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산맥 - 신비한 법칙으로 이루어진
최지범 지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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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9월생인 글쓴이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이 책을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해에 출간하였다. 책을 낸 시기 때문만이 아니라도 훌륭하고, 또 사랑스러운 책임에 틀림없다. '가장 심오학 물리학 내용을 가장 간단하게 안내한다'는 글쓴이의 야심찬 포부에 충분히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거나 설명할 때 이 책의 서술방식을 이따금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출간 당시에도 많은 화제가 된 모양이다.

  이현경, "'물리학의 산' 같이 넘어 보실래요? 물리교양서 펴낸 고3 수험생 최지범", <과학동아> (2008년 9월호)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809N031


  글쓴이는 재수를 하여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10학번으로 입학하였다. 재수생 시절 문학작품들을 많이 읽었다는데, 2012년 제54회 서울대학교 대학문학상 시 부문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된 것으로도 모자라, 2014년에는 제56회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2016년에는 제58회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에서 <그래비티>에 관한 평론으로 가작에 당선되었다. 샘이 나기 시작한다^^; 다음이 글쓴이의 수상작들이다. 시가 참 좋다.


잡상 할머니 - 최지범


꼬부랑 할매, 물건을 팔고 있어.


무슨 물건인고 보니 자전거 탄 아이가 쳇바퀴같은 원형 트랙을 도는 장난감이야.


아이는 88년도의 모범소년처럼 빨간 긴팔에 짧은 파랑 반바지를 입고 있었어.


하나에 삼천원이라는데, 누가 그런 트렌디한 고급 장난감을 살지 궁금해졌어. 감히 누가 그런 물건을 탐할 수 있었을까?


내 주머니 속에는 구원의 티켓, 천국행 티켓이 몇 개 있었지만 어머니 아버지 수 분() 노력 남에게 주기는 아까워서 그냥 지나쳤어. 자전거 탄 아이가 내는 경쾌하고 고급스런 2bit 음악이 내 귀를 따갑게 간지럽혔지. 내가 막 지나치는데, 흐트러진 제복의 사내 둘 다가와서 그런 사치품은 여기서 팔 수 없다며 물건을 치우라고 했어.


할매는 듬성듬성한 개나리꽃 이빨 드러내며 제조일로부터 20년쯤 지난 1.8 m 높이의 젊은 로봇들에게 화를 냈어.


내 또래, 혹은 약간 위인 기계들은 그런 할머니에게 그녀 키만큼이나 낮은 목소리로 규칙을 설명했고, 당신 때문에 소요되는 연료가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또다시 물건을 치우라고 했어.


할매는 서툰 발음으로 욕을 하다 결국에는 물건을 치웠고, 구겨진 두 개의 제복들은 그걸 옆에서 바라보며 할매가 증발하기를 기다렸어.


할매는 곧 증발했지만 그 냄새는 오래도록 남았어. 88년도 소년의 기계 음악 소리도 계단에 질척질척 흘렀어.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에 검은 머리에 검은 입술을 가진 두 로봇은 증발된 할머니를 부탄가스 마시듯 빨아들였어. 히죽 웃고 빨아들이고 내뱉고. 히죽 웃고 빨아들이고 내뱉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에 나는 토할 것만 같았어.


그냥 차가운 겨울바람만이 먼지 낀 사당역을 휘감고 있었어.


  제54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우수작 수상소감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94


  제56회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 우수상 <장미와 돌멩이> http://pdf.snunews.com/1891/189117.pdf


  제58회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 가작 <그래비티: 생명의 기본 원리를 담은 검은 화폭>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544

  제58회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 가작 수상소감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545



  2015년에는 책도 한 권 냈다. 꾸준히 읽고 쓰고 있는 글쓴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해에 서울대학교 생명공학부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입학하여 행동생태학·진화학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있다는데, 어떤 것을 씹고 되새기고 삼켜 작품을 만들어낼지 자못 기대가 된다. 외롭고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만, 자기중심이 뚜렷하고 튼튼한 사람이니만큼 낙타의 고행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 소개 기사를 링크한다. 엄정권, "[이 저자] 과학도 최지범, 과학 '지식'으로 문학 '상상력' 키웠다"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8767 (30년도 채 되지 않은 한 청년의 인생을 위와 같이 간추려 놓고 보니 스토커 같기도 하지만, 독자로서 보내는 작은 지지와 응원의 뜻 정도로 생각하여 주시길... 언젠가 기꺼이 따뜻한 밥 한 끼, 차 한 잔 대접할 용의도 있다)




  끝으로 『물리학의 산맥』에 인용된 참고문헌 목록을 소개한다. 아시모프의 책과 할리데이 물리학은 2권이 있고, 과학세대 편저, 『상대성 원리와 우주과학』, 벽호(2000)은 이미지를 찾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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