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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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수록 재미있는 글이 많이 나온다. 내용이 궁금해지는 책, 영화가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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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주의의 승리라 이름할 수 있을 웅혼한 서사. 인문학자가 아니라면 이런 책을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을 것 같다. 562쪽부터 647쪽까지에 걸친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발표지면은 책이 나오기까지 지은이가 인고한 세월을 응축하고 있는 것같아 자못 경이롭다. 책은 3·1운동이 어떻게 우리 "존재의 기초"이자, "불회귀적 사건"인지를 설득력 있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책 543 ~ 544쪽). 우리 헌법이 왜 첫머리에 '3·1운동'을 등장시킬 수밖에 없었는지 이 책을 읽고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작년 6월경 책의 80% 정도를 읽고 덮어두었다가 오늘 남은 부분을 마저 읽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전율이 돋았고, 마음에서 우러난 박수가 나왔다(당시에 남겨 둔 리뷰는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0923232).


  우리도 Project Gutenberg (http://www.gutenberg.org/)와 같이 여러 1차 자료와 문헌들을 디지털 아카이빙하는 작업에 더 투자하면 좋겠다. 20세기 이전 자료들이 대부분 한문으로 남아있는 탓에 우리 자신에 대한 연구에 진입장벽이 존재하지만, 중국, 대만, 일본과 협력하여 발전된 한자인식(OCR) 기술을 나누었으면 좋겠다(현재까지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현황은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http://archive.history.go.kr/ 참조). 여러 언어간 번역 자료를 부지런히 디지털화하여 번역기의 정확도를 높여나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런 연구가 더 많이 쏟아지고 또 외국에도 소개되면 좋겠다. 자료 더미에 묻힌 원석을 발굴하여 빛나는 보석으로 꿰는 작업이 많아지면 좋겠다.


  국문학, 국어학, 국사학은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개척하여야 할까. 국어국문학의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에 우리 정신의 근간이라는 당위적 언설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국영수"의 앞자리를 아직 '국어'가 차지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국어'의 특권적 지위를 보장한 것이 도리어 혁신을 가로막아 도태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중고등학교 교과목으로서 '국어'는 미래세대에게 우리 말과 글의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는가. 아무리 가장 높은 비중을 둔들 2, 30대에 이르러 꾸준히 한국문학을 읽는 인구가 얼마나 될까. 우리말을 아름답게 살려 쓰려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광호, "국어국문학, 미래 한국의 救命艇 될 수 있을까?", 교수신문 (2018. 10. 8.)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2793 등 참조.

  작가가 당대의 대표적 지식인이고, 문학이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문예지가 첨단 논쟁의 무대가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실기 위주의 문예창작학과로 변신을 꾀하기도 했지만, 문학도, 작가도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면서 우리의 말과 글 자체가 20세기에 비하여 심각하게 쪼그라들어 있다. 이는 곧 사고의 단순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우리말을 보존하는 노력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학술지에 우리 어휘를 살려 투고한 적이 있었는데, 가독성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수정을 권고받은 일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 언어생활의 거대한 빙산이 급속히 녹아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호기, "[광복 70주년 특별기획 - 김호기·박태균의 논쟁으로 읽는 70년](20) 창작과비평 대 문학과지성", 경향신문 (2015. 8. 1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182207085&code=210100; 신효령, "[기자수첩]문학의 위기, 만화·영화는 멀쩡하건만···", 뉴시스 (2018. 10. 18.) https://newsis.com/view/?id=NISX20181017_0000444984 등 참조.

