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류? 그류!



2018.11.15. ~12. 2.



2018. 11. 23. Today's Cast
배씨부인 - 조은경, 이장댁 - 이경성, 면장 - 임태산, 학수할머니 - 이영주, 이장 - 민병욱,
찬호 - 이형주, 선희네 - 구선화, 황씨 - 김관장, 숙희(명자) - 우혜민, 미연 - 정다정,
강영진 - 송형섭, 송양 송영주



선돌극장

 

 

 1972년, 여름. 충남 대추리.
아주 작은 마을에 한 가족이 이사를 왔는데, 이상하고 수상쩍다.
가족이 한 집에서 살지 않고, 노모와 사위&딸이 따로 살고 있다. 이 한 가족 때문에 마을은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리고 사위는 딸과 어머니를 만나지 못 하게 하는 나쁜 사람이 되었다.

사실여부가 어떻게 되든, 이장을 비롯한 모든 마을 사람은 삼촌인 찬호가 말렸을 때, 그만뒀어야했다.
창수는 처음부터 이야기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테니까, 그냥 두라고.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면서 계속 말렸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상처를 받는다고.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배씨부인과 강영진도 이야기했다. 그냥 두라고. 계속 진실을 찾다보면 상처를 받는다고.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은 진실따위에 관심 없었다. 그리고 사람의 상처에 관심이 없었고, 착한 마음으로 다가간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무료함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뿐이었다. 새로 온 가족에게 다가간 것은 친절이 아닌 그저 호기심이었다.

사람이 모이면 말이 나오고 말은 이야기가 된다. 말과 이야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거나 원치않는 관심에서 찾아오는 이야기는 상처가 된다.

- 창작집단 아르케의 이번 공연은 연출부터 희곡, 배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공연이었다. 연출의 세심함, 배우의 눈빛, 희곡의 탄탄함. 막공하기 전에 꼭 보시라.
- 송양 캐릭터 귀엽습니다. 귀염포텐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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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극 래러미 프로젝트(라라미 프로젝트)

2018년 11월 3일 (토) 오후 3시 – 5

연출 : 남인우
번역/드라마터지 : 마정화
출연 : 극단 북새통(김왕근, 김영환, 김현균, 나은선, 신현실, 최다은, 황상경, 황아름)

 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

 

 

생일. T와 낭독극 [래러미 프로젝트, 십년 후]를 보러갔다.
작년 프라이드 스테이지에서는 십년 전 이야기인 [래러미 프로젝트]가 낭독되었다고 했다.
[래러미 프로젝트]는 LGBTAIQ에 대한 혐오(증오) 범죄를, [래러미 프로젝트, 십년 후]는 그 일이 일어난 지 10년 뒤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라고 했다.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서울 프라이드영화제가 진행되고 있었고 나는 T와 만나 [래러미 프로젝트, 십년 후]를 하는 씨네라이브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래러미 프로젝트]를 보지 않아서, 10년 전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알지못했다.
10년 전 당시. 그 자리에 그 삶을 살고 이후 10년 동안 삶을 살아냈던 모든 사람은 크던 작던 상처를 지니고 있었고, 매튜 셰퍼드의 죽음을 잊고 싶어하거나 그의 죽음이 혐오(증오)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매튜 셰퍼드의 죽음을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사실 부끄러워했고 혐오(증오) 범죄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했다.

매튜 셰퍼드와 친했던 아니면 가까이 있었던 사람은 그를 잊지 않으려고 잊히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혐오(증오) 범죄로 다른 사람이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매튜 셰퍼드의 죽음을 이야기 하는 것은 가족과 친구 모두에게 스스로 상처를 주는 일이었으며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여전히 가족과 친구의 죽음에 슬퍼하였지만 삶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낭독극을 보면서 제일 슬펐던 것은 매튜 셰퍼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이 경찰 은퇴 후, "평범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는 대사를 읽을 때였다.
그 경찰 뿐만 아니라 그 사건과 관련이 있었던 모든 사람이 다시 평범한 삶을 사는 법을 배워야 했고, 평범한 삶을 영위하면서 매튜 셰퍼드를 잊지 않고 혐오(증오) 범죄로 다른 사람이 죽지 않게 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사실 평범한 삶으로 사는 방법은 배워야했지만, 래러미 사건 그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거다. 상처는 치료할 수 있어도 흉터는 끝까지 남는다.

