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에 나온 책이다.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것이 1917년이니, 책 출간 후 10년이라는 세월은 현대 핀란드 역사에서는 상당히 긴 세월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지금 읽어서 핀란드를 들여다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책이다. 2018년 12월 핀란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즈음부터 지금까지만 해도 핀란드에서는 기본소득 실험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국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핀란드에서는 핀란드어, 우랄제어를 공부하여 고대 핀란드어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으신 분이라 그런지, '핀란드어'나 핀란드의 '영어교육'에 관한 부분, 또 당신의 육아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할 '핀란드의 교육(철학)'에 관한 부분 외에는 서술이 다소 피상적이라 느꼈다(핀란드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서술이 더 주를 이룰 줄 알았는데 언어와 교육 이야기가 많다. 뒤에서 보겠지만, 글쓴이는 『뿌리 영문법』 같은 책을 내시기도 했다). 그래도 핀란드에 대한 지나친 환상과 이상화를 경계하고 현실주의적 시각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미덕이 크다. 지은이는 기본적으로 핀란드가 정답이나 해답이라기보다는, 핀란드에도 여러 한계가 있지만(특히 책 262쪽 이하), 핀란드인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의 국어 교육에 대한 다소간 회의를 가지고 있었는데, 핀란드인들이 핀란드어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고군분투하였고, 하고 있는가를 언급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약간 교정할 수 있었다. 우리도 국어 교육의 방식과 방향에 대하여 좀 더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지적은 슬프고 아프다.


  우리는 아직도 한국어의 기원을 알지 못한다. 한국어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는 알타이어가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 그래서일까? 한국에는 제대로 된 한국어 어원사전이 없다. 핀란드 학자 람스테트(G. J. Ramstedt)가 1949년에 쓴 『한국어 어원론 연구(Studies in Korean Etymology)』라는 책을 한국 학자들도 참고하고 있다. 미래를 향해서 가도 바쁜 이 시대에 한국어의 과거에 대한 논쟁은 반시대적 발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디디고 있는 발이 탄탄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인구 500만의 핀란드는 7권으로 구성된 핀란드어 어원사전 『Suomen kielen etymologinen sanakirja』를 가지고 있다. 한국어의 과거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책 60쪽)


  언어가 일차적으로는 '수단'이고, 옛 지식보다는 새로 만들어지는 지식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한국어는 언어의 형식과 내용 중 '내용' 면에서, 과거에는 한자어(여기에는 일본의 영향도 크다), 최근에는 영어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다음 글에서 영어를 중심으로 신어가 형성되는 최근 경향에 관하여 언급한 적이 있다.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1833977]. 글쓴이 지적처럼 어원론 연구가 부족한 것도 주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단,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그 사이 책들이 꽤 나온 것도 같다). 외국어로서 한국어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는데,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한국어는 충분히 연구되고 있는가. 노래 가사나 영화, 드라마의 대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또 한국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어만 보급하면 된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 저변조차 '역사적 한국어' 자체에 대한 탄탄한 연구와 지식으로부터 더 생생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아닐까. 북한까지 합쳐 약 7,700만이 First Language로 쓰고 있으니 명목상 한국어가 소멸할 일은 없다며 실질적 한국어의 급속한 소멸과 망각을 방치할 것인가[참고로, 한국어는 프랑스어보다 First Language Speaker의 숫자가 많은 언어이다. 물론 언어의 국제적 위상은 비할 바가 못된다. 통일이 되면 지린성의 조선족까지 합쳐 상황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languages_by_number_of_native_speakers].

  



  핀란드인들이 외국어를 잘 하는 이유를 '모국어 기반 외국어 교육'에서 찾은 것이 인상 깊었다(책 185쪽 이하). 모국어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모국어에서 경험한 언어적인 감각이 핀란드 사람들의 외국어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쓰기 교육'에 대한 중시가 핀란드 영어 교육이 경쟁력을 가지는 근본 요인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철저한 문법 교육이 근간을 이루며 어휘 교육이 그 다음이다. 쓴다는 것은 언어적 실천 가운데서도 가장 능동적인 활동이므로, 여기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여긴다. 잘 쓰려면 우선 많이 읽어야 하고, 쓸 수 있으면 말도 할 수 있다. 우리 영어교육의 문제는 (일본화된) 문법 중심 교육 그 자체가 아니라, 언어를 (쓰든 말하든) "output"하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선다형 객관식 시험 체제에서는 "output"을 훈련하기가 훨씬 어렵다. 요즘은 공교육 일선의 영어 교육 상황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도 (정식 교사 자격도 갖추지 못한 원어민 교사들에게 막대한 돈을 들이기 전에) 차라리 핀란드처럼, 영어 교사가 되려면 영어권 국가에서 일정 기간(비자기간 등을 고려해 3개월?) 거주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도 싶다(책 202쪽). 그리고 국가 주도의 교육과정 편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재미있으면 어려운 문장도 읽어야지, 각 학년마다 쓸 수 있는 단어가 제한된 바람에 맥락에 꼭 맞는 단어를 버리거나 아예 내용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책 201쪽). 주요 언어 이외의 외국어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그 많은 대학에 개별 외국어 학과가 20여 개를 넘지 못한다, 책 207쪽). 그런 면에서 최근 티무르 제국 역사서가 세계 최초로 완역된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최준석, "세계 최초 완역 ‘티무르 제국의 역사서’ 에 숨은 역사", 주간조선 (2020. 7. 27.)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618100020