  [유수의 영어 언론과 잡지들은 영어 어휘를 풍부하게 구사하기 위하여 무진 애를 많이 쓴다. 아름다우면서도 위트 넘치는 문장들이 전 세계 독자들로 하여금 기꺼이 지갑을 열어 컨텐츠를 사보게 만든다. 우리도 순우리말 어휘, 옛말을 포함한 거대한 유의어 사전을 만들면 어떨까. 비슷한 단어들을 적절히 교차하여 구사하고, 또 전달하려는 뜻에 따라 그 단어들간 미묘한 차이를 가려쓰려는 노력이 많아지면 언어 세계의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영어로 글을 쓸 때 자주 참고하는 유의어 사전 사이트인데, https://www.thesaurus.com/을 써보면,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자질구레한 단어들까지, 비록 연결선의 강약은 다를지라도, 어휘의 그물망을 정말 촘촘하게 연결해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Merriam-Webster 사전을 보아도,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과는 그 폭과 깊이에서 차원이 다르다. 예컨대 "love" 같은 말을 찾아보면, 이것이 라틴어나 고대 영어, 고대 상류 독일어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12세기 전부터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가 나온다. 최신 용례와 풍부한 유의어, 반의어 목록이 제공됨은 물론이다. https://www.merriam-webster.com/. 한글이 최고야 하면서 국뽕에 취해 있기에는, 우리말이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백 년 전까지만도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는 것 자체가 과제였지만, 국립국어원(https://www.korean.go.kr/)에서 지금 벌이는 말뭉치 구축 사업 등 여러 사업에 더하여 어휘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보존하는 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민간 활용이라는 측면을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 지금 웹상의 사전 시스템으로는, 예컨대, 처음부터 "다홈"과 같은 말을 모르면 이를 찾아 쓸 도리가 없다. '도리어', '오히려', '차라리', '그래도' 같은 말들을 찾았을 때 이들을 연결해서 보여주어야 비슷한 뜻을 가진 말들을 교환하여 쓸 수 있다. 언어 순수주의가 역설적으로 우리 언어를 빈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여야 한다. 언어는 자꾸 이어 버릇하여야 풍부해진다. 유연석, "국립국어원, 중단됐던 '국가 말뭉치 구축사업' 10년 만에 재개", 노컷뉴스 (2018. 12. 6.) https://www.nocutnews.co.kr/news/5072089 참조.]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워낙 밀도가 높은 대작이라 선뜻 요약하기가 힘들지만 오늘 읽은 부분에서 몇 가지만 아래에 밑줄긋기 식으로 갈무리해 본다(제3부 제4장 이하에서 제4부 제2장 '이중어' 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당대의 잔다르크들을 복권시킨 제3부 제4장 '여성' 편은 감동적이었고, 이광수와 그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심훈, 또 제3의 길로서 엄상섭에 대한 서술도 흥미로웠다. 조소앙이 베르그송을 만나고 와서는 "쥐뿔도 모르는 놈!"이라고 내뱉었다는 일화도 나온다[책 442쪽, 「베르그송과 조소앙」, 『동아일보』(1936. 3. 18.), 이철호, 「한국 근대소설과 '의식의 흐름', 『상허학보』 36, 2012. 10.에서 재인용].


  권보드래 교수님도 정말 부지런히 쓰고 계신다. 공저가 많으신데, 이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들고 나오실지 기대가 많이 된다.


박원경은 19세 소녀로 ˝천황폐하께 불경이요 (...) 부모님께도 불효˝ 운운하며 설득하는 심문관에게 ˝내 앞에 천황폐하가 어디 있˝냐고 반박하면서 ˝우리 부모님 생각은 (...) 칭찬해주실 테니까 나는 효녀˝라고 당당히 진술했다는데, 그 소문이 당시 황해도에 파다했다고 한다.- P397

˝나는 3·1 운동 없으면 오늘은 없다.˝ - 함석헌,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함석헌 저작집 6』, 한길사, 2009, 164쪽.- P431

엄상섭의 시각마따나 3·1 운동은 종착점보다 출발점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볼 때 적극적 의의를 갖는다. 3·1 운동은 개인적·민족적 층위에서 공히 불회귀적 사건인 동시, 실패냐 성공이냐의 질문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종류의 사건이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나‘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존재의 기초이자 폭발적 성장의 계기인 것이다. 3·1 운동을 통해 조선인은 비로소 집단적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서의 정체성을, 즉 저항하는 존재로서의 자존을 형성할 수 있었다. 조직망도 통신망도 저발달한 상태에서 사실상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일어난 이 놀라운 운동은 지금까지도 부동(不動)의 민족적 알리바이다. ‘우리‘는 단연 일제에 반대했던 것이다. 비록 힘이 모자라 짓밟혔을지언정 그것은 식민지시기 내내, 그리고도 오래 더 살아남은 기억이었다. ‘3·1 운동이 없었다면 민족으로서의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P543

