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
조지 M. 존슨 지음, 송예슬 옮김 / 모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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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자 퀴어인 조지 M. 존슨의 자전적 에세이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는 '다름'에 상당히 차별적인 이 사회에서 이중차별을 받으며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미국 사회에서 아무리 백인의 인구의 %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백인인 백인이고 백인은 미국 사회에서 '주류'로 인정받고 여러 혜택을 받고 있다. 백인이 주류로서 받는 혜택은 미국의 대학입학에 있어 백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여러 선례, 사회적으로 비백인 인구에 비하여 법적 처벌을 덜 받는 상황 등이 있다. 이런 부분은 인터넷에서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미국에 사는 흑인은 미국에 사는 백인에 비하여 평균 수명도 짧을 뿐만 아니라 재산 규모도 평균적으로 더 적으며, 대학 입학률에서도 차이가 난다. 흑인이 미국 내에서 이렇게 차별받게 된 이유는 노예제의 영향도 있으며, 이후 미국의 수정헌법이 흑인의 피가 한 방울 이라고 섞여있다면 여전히 '유색인간 취급'을 하며 오랜 기간 차별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다. 조지 M. 존슨은 공부를 잘 하는 엘리트 흑인으로 자라왔기에 집 안에서 비싼 학비를 부담하며 카톨릭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지만 조지의 능력과 별개로 고등학교에서는 흑인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

※ 2021년 8월 13일 한겨레 기사(미국 백인 인구 첫 감소…히스패닉·아시안은 증가, https://c11.kr/1ahic)를 보면 미국 전체 인구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9%, 2010년 63.7%에 이어 이번에는 57.8%로 줄었다.

조지 M. 존슨의 삶이 힘들었던 이유는 사회적으로 흑인이라는 차별 외에도 흑인 커뮤니티 안에서 LGBTOAI+로 또 다른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회적인 차별과 함께 자신이 인종적으로 소속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은 조지를 이중차별의 무한굴레에 빠져들게 하였다. 흑인 내에서 남성이란 매우 강하고 터프한 존재여야만 하는데 조지 M. 존슨은 강하지도 터프하지도 않은 공부를 잘 하는 계집애같은 남성이었기에 LGBTQAI+로서의 차별을 감내해야했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성적지향을 숨기며 살아야 했다. 스스로도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조지 M. 존슨의 성적지향이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태어난 성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이 일치하는 이성애자)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조지는 누군가 '너 게이야?'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답을 하였다. 자신의 가족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감싸준다는 것과 별개로 LGBTQAI+로서 흑인 사회 내에서 차별받는 것은 다른 의미였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조지는 성공하고 싶었고, 흑인과 LGBTQAI+이라는 정체성이 성공이라는 목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흑인이라는 인종을 감출 수 없지만 LGBTQAI+는 잘만하면 감출 수 있기에 감출 수 있는 것을 감추는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는 차별에 도전하고 이기는 영화나 소설같은 자전적 에세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조지 M. 존슨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과정에 대해 쓴 에세이이다. 이중차별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 자신 주변의 여러 죽음과 마주하게 되면서 조금씩 오픈퀴어가 되는 과정은 상당히 현실적이면서 고통스럽기도 하다.

인종적으로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스젠더나 헤테로 섹슈얼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는 과연 '정상'이라 부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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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미술 - 무섭고 기괴하며 섬뜩한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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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미술은 상당히 특이한 책이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이 밝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예술이 아닌 인간 동물이 두려움을 갖는 존재를 그린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어둠의 미술'의 저자 S. Elizabeth는 서양의 전통 사회에서 주술이나 유령 등 설화 · 문헌으로 전승되는 영적 현상인 오컬트에 대한 책을 집필하기도 하였으며, 상당히 고어( 잔인성과 그에 따른 공포 및 혐오, 반사회성 등이 강조된 특정 계열의 장르)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작가이자 큐레이터이다. '어둠의 미술' 또한 인간 동물의 공포와 혐오를 시각화 한 다양한 미술 장르에 대하여 소개를 하고 있으며, 인간 동물이 가지고 있는 공포에 대한 본질적인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둠의 화가로 불리는 프란시스 고야의 작품인 검은 그림 연작부터 다양한 공포와 혐오의 본질에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인간동물의 공포는 단순하게 죽음과 악마를 형상화 한 작품도 있으나 혐오를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예술가가 가지고 있었을 정신병적 착란부터 차별받아 배제되고 소외받은 계층의 그림까지 다양하며 민간설화에서 죽음과 가깝다고 여겨졌던 박쥐 같은 동물에 대한 혐오 또한 녹아들어있다. 인간 동물은 아름답지 않은 것에 대하여 부정적은 감정을 가지면서도 흥미를 느껴 다양한 예술로 공포와 혐오를 표현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폭로 또한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예술로서 승화한 것이기도 하지만 특정 감정(불안, 자기연민 등)에 대한 두려움이나 인간 동물로서 극복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굴복과 거부감 또한 나타나 있다.

