밝혀내는 정충원 박사님, 뼈에서 뽑아낸 유전자 염기서열 자료로 과거를 복원하는 조혜란 교수님까지 이만하면 가히 드림팀이라 할 만하다. 우은진 교수님을 검색해 보니, 주간조선에서 낸 저자 인터뷰가 있다. 최준석, "[저자 인터뷰] 우은진 세종대 사학과 교수 "뼈를 보면 삶이 보인다… 우리 안에 네안데르탈인이”, 주간조선 (2018. 4. 2.)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501100012. 뿌리와이파리도 그 포트폴리오를 보면 기획을 참 잘 하는 것 같다.


  알맞은 정도로 잘 추려져 있지만, 몇 가지 흥미로웠던 내용만 간추려 본다. 현생 인류의 피부색 차이는 '자외선'과 관련되어 있다. 즉, 적도 근처는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여야 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일어날 경우 피부색이 옅어질 수 있는 MC1R (melanocortin 1 receptor) 유전자에 생기는 돌연변이가 자연선택을 통해 엄격하게 제거되어 진한 피부색을 유지하고, 반면 고위도 지역에서는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자외선을 더 많이 흡수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에 유리한 밝은 피부색 쪽으로의 돌연변이가 제약 없는 자연선택을 받았다(책 144-145쪽). 원전은 다음 논문인 것으로 보인다. Nina G. Jablonski and George Chaplin, "Human skin pigmentation as an adaptation to UV radia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May 11, 2010, 107 (Supplement 2) 8962-8968; https://doi.org/10.1073/pnas.0914628107.


  어머니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 (mtDNA)를 추적함으로써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 고대사 상당 부분이 새롭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책 168쪽 이하). 우리와 일본인의 유전적 거리가 지극히 가깝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최근 동아사이언스에는 한국인 1,000명의 게놈 분석 결과 한국인 안에도 매우 다양한 유전적 특징이 나타났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윤신영, "한국인 생각보다 다양하다" 1000명 게놈 분석 결과, 동아사이언스 (2020. 5. 28.)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6998. '인간 유전체 다양성 프로젝트'에서 한 것과 같은 상염색체 연구, 특히 '이형접합도heterozygosity' 분석을 통하여 인류의 족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Luigi Cavalli-Sforza, "The Human Genome Diversity Project: past, present and future," Nature Reviews Genetics 6, 333–340 (2005). https://doi.org/10.1038/nrg1596


  가족법제, 특히 부성주의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딸에게, 왜 '성(姓)'이 굳이 필요한지, 자신은 '일단 보기에' 여성 같은데[즉, 성(性)은 엄마와 같은 것 같은데] 왜 아빠하고만 성(姓)이 같고 한가족인 엄마는 왜 자기나 아빠와 성(姓)이 다른지, 엄마 아빠나 엄마 엄마는 왜 때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라고 하는지(양쪽 부모님께서 다른 지역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평소에는 거주지에 따라 구분하여 지칭하는 편이고, 아이도 호칭으로서는 네 분 모두를 할아버지, 할머니로 구분없이 부르고는 있다), 엄마는 왜 엄마 엄마가 아니라 엄마 아빠와 같은 성을 갖는지 등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민법에서 인류 평화(?)에 가장 큰 기여를 했던 조문 단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부성 추정'에 관한 조항이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를 들은 적이 있는데(우리 민법상으로는 제844조 제1항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뒤이은, 제2항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3항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도 있다), 이제는 저런 추정 조항이 없더라도 유전자검사를 통해 엄마의 남편이 아빠인지 아닌지를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 아빠 성(姓)을 따르게 한 것도 생물학적 연계가 엄마만큼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아빠와의 연관을 애써 규범적(폭력적)으로 관철시킨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할 필요가 딱히 없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난자를 제공받기도 하고 대리모를 통해 출생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엄마와의 생물학적 연관도 반드시 필연적이지는 않게 되었다.


  아무튼 우리 몸 속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풀이 약 2퍼센트나 담겨있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D 통계량'에 관한 책 180쪽 이하). 인간이라는 존재, 인간의 역사가 참 보잘것없다는 생각도 들고, 아직도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인류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라샤펠의 노인‘은 키가 162~164센티미터, 몸게는 77킬로그램 정도로 추정되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뼈에는 관절염과 골절 흔적들이 가득하고 이도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고기라도 먹을라치면 누군가가 그를 위해 잘게 고깃덩어리를 찢어주거나 또는 딱딱한 음식을 미리 씹어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했을 것이다.

음식뿐 아니라 노인이 굽은 다리와 심한 관절염을 앓으며 무리에 남아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지속적으로 그를 부축해주어야만 했을 것이다. [] 이 네안데르탈인이 어떤 치료를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무리의 누군가가 그를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주었다. 라샤펠의 노인과 샤니다르의 네안데르탈인을 보고 있노라면, 척박한 환경에서 먹고살기에 바빴지만 무리 속의 약자를 돌보며 함께 사는 방법을 알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인간미가 느껴진다.- P120

지난날의 편견 또는 환상을 걷어내고 보니 우리 모두 2퍼센트의 네안데르탈인이었다! 네안데르탈인과의 인연이 우리 몸에 남긴 흔적을 쫓는 작업에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만 년 전까지 우리와 함께 지구를 거닐었던 수상한 이웃 인류의 참모습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이 책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진면모를 파악하는 과정은 진정한 우리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 과정은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높은 벽을 쌓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를 동등한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연습이 되리라 믿는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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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 기술이 아동 성착취에 대한 싸움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다룬 WIRED 기사.