그러나 동시에, 이광수 같은 인생과 대화하는 과정이 없다면 독립운동가들의 존엄마저 박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렇다고 이광수를 망각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광수를 몰아내는 대신 그와 대결하고 싶다. 그는 아직 내게 맞설수록 새로운 대상이다. 그러므로 적대와 분할이 기승스러워지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3·1 운동의 봉기 대중처럼, 대결할지언정 누구도 추방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죄를 묻고 벌을 정해야겠지만 궁극에는 모든 존재를 품는 그런 질서를.- P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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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을 다룬 책이 쏟아지고 있다. 알라딘의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통일/북한관계] 분류하에만도 2020. 5. 22. 현재 2,106개의 상품이 등록되어 있고(90년대 이전 책 중에 등록되지 않은 상품도 많을 것이고, 다른 여러 카테고리에 흩어져 있는 책도 있다), 매월 단행본이 10권 꼴로는 꾸준히 등록되는 것 같다. 이전과 다른 것은, 이데올로기적 경쟁 대상 내지 당위적 실천의 지향으로서 북한과 통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실상 자체(인권 문제를 포함하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늘어났다는 점이다(경쟁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세력이야말로 북한 없이는 죽고 못 살고, 북한을 여전히 진지하게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탈주민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2000년대에는 연간 입국 인원이 2,000명~3,000명에 이르렀으나, 최근 들어서는 연 1,000명대로 줄어있다. 김정은 집권 후 국경통제가 늘어난 영향도 있을 테고,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개인의 경제활동과 재산 사유화를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살 만하게 된 사람들이 늘어서일 수도 있다. 이탈주민 다수가 중국에서 잠복기를 가진 뒤에 남한으로 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입국자는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2019년 말까지 북한이탈주민 3만 3천여 명이 남한에 와서 살고 있다. 인구가 늘면서 북한이탈주민 사이에 사기(詐欺), 동업 실패 등 분쟁도 늘고 있다. [통일부 > 주요 사업 > 북한이탈주민정책 > 현황 > 최근현황] https://www.unikorea.go.kr/unikorea/business/NKDefectorsPolicy/status/lately/

  


  최근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가 이슈가 되다 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남한에도 북한 주민이 3만 명 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라며 난민 지위를 부여받는 것인지부터 묻는다. 우리 헌법상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이고, 따라서 북한 주민도 특수한 지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법률(「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정원 조사를 거쳐 보호 여부를 결정한 뒤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을 받고, 직업훈련과 생계급여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무척 신기해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 비하여 외국에서는 훨씬 더 남한과 북한을 아예 별개 나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남북이 각자 공식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대한민국 헌법 제4조, 통일부 존재 등). 하나원 도서관이 정서적(+ 사상적?) 연착륙을 돕기 위하여 책을 사려깊게 갖추어 두고 있다는 이야기나, 중국 어딘가에 숨어 살다가 입국하는 경우가 많아 글말은 몰라도 입말로서 중국어는 익숙해져 입국한 탈북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중국어, 중국 관련 전공을 많이 선택하고, 호기롭게 경제학, 경영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가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는다.[통일부 > 주요 사업 > 북한이탈주민정책 > 현황 > 입국 및 정착과정] https://www.unikorea.go.kr/unikorea/business/NKDefectorsPolicy/status/entry/; 위키피디아 하나원 페이지(영문) https://en.wikipedia.org/wiki/Hanawon 참조.


  분단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교류 단절 상태가 오래 지속될 줄 알았더니, 연결, 저장매체의 발달로 남북이 서로의 실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꽤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책 2장의 "한국 대중가요에 푹 빠진 평양 시민", "한국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평양 시민"에서 보는 것처럼, 상당히 많은 북한(평양) 주민들이 남한 컨텐츠를 소비하고 또 동경하는 것 같다(북한이탈주민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분도 지인 소개로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를 숨어서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학 나가있는 당 간부 자제들은 웹하드, 토렌트 사이트에 가입하여 남한 영화, 드라마, 대중가요를 '불법 다운로드'하여 즐긴다(10년도 더 전에 들은 일이다). 유튜브에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북한을 여행하고 업로드한 영상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심지어 북한 쪽에서 운영하는 계정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책이나 영상을 보면 적어도 평양만큼은 전혀 아무 것도 없는 상태까지는 아님을 알 수 있다(생각보다 준수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미국에서도, 그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특히 트럼프의 카운터 파트너로서 '김정은'에 대한 관심이 늘어있다. 서점에서도 북한 관련서를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국제 학술대회를 가보면 북한의 '장마당'이나 웬만큼 자율권을 갖는 '회사'들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다(책 1장 "시장경제의 펌프, 장마당" 등 참조).