고전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대미술 또한 등장하는데 데이미언 허스트의 '하느님 맙소사(For the love of GOD)'를 봤을 때는 사실 아름답거나 혐오스럽다는 감정보다는 작년 제주도 면세점에서 보았던 해골모양의 보드카 병이 생각났다. crystal head vodka는 캐나다에서 생산된 보드카인데, 생산자인 Dan Aykroid와 John Alexander는 가장 순수하고 부드러운 보드카를 포장과 상상력이 풍부한 생각으로 이 제품을 만들었다. 창조적 추구에 영감을 주고 타협 없이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고 힘과 깨달음을 반영하여 생명의 상징으로 이 상징적인 두개골 모양의 병을 디자인했습니다. Damien Hirst의 For the love of GOD과 crystal head vodka를 떠올리면서 일반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순수한 창조에 대해서 무엇인 진리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였다. 많은 사람에게 미친 또라이라는 칭호를 받는 천재는 무언가 닮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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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개구리 - 아웃케이스 없음
론 클레멘츠 외 감독, 애니카 노니 로즈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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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알고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 개구리 왕자를 바꿔 쓴 E.D.베이커의 소설 프린세스 엠마와 엘리자베스 D. 베이커의 개구리 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애니메이션화 한 디즈니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재즈가 탄생했다고 알려진 미국의 남부지역 뉴올리언스이며, 영화의 주인공은 흑인 여성이다. 공주와 개구리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비교적 상업적 성공이 덜 한 편이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는 부분은 바로 '아프로-아메리칸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과 결혼을 하고 난 뒤에도 자신의 사업을 한다는 2가지 측면 때문이었다. 게다가 1912-26년이라는 배경에서 주인공 티아나의 친구 샬롯은 백인임에도 상당히 비/반인종차별적인 인물이며 티아나와 상당히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이는 샬롯의 아버지 빅 대디도 마찬가지인데 부자인 백인 남성으로 등장하지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전혀 하지 않는 매우 좋은 인품의 소유자이다. 미국은 2004년까지 군대 내에서 정보병과 군인의 배우자가 아시아계 미국인이면 병장까지가 진급의 상한이고 하사 진급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이 존재했고, 아직까지도 KKK(Ku Klux Klan/큐 클러스 클랜, 1866년 6월 정식으로 발족한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있는 마당에 배경년도에 비하여 인종차별을 아예 하지 않는 상당히 초월적인 인물이다. 월드박스오피스 기준 라이언킹은 968,483,777달러 , 미녀와 야수는 424,967,620달러를 기록한 상황에서 공주와 개구리는 267,045,765달러로 상업적인 성공을 했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숫자지만 '공주와 개구리', 볼트, 라푼젤 덕분에 디즈니가 다시 정신차리고 일을 하고 있으며 이후 나오는 애니메이션도 상업적인 성공가도와 함께 평단의 평가도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보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풀룻이 단조롭고, 2010년에 나온 영화이다보니 2023년에 보았을 때 딱히 파격적이거나 신선한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여성이 결혼을 해도 자신의 사업을 할수 있고, 굳이 남성에게 기대어 살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진행되어야만 하는 내용이지만 굳이 이 내용이 새롭거나 충격적이지는 않다. 다만, 2010년 당시 이 영화를 즐겁게 볼 만 13세 미만의 여성에게는 남성/왕자에게 종속되지 않는 다른 시선과 관점을 보여주는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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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 - 전문가의 맞춤 해설로 떠나는 19세기 미술 여행 나만의 도슨트
서정욱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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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가 시작되기 직전 파리에 10일 가량 머무른 적이 있다. 스페인에서 1년을 살고 난 뒤 귀국을 하기위해서는 파리의 샤를드골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을 해야 했기에 반강제적으로 파리에서 10일을 머물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해당 국가나 지역에 대한 책과 영화를 상당히 많이 읽거나 보고 어느 정도 자료를 찾은 후에 계획을 짜는 편이다. 블로그에 나와있는 정보로만 여행을 떠나게 되면 한국인이 찾는 곳 위주로만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어서 최대한 나의 관심분야에 맞는 책을 읽고 블로그에 나와있지 않은 새로운 정보를 찾아보려고 노력을 한다. 파리 여행의 경우 한국이 아닌 스페인에서 여행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었었다. 스페인어를 읽을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모국어인 한국어로 책을 읽으면서 정보를 찾는 것보다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릴 수 밖에 없었다. 파리에는 오르세 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하여 상당히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었기에 한국에서 파리 여행 준비를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은 파리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 몇 년이 지나서야 읽게 된 오르세 박물관 가이드 북이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 화가들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19세기 중반 이전의 미술 작품은 주로 루브르 박물관에 있으며, 20세기 초반 이후의 현대 미술은 주로 퐁피두 현대 미술관에 있다. 오르세 박물관은 미술관 밖과 안 모두에서 보이는 대형 시계와 둥근 천장익 특징인데 원래는 기차역으로 쓰였던 건물을 미술관으로 변경시켰다고 한다.