[래러미 프로젝트]와 [래러미 프로젝트, 십년 후] 희곡집이 출간되었다.(2018년 11월 7일.).
명동씨네라이브러리 앞에서 낭독극을 하는 날 팔고 있었는데, 구매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희곡집은 주문 후 읽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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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러브스코어

2018. 6. 20. ~ 오픈런

2018. 11. 1. 캐스트
재준 - 최호승, 오름 - 송나영, 동철 - 김동원, 유나 - 최유진

 

상명아트홀 1관

 

 

공연을 보러 가기 전까지,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하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이라는 편견.
이 편견은 어느 부분까지 사실이었지만, 연극 러브 스코어는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연이었다.

누군가 시키는 음악이 아닌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가 욕을 진탕 먹고 몇 년동안 괴로워하는 재준.
공연을 보면서 재준이 괴롭고 힘든 이유는 단지 대다수의 대중에게 욕을 먹었다는 이유 하나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했던 사람(유나)이 주는 관심은 동정으로 느껴졌을 것이고, 자신의 팬이었던 사람은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좋아했던 아이돌의 리더'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지지만을 보낸다는게 상처였을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음악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괴로움이 아니었을까.
재준이 유나에게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약한 부분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와 '유나가 재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이유가 혼재되어있어 보였다.

오름은 천진난만하게 음악을 좋아했다. 천진난만함 때문에 상처받을 수 있지만, 오히려 '단순하게 좋다.'는 이유가 무언가를 하는데 제일 좋은 원동력이 될 때도 있다.

동철의 아버지는 무엇을 하시길래 꽤나 크고 좋아보이는 집을 소유하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동철의 직업은 재준의 매니저인가 아니면 일반 직장인인가? 동철의 집에 재준과 오름이 살고 있는데, 그러면 동철은 도대체 어디서 살고 있는가?

유나와 여성 멀티를 했던 최유진 배우의 캐릭터 중 랩하던 수험생이 제일 좋았습니다. 대사 외우느라 힘들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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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백치

2018. 10. 3. - 7.

2018-2019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출연
뮈시킨 이필모, 나스타샤 황선화, 로고진 김수현, 아글라야 손성윤 외 다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극으로 만들어진 백치를 처음 본 것은 2010년 날이 쌀쌀하던 가을. 지금은 대학로 예술극장으로 아름을 바꾼 원더스페이스의 동그라미극장이었다. 매우 작은 소극장에서 20명 가량의 배우가 등장했던 <백치, 백지>라는 이름으로.
모두 검은 옷을 입고 나왔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던 분위기. 나스타샤의 절망과 뮈시킨의 슬픔. 그리고 악에 바쳤던 로고진의 모습이 뇌리에 남았다.
그 다음 해,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가수 리아가 나오는 비슷하지만 좀 더 가벼워진 <백치, 백지>의 공연 이후 몇 년만에 국립극장의 <백치>가 무대화되었다.

공연 <백치, 백지>를 볼 때마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책 <백치>를 읽을 때마다 더 이상 밝음이 없는 어두움의 무게 때문에 절망에 휩싸였었다. 난 참을 수 없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무거움이 좋았다.

2018년, 국립극단의 <백치>는 훨씬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흩날리는 돈과 공기 때문에 공연을 보기에는 더 편안해졌지만, 극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지루했고 가벼웠다. 전체적인 배우의 앙상블이 어우러지지 못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공연을 보고 여전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뮈시킨이 나스타샤에게 했던 대사이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왜 그렇게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거죠?"