  요컨대, 북한은 '자본주의'라고까지는 못해도 '시장경제'를, 어쩔 수 없이,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하고 있고, 2009년 화폐개혁 실패 후 시장에 대한 통제력은 더욱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외교역 없이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있다(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변화가 임박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1년? 3년? 아무리 늦어도 10년 내에는 올 것이 오리라고 보고 있다. 그 때까지 저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독일, 베트남 등 모델이 거론되고 북한의 지하자원에 관하여 많은 기대를 거는 것 같지만, 이 책 328쪽 이하에 나오는 것처럼 과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통일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늙고 있다[책에 인용된 KDI 보고서는 김두얼, 남재현, 김석진, 김영훈, 이상준, 송준혁, "남북한 경제통합 연구: 북한경제의 장기발전전략" https://www.kdi.re.kr/research/subjects_view.jsp?pub_no=13282인 것으로 보인다. 여담이지만, 최근 김정은의 신변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으로 주성하 기자가 그런대로 믿을 만한 정보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었다. 다만, 이 책은 주로 기억에 의존하여 쓴 것인지 디테일에서 빈구석이 보이고(날짜가 궁금한데 책에서 찾을 수 없다거나), 책 특성상 일일이 출처를 들 수 없는 면이 있는 것도 같지만 위와 같은 문헌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그래도 지은이가 머리말에서 희망한 것처럼 "북한을 이해하는 데 대표적인 입문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발상을 전환하여 북한을 '에스토니아'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은 어떨까. IT 기술이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묘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최근 미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년간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등으로 수십억 달러를 빼돌렸다고 한다. 정상적 경제활동이 막혀있다 보니 이런 식으로 외화를 버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기술자 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Danny Nelson, "미국 정부, '북한 암호화폐 범죄' 목록 공개", Coindesk Korea (2020. 4. 16.) https://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0735; Ian Allison, "북한, 암호화폐 이용한 거래로 경제 제재 회피" Coindesk Korea (2020. 4. 9.) https://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0685; Sebastian Sinclair, "North Korean Hackers Ramp Up Efforts to Steal Crypto Amid Coronavirus Pandemic," Coindesk (May 11, 2020)].


  빠른 사회 동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법문화의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책 전반에 나오는 것처럼 북한 사회는 현재 '뇌물의 연쇄'로 돌아가고 있고, 공동체를 위해 규범을 지킨다는 의식이나 공감대가 거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위반자들을 아무리 사형시킨다 한들, 법이 먼저 공정하고 또 일관되게 집행되지 않는 한 규범력은 결코 높아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평양의 법률시장 개방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사회에 법치주의와 법문화부터 뿌리 내리게 해야 한다. 강한, "(단독) 북한, 사실상 법률시장 개방… 법적 인프라 구축 본격화", 법률신문 (2020. 5. 18.) https://m.lawtimes.co.kr/Content/Article?serial=161567; 강한, "(단독) 한국 로펌, 평양 진출 추진", 법률신문 (2020. 5. 18.) https://m.lawtimes.co.kr/Content/Article?serial=161551 등 참조.


  전 세계가 방역하느라 정신이 없는 시기이지만, 그런 때일수록 더 철저하게 대비하고 움직여야 한다. 어쩌면 많은 나라가 여력이 없는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국제적 협력, 특히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인심을 쌓아두어야 한다. 중국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가 위기이자 결정적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채권에 외국인 투자자가 모이고 있는 것은 호재다. 결국 통일자금은 그렇게 마련해야 한다. 이미 많은 기관들이 나름의 분석과 행동전략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불현듯 닥칠 제재완화와 교류증대의 상황에 먼저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각자 처한 위치에서 만반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덧) 133쪽에서 137쪽까지에 나오는 '대동강맥주' 이야기, 특히 1번부터 7번까지 맥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정말 매혹적이다. 현지에서 먹는 맛이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는 위 책 이후에도 책을 한 권 더 내셨다.