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은 후에 오르세 미술관에 찾아갔다면 더 즐겁게 미술관람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미술관 모두 상당한 규모의 건물이고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의 양이 많다. 오죽하면 평생동안 매일매일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미술관을 방문하고 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을 모두 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부분은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하나의 주제를 여러 방법으로 표현하거나 같은 구도의 작품을 색을 조정하여 여러 개의 작품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린 작품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에드가 드가의 발레무대 리허설과 클로드 모네의 영국 국회의사당이다. 에드가 드가의 발레무대 리허설의 경우 총 3점의 그림이 그려졌는데 그 중 색 표현이 제일 단조롭지만 발레리나의 움직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그림의 경우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고, 보다 화려하지만 상류층 출신의 남성 2명과 발레리나 사이를 지나가는 남성이 그려져 있는 그림 2점은 뉴욕 메트로 폴리탄에 전시되어있다. 클로드 모네의 영국 국회의사당 역시 안개가 자욱한 날 햇살을 받은 그림은 오르세 미술관에, 천둥이 치는 날 그린 국회의사당은 릴 미술관에, 해질녘의 국회의사당은 메트로 폴리탄에 전시되어 있다. 단순히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의 나열과 설명이 아닌 같은 작가가 그린 그림이지만 다른 미술관에 전시가 되어있는 경우 한꺼번에 소개를 해주면 어떤 점이 왜 다른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각 화가의 개인사에 화풍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의 시리즈 도서인 '나만의 도슨트, 루브르 미술관'도 있는데 이 책도 읽으면 19세기 중반 이전의 미술사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나만의 도슨트, 퐁피두 미술관'까지 만들어서 현대 미술까지 해설을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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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즈비언 여자 친구에게 큐큐퀴어단편선 5
이유리 외 지음 / 큐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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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처음 출간되었던 큐큐퀴어단편선이 벌써 5권이 발행되었다. 하얀색 표지에 점자로 책 이름이 적혀있었던 큐큐퀴어단편선1을 제외하고는 매년 가을정도에 큐큐퀴어단편선 시리즈가 발행되었다. 큐큐퀴어단편선5의 제목은 나의 레즈비언 여자친구에게.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퀴어문학시리즈로서의 큐큐퀴어단편선의 여정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 단편을 거의 읽지 않는 내가 지속적으로 읽고 있는 단편선 중에 하나이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보편적일 것 같아 씁쓸한 맛이 났던 '보험과 야쿠르트'는 정말 현실적인 단편이었다. 조금은 SF나 환상문학 같은 다른 단편과 다르게 '보험과 야쿠르트'는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중년 여성 레즈비언 2명의 삶을 다루고 있었다. 현실적이지만 씁쓸하고 그러면서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험과 야쿠르트'가 지금의 이야기라면 '다가가지 못하는'은 아마 근래 있을 수도 있는 미래였다. 동성혼이 합법화되고 퀴어 퍼레이드가 유럽처럼 평화롭고 즐겁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성적 지향을 거부당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숨어버리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 않지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지만 누군가는 나서서 말하고 투쟁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투쟁을 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면 지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보지 않으려 할수록 우리는 앞으로 나올 것이다. 그 누구도 존재하는 것을 없앨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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