Tom Simonite, ˝How Facial Recognition is Fighting Child Sex Trafficking,˝ WIRED, 2019. 6. 19.
https://www.wired.com/story/how-facial-recognition-fighting-child-sex-traffic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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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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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가 또 10장에서는 이런 주석을 달았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선출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로, 선거인단은 각 주의 인구에 비례해 수가 정해진다. 그리고 각 주의 주민투표에서 1표라도 더 많이 받은 정당이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다.˝

???

메인과 네브래스카도 미연방을 구성하는 독립주이므로, 당연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다. 승자독식이 아닐 뿐... 이들은 하원의원 수에 상응하는 표는 각 선거구별로 승리한 당이 해당 선거구 수만큼 선거인단을 가져가고, 상원의원 2명에 해당하는 표는 주 전체에서 승리한 당이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식의 ˝Congressional District Method˝ 방식에 따른다.

https://www.270towin.com/content/split-electoral-votes-maine-and-nebraska/

https://www.fairvote.org/maine_nebraska


저렇게 쓰시면 그러저러한 뜻으로 읽을 수가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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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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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에 ‘옮긴이‘가 이런 주석을 달아두었다(종이책 쪽수는 알기 어렵다).


˝자칭 웰니스wellness* 전술이다.

*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과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말한다.˝


그냥 wellness 자체로 그렇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미리엄-웹스터 사전에도 wellness가 ˝the quality or state of being in good health especially as an actively sought goal // lifestyles that promote wellness˝의 뜻으로, 늦어도 1653년부터는 사용되었다고 나온다.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wellness

물론 오늘에 와서 ‘건강함‘이 단지 ‘병 없음‘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는 할 수 있겠는데, wellness 자체가 저들 단어의 합성어라고까지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놀랍게도 well-being은 1561년부터 지금의 의미로,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well-being

fitness는 1580년부터 the quality or state of being fit의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fitness

서양에서 happiness를 정확히 정의하려면 그리스 철학이 나오고 해야겠지만, 영단어 happiness는 15세기경에는 ‘행운, 번영‘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하고 셰익스피어도 ˝베로나의 두 신사˝에서 그런 뜻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happiness

주석을 달려면 ‘웰니스 전략‘(Wellness Strategy)에 대해서 다는 것이 더 정확하였을 것 같다. 원문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Wellness Tactics보다는 Wellness Strategies, Wellness Program이 일반적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https://www.forbes.com/sites/alankohll/2018/08/29/is-it-time-to-rethink-your-employee-wellness-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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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3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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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자체는 당연히 소중하고 의미있다.
큰 틀에서는 글쓴이가 지적하는 바에 동감한다.

그러나 대안은?

가뜩이나 음모론과 가짜뉴스, 선동에 취약한 우리 공론장에서는, 기술에 대한 과장된 공포가 깨어있는 입장으로 추앙되고 논의를 지배, 중지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기술도, 제도도 일방향적이지만은 않다).

기술의 영역에서 만큼이나 인권의 영역에서도, 얼치기 전문가를 경계해야 한다. 기준은? 당장 이해하기 쉽고 내 평소 생각에 와닿는 말보다는 현업에 오래, 최근까지, 또는 현재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개중에서도 입장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내는 사람들의 말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즉, 말보다는 실력과 전문성으로 시장과 업계에서 꾸준히 평가받고 있는 사람들. 특히 우리는, 스스로를 언론에, 자신의 본업과 무관한 분야에 관해서까지 자주 노출시키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속고 산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실무자, 직업 전문가의 말을 의심, 배척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도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이래, 영 이상한 일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에는 어느덧 꽤나 시스템이 갖춰졌고 생각보다는 투명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편에 속한다(적어도 문제가 있으면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있는 수준은 된다).

구체적 근거와 이성, 기본적 신뢰의 바탕 위에서 논의를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책 자체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정리하기로 하되,

(비록 주관성이 강하고 한계가 많더라도) 기존 시스템의 우선권을 유지한 채로, 충분한 표본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통계분석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유예기간(grace period) 같은 것을 분야마다 두는 방법을 고민해봄 직하다.


(2020. 2. 3. 추가)

저자는 알고리즘에, 진화하는 인간의 도덕적 상상력을 기입하자고 주장한다. 이익보다는 공정성, 인간적 가치, 윤리적 잣대로 알고리즘을 감사audit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성 점수를 매기자고도 한다.

그러나 그 공정성은 누가 판단하는가. 점수화할 수 있을 만큼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윤리적 잣대가 있는가. 인간적 가치의 섣부른 개입이 알고리즘을 또다시 왜곡하는 것은 아닐까.

위에 쓴 것처럼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충분히 거치는 것 외에, 인간이 차선책으로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가치에 합의하였듯, 다른 가(중)치를 기입하여 서로 다른 되먹임 경로로 나아간 알고리즘 간 경쟁을 하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정 알고리즘이 놓치는 부분을 다른 알고리즘으로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의사결정의 어느 단계에서 인간을 개입시킬 것인가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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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1-16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아 맞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냥 모호한 대안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고 빅데이터를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고... 고민이 많이 되었던 책입니다. 그래서 별 다섯을 못 주기도 했었구요.

2020-01-24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