  북한의 경제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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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리뷰를 보고 중고서점에서 사고는 책장에 꽂아둔 채 잊고 있던 것을 아이가 찾아냈다.

  나온 지 10년도 더 지나 '첨단'기술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스타인웨이 피아노'라든가 '깁슨 전기 기타' 같이 꼭 최신일 필요는 없는 기계들을, 내부가 어떤 부품들로 이루어졌는지를 찬찬히 보이며 원리를 설명하고 있어서 대단히 유익하다. 『도구와 기계의 원리』에 비하면 첨단기술을 더 많이 다루었다고 볼 여지도 있고...

  아내는 처음에 아이가 이 책을 꺼내달라고 했을 때 '누드백과'라는 제목만 보고 짐짓 긴장하였다고 하는데, 아이와 함께 책을 보고 나서 '이런 좋은 책이 있었으면 왜 진작 보여주지 않았냐'고까지 하였다. 아이가 즐겁게 보고 있다.

  거듭 느끼지만 DK는 정말 좋은 출판사다. 다만, 한국 출판사인 을파소에서, 번역 제목을 굳이 저렇게 지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제목이 달랐다면 책도 더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원제는 『Cool Stuff Exploded』이다. 글쓴이 Chris Woodford는 어린이 과학책을 여럿 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데이비드 맥컬레이 David Macaulay의 『도구와 기계의 원리』도 다시 나왔다. 역시 DK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한국 출판사는 달라도 DK 출판사에서 낸 유사한 책들이 여럿 있다. David Macaulay는 사실 더 많은 책을 냈는데, 모두 소개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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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미지를 실수로 지웠다가 다시 넣었더니 썸네일 이미지로 다른 책이 뜬다.)


  이상하고 '후진' 생각과 실천들에 대하여 그것이 왜 이상한지를 설명하여 납득시켜 주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동시에 그런 차별적 인식은 우리 안에 너무 깊이, 켜켜이 뿌리박혀 있어서 끝없이 성찰하고 정정해 나가지 않으면 어느새 차별과 권력을 실천하는 것이 된다. [예컨대, 어제 링크한  "조나단, 한현민, 라비 '흑형'이란 말에 상처 받는 이유", BBC News 코리아 (2019. 9. 4.) https://www.youtube.com/watch?v=QnTPdBMLzOo 영상을 보면, 한국에서 백인들에게는 "혹시 어디서 공부하시냐?"라고 묻지만, 흑인이나 동남아시아 사람들한테는 "혹시 어디서 일해요? 어느 공장?"이라고 묻는다는 장면이 있다. 유쾌하고 발랄하게 우리 내면의 그릇된 코드를 성찰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영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위와 같은 장면은 은연중에 노동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내포한 것일 수 있다. 예컨대, 같은 영상을 블루 칼라 노동자나 그 자식들에게 보여준다면 그 또한 상처를 주는 일이 되지 않을까?] 페미니즘은 차별과 권력의 코드를 파헤치고 드러내는 최일선에 있는 사유로서, 우리의 일상을 하나하나 바꿔 나가는 가장 실천적 투쟁이 된다.