  교육의 주도권을 핀란드처럼 선생님들에게로 돌려야 한다(책 153쪽 이하 등. 스웨덴, 러시아, 독일 등 열강에 시달렸던 나라여서 그런지, 핀란드 교사들은 '내가 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으면 말 그대로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으로 아이들 교육에 임한다고 한다). 나아가 핀란드는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함으로 인하여]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는 핀란드인이 생겨나는 일을 거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핀란드라는 국가의 자존심이다. 그들은 한 사람이라도 그러한 핀란드인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간주한다. 그래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국가는 그러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려 한다. 국가도 사회도 그 책임을 떠안을 각오가 되어 있다." (이상 책 117쪽) 핀란드어를 쓰지 못해 어린이집 적응을 힘들어 하는 글쓴이 아이를 위해 자신이 한국어를 배워서 아이를 돌보겠다고 했다는 핀란드 교사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책 115~6쪽). 책 157~8쪽의 다음 대목도 여러 단어 선택이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한계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라도 타당한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핀란드가 지향하고 있는 학생들 개개인의 능력을 끌어내는 교육,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키워내려는 처절한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대한민국에서도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이는 전체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출산 장려 정책도 추진해야겠지만, 더 시급한 과제는 증가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자살을 막고,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잘 키워내서 우리보다 두 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일일 것이다.

  잘하는 학생, 1등을 하는 학생을 만드는 것도 국가경쟁력을 위해 도움이 되겠지만, 낙오하는 젊은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전체 대한민국의 GDP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사람의 평균 능력을 100이라고 보았을 때, 몇 사람을 120으로 만들기 위해서 들이는 노력보다 0이 되는 사람을 없애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전체 국가적인 관점에서 보면 0이 되는 낙오자를 없애는 것이 효율적이다. 학교 평균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 부진한 아이들을 위한 특별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이 등장하고 있다. 학교 전체의 평균은 잘하는 학생의 점수를 올려서는 한계가 있다. 0점을 받는 학생들이 50점씩만 받아도 전체 평균은 금방 상승한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런데 수치로 나타나는 평균 점수를 올리려는 노력보다는 진정으로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한 사람을 키우기 위한 교육에 정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책 157~8쪽)



  글쓴이는 이 책에 나온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책들도 내셨다.




  우리나라의 핀란드에 대한 관심도 매우 커졌다. 종래 핀란드 교육을 다룬 책들이 많았고, 여전히 많지만, 최근에는 핀란드인들의 삶에 주목한 책들이 늘었다. 번역할까 생각하고 사왔던 책이 이미 나와있어 놀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어판이 알라딘에서 검색되지 않아 부득이 번역본으로 인용하였다(참고로, 위 특집호는 COVID-19가 창궐하기 이전에 나온 것이어서 시의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세상이 너무 바뀌어 버렸다).


  일전에,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치료법을 써야한다는 입장이어서, 무작위 대조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를 주된 근거로 삼는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과 끝내 조화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1867658


  그런데 위 특집호를 읽다가 읽다가 ˝Personalized Medicine˝에 관한 논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련해서는,

  Vogenberg FR, Isaacson Barash C, Pursel M. Personalized medicine: part 1: evolution and development into theranostics. P T. 2010;35(10):560-576.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957753/

  "The Age of Personalized Medicine" http://www.personalizedmedicinecoalition.org/Userfiles/PMC-Corporate/file/pmc_age_of_pmc_factsheet.pdf

  Kiril Gorshkove et al., "Advancing precision medicine with personalized drug screening," Drug Discovery Today, 24(1), 2019, 272-278. https://doi.org/10.1016/j.drudis.2018.08.010 등을 참조.


  인간의 지놈 정보에 대한 개별화(개인화)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일종의 ‘맞춤의학‘인 한의학이 검증(또는 반증)되고, 근거중심의학(EBM)으로 편입될 수도 있을까? 이전 리뷰에도 썼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다루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규모에 달린 문제 같기도 하다.

Pharma firms are required by the FDA to test new medicines on a group of patients over a number of years. But the FDA seems to be willing to allow these unique treatments to go ahead, because there is no other option and the outcomes without them are grim. In medical trials, the number of patients is denoted by the letter "n". These personalized medicines have therefore become known as "n of 1" drugs.- P1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re are three ways to make streaming pay. Firms can accumulate deep ranks of loyal subscribers at home and abroad. They can raise prices. Or they can spend less on programming.-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is is why government has a role in keeping the entertainment business competitive. First, it should prevent any firm-including the tech giants from acquiring a dominant share in the content business. Second, it should require the companies that that own the gateways to content, such as telecoms firms or handset providers such as Apple that can control what screens show-to have an open-access policy and not discriminate against particular content firms.
Last, it should make sure subscribers can move their personal data from one firm to another, so they do not become locked in to one service.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ince he announced his run for the White House in 2015, Donald Trump‘s method has been to maximise at all times the amount of attention directed at him. [...] When power is based on appearances it can slip away suddenly.- P7

Before covid-19 hit America, Mr Trump looked likelier thannot to be re-elected, thanksto a relentlessly growing economy. Incumbent presidents almost always win in such circumstances. Our election model made him a narrow favourite, even though he was a few points down in national polls with his rival, Joe Biden. However, the president is now in a deep hole. Mr Biden is up by nine points-more in some polls. He is doing well in battleground states like Florida, Michigan and Wisconsin, and he has strong support among older voters and is doing surprisingly now gives Mr Trump only a roughly 10% chance of winning. The virus has demonstrated something definitively to a large number of persuadable voters: that MrTrump is just not that good at being a president.
-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