백치의 나스타샤는 여전히 그리고 언제나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갔고 자신의 상처를 치료받기를 원하면서 치료받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스타샤는 외로웠고 자신의 상처를 알아봐준 뮈시킨을 (아마도) 사랑했지만, 뮈시킨이 자신에게 주는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십이야에서 "동정도 사랑의 시작이다."라고 하지만, 서투르고 어설픈 동정은 상처만을 남기다는 것을 나스타샤는 알았을 것이다.
뮈시킨은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그가 결국에 백치라고 불리는 것은 서투르고 어설픈 동정으로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면서 불편했던 점은 <백치>에 주요하게 등장한 여성 캐릭터 두 명(나스타샤, 아글라야)가 창녀/성녀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 뮈시킨이 '여성'을 구원하려는 모습, 나스타샤와 아글라야의 대화의 주제는 '뮈시킨'으로만 설정된다는 것, '백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벡델 테스트(1.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이 두 명 이상 등장한다. 2. 여성들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 3. 여성들의 이야기가 남자와 관련 없는 것이다.)를 아무데서나 써먹고 싶지 않고, 아무래도 원작에서의 내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연출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작을 쓴 표토르 도스도예프스키가 1821년에 태어나 1881년에 죽은 것을 생각하고 극을 보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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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2018. 7. 4. ~ 15.

창작집단 LAS

줄리엣 몬테규 - 한송희, 줄리엣 캐플렛 - 김희연,
티볼트 캐플렛 - 이강우, 로미오 몬태규 - 조용경, 캐플렛 조영규, 네릿서 - 김하리, 승려 - 장세환

산울림 소극장

 

 

6월에는 한 달 내내 공연을 보지 못 했다.
내가 내 돈을 주고 공연을 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공연을 보지 못 한적은 극히 드문데 그리 되었다.
하와이에 다녀온 것도 있지만, 그 앞뒤로 계속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지난 3월 산울림 고전극장 신작 중 하나로 공연되었던 창작집단 LAS의 <줄리엣과 줄리엣>이 재공연 되었다.
재공연이 되면 다시 한 번 보고싶었기에 예매를 하였고, 내가 예매를 하고나서 거의 직후 모든 티켓이 매진되었다.
정말 좋은 공연이라서 매진이 되었다는 것이 기뻤지만, 내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이 공연을 꼭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는데 그럴 새도 없이 티켓이 매진되어 아쉬웠다.

줄리엣 몬테규도 줄리엣 캐플릿도 모두 아름다웠고 용감했다.
두 주인공이 이성애자였을 때, 첫 만남 이후 로미오가 담을 넘어 줄리엣의 집으로 찾아가고 두 명이 사랑을 고백하고 이야기 하는 신에서 아직 어리고 어린 두 명의 사람의 철없는 행동으로 비춰질 때도 있었다.
줄리엣과 줄리엣의 같은 신에서 그리고 그 이후로 서로 사랑을 이야기 하고 결혼을 하자고 할 때, 두 명은 많은 고민을 했었다.
가족에게도 미처 말을 하지 못 했으면서 섣부르게 결혼을 이야기하는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고, 동성애를 금기시하고 동성애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을 추방하는 베로나를 떠나 안전하게 살기 위해 방법을 찾으려 했다.

2번째 보는 연극임에도 캐플릿의 남성이 말하는 "동성애는 병이고 고쳐야 한다."는 발언이나 몬테규의 로미오가 누나를 지키기 위해 하는 거짓말에 여전히 화가 났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울음을 터트렸다.

극이 죽음으로 치달을 때는 머리가 아팠고 힘들었다. 줄리엣과 줄리엣에게 행복한 순간은 너무 짧았다.

이 극의 대본집이 나온다면 반드시 사겠다. - 그러니까 빨리 대본집 내주세요.

그리고 (관계자가 읽지 않겠지만) 창작집단 LAS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극(이왕이면 '십이야'나 '한여름 밤의 꿈')을 LGBTQAI 버전으로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이 비극이기보다 희극이기를. 슬픔과 우울보다는 웃음과 행복이기를 바라면서.
-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희극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끝에는 함께였기에. 하지만 죽음으로 함께함이 어떻게 희극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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