  재작년 말에 양성평등 강연을 준비하면서 참고할 목적으로 절반을 읽다가 이번에 마저 읽었다(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0557605). 최근 들었던 강연에서 참 인상 깊었던 대목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 다수는 백주 대낮의 언론사 인터뷰나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차별적 인식과 혐오 발언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고스란히 발화한다는 것이었다(자기 얼굴이 노출되는데도). [역시 어제도 링크한 세계가치조사 http://www.worldvaluessurvey.org/WVSContents.jsp를 보면, '다음 사람들을 이웃으로 맞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나라별로 집계하고 있다. 질문한 항목은 약물중독자(Drug addicts), 다른 인종의 사람(People of a different race), AIDS 환자(People who have AIDS), 이민자/이주노동자(Immigrants/foreign workers), 동성애자(Homosexuals), 종교가 다른 사람(People of a different religion), 폭음자(Heavy drinkers), 비혼 동거 커플(Unmarried couples living together),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People who speak a different language), 전투적 소수자(Militant minority), 전과자(People with a criminal record),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Emotionally unstable people), 무슬림(Muslims), 유대인(Jews), 전도사(Evangelists), 출신국에서 오지 않은 사람(People not from country of origin, 맥락을 정확히 모르겠다), 정치적 극단주의자(Political Extremists)이다(이들 범주 하나하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위와 같이 범주화하는 것이 적확한지, 심지어 정의할 수나 있는 것인지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 인식 지형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이므로 그러한 질문은 잠시 접어두자). 우리는 다른 인종과 이민자/이주노동자, 성적 소수자, AIDS 환자 등 타인에 대한 배타성이 전반적으로 아주 높다(특히 AIDS 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이는 과학적이지도 않고 보건의료 관점에서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양에서 AIDS는 더 이상 치명적이거나 전파되는 질병이 아니게 되었음에도, 한국에서 AIDS 환자는 병이 아니라 자살로 죽는다는 서글픈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우리가 흔히 인종차별, 소수자 차별이 우리보다 심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에서도 그런 인식을 우리처럼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 나라들에서 그런 말을 공적인 자리에서 서슴없이 하면 질 떨어지는 수준 낮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친구를 잃게 된다. 나아가 직장을 잃을 수 있고 법적으로 처벌받는 일도 생긴다. 지금 미국에서 각종 총기로 무장하고 거리에 나와서 "COVID-19에 관한 언론 보도는 모조리 '가짜 뉴스'이고 트럼프 대통령을 낙선시키고 우리 경제활동과 자유를 억압하려는 민주당의 '음모'"라는 식의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적어도 낮에는)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보수든 리버럴이든, 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외국에서는 그 비슷한 취급을 받는 언행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뱉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좌파 정당은 좀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시류에 타협하는 모습이 보이고, 특히 남성 중에 차별적 태도를 곧잘 드러내는 사람들이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국뽕 마케팅'은 주의 깊게 자제,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당장 중국의 자화자찬이 엄청난 백래시를 맞고 있지 않은가. 트뤼도 총리가 여러 면에서 오락가락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음 연설은 우리가 곱새겨 볼 만하다. 캐나다 정부에서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차별 관행을 역사적, 공식적으로 사과한 연설이다. "Full Speech: Justin Trudeau offers formal apology to LGBTQ community for government discrimination," Global News (2017. 11. 29.) https://www.youtube.com/watch?v=xi23IL3b6cs]


  예비군 훈련과 민방위 훈련의 차이, 술집에서 '이모'라는 호칭, 아침드라마의 사회학과 같이 평소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일상에 대한 지적이 흥미롭다. 아무튼 대한민국 남성들이여, 우리 자신이 잠재적 가해자요, 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직면하자("남성들이여, 우리가 악어임을 받아들이자"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0398432). 그래야 우리도 더 행복해진다.


  곧 『민원을 제기합니다!』라는 신간을 내실 모양이다.




  그리고 다음 책들이 인용되어 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쓴 리베카 솔닛의 책이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나와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어둠 속의 희망』과 『걷기의 인문학』은 각각, 2006년 창비, 2003년 민음사에서 나왔다가, 2017년 창비와 반비에서 다시 나온 것이다.




추가) 가톨릭 교회에서 여성 사제를 허용할 때까지 신도들이 미사 참여를 보이콧하는 건 어떨까... 지은이처럼 그 때문에 이미 떠난 이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미사 전례에서 가부장제적 어휘들이 불편하다. 여성 사제 불허 방침이 영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한상봉, "여성사제, 여전히 남은 숙제", 가톨릭 일꾼 (2018. 12. 3.) http://www.catholicworker.kr/news/articleView.html?idxno=2463; "여성의 역할 존중하지만 여성 사제는 허용 안 돼", 가톨릭평화신문 (2016. 11. 13.)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659584&path=201611; 조광태, "여성+기혼 사제의 등장?…가톨릭 전통, 천년의 빗장 열릴까", UPI 뉴스 (2019. 10. 2.) https://www.upinews.kr/newsView/upi201910020062; 이미령, "가톨릭 구하려면 여성 사제 허용하라", 한국일보 (2019. 10. 2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0231500342581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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