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512281545243&sec_id=562901&pt=nv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 아베는 사과했다. 전례 없이 일본 정부는 ‘책임’을 언급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했다. 결단을 내린 일본정부와, 타협을 이끌어 낸 한국 정부 모두에게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기분, 이었는데
셈이 좀 이상하다.
#. 1
먼저,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자. 나는 친일파다. 매년 일본의 각종 신사를 참배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으면 훌륭한 일제 앞잡이가 되었을 거라는 얘기를, 루리로부터 자주 듣는다. 겸허히 동의하는 바이며, 이후 전개할 계산은 다소 일본의 국익에 편향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추정하거나 가치 판단한 내용에 대해서는 양심적으로 밝히도록 하겠다.
하는 김에 용어도. ‘위안부’, ‘섹스 슬레이브’, ‘정신대’ 중에서 위안부를 선택한다. 정신대는 틀린 말이고, 섹스 슬레이브는 폭력적이다. 위안부는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나 나는 폭력적인 언어를 싫어한다. 폭력은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이며 핵심이기도 하므로.
#. 2
팩트는 간단하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사과하며 10억 엔을 위안부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용하자면 "1993년 일본이 고노담화에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한국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본 정부의 출연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 지원의 성격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언론은 디테일을 보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2016년 12월 28일 기준, ‘10억 엔’은 한화로 96억6,990만 원이다.
‘10억 엔’이 아니라, 10조 엔을 잘못 썼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위안부 강제 동원자들의 임금을 따져보자.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에 30명에서 100명 이상의 일본군을 상대했다. 물론, 증언일 뿐, 증거는 없다. 하긴, 사람이 어떻게 하루에 30번 100번의 행위를 할 수 있겠나. 합리적인 선에서 5번으로 보자.
2. 회당 비용은 싯가를 고려해 10만원으로 본다. (물론 회당 10만원을 받고 지속적으로 특수강간을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어쨌든.)
3. 날을 가리지 않고 행위가 지속되었다는 증언도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므로 기각한다. 인간의 휴머니즘에 걸고, 일본군이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은 지녔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위안부의 노동은 주 5회, 각종 공휴일과 연차휴가를 포함하여 월 20일로 산정한다.
4. 계산.
1인 * 10만원 * 5회 = 1일, 50만원.
50만원 * 20일 = 월 1,000만원.
1000만원 * 3년(36개월) = 3억 6천만 원.
5. 일본 정부는 임금을 체납했다. 얼마나? 1945년에서 2015년까지 70년간. 840개월이다. (피해자들이 각각 위안부에서 풀려난 날 부터가 맞는 계산이지만, 나는 친일파니까 일본에 우호적으로 추정한다.)
6. 연이율은 약소하게 5%로 보자. 고성장 시기, 10퍼센트 대의 고금리가 판치던 시대도 있었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다면 더 큰 돈을 벌었겠으나, 대상자들이 자산운용에 무능하다고, 그래서 주구장창 은행에만 돈을 넣어놨다고 가정하자.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참고하려 했으나, 2001년부터나 통계를 제공한다. 사실 무능은 이게 무능이다.)
3억 6천만 원에 복리이자 5%를 적용해 70년간 묵힌다면, 세후이자는(물론 세금은 떼야지.) 인당 9,708,010,544원. 만기 지급액은 10,068,010,544원이다.
여기에 집계된 위안부 피해자의 수 237명을 곱하면.
=2조 3861억 1849만 8928원
이것이 약소하나마 일본 정부가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할 최소한의 액수다.
그런데, 96억 원이라. 그럼 나머지는 어디 간 거지? 10조 엔의 오타라는 나의 가설이 맞다고 해도 무려 2조 3770억 원이 빈다. 음, 역시 10조 엔이 아니라 ‘100조'엔의 오타였던 걸까.
#. 3
‘위안부’를 키워드로 놓고 뉴스를 검색하면, ‘위안부 타결’이라는 제목이 뜬다. '타결'된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위하는 생각 없는 것 같다."
#. 4
마침, 12월 28일이다. 연말에 졸속으로 ‘타결’을 이끌어 낸 꼴을 보니 올해, 이룬 업적이 변변치 않으신가. 내년에도 정치권엔 별 다른 희망을 갖지 않으려 한다. 희망은 늘 그만한 절망을 동시에 내재하므로.
병신년(丙申年)이다.
#. 덧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08081281&isYeonhapFlash=Y
기시다 외상은 회견 후 청와대를 방문, 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또 공동회견 후 일본 취재진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법적책임 문제에 대해 "법적입장(최종 해결됐다)는 과거와 아무런 변함이 없다"면서 일본 정부 예산 출연에 대해서도 "배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물론 배상이 아니다. 어쩐지 금액이 말도 안 되게 작더라니. 그런데 그렇다면, 타결도 아니다.
관련된 외교부 공무원들과 행정부 고위공직자들과, 함부로 나불거리는 기레기들 임금을 몽땅 차압하고, 매일 가혹하게 3년간 고문을 가한 뒤, 70년 후 1000분의 1쯤 되는 액수를 기금인가 뭔가를 조성해 생색내면서, "자, 이제 타결되었다." 라고 말하면 유희남 할머니처럼 “정부가 하신대로 따라가겠다.”고 할 수 있을까. 7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도를 닦아 해탈에 이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모든 외교적 자산을 동원해 노력을 경주했다"면서 "책임 인정, 사죄, 일본의 책임조치라는 3대 요소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일본 측이 제시했던 이른바 '사사에 안'보다 진전된 결과라는 평가로 해석된다.
늘 궁금했는데, 이런 기사에서 ‘평가로 해석’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이제, 두려운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극히 당연한 반발을 돈독 오른 노인네들이라고 ‘평가로 해석’하려는 발상이다.
마음껏 평가와 해석의 자유를 누리시라. 단, 책임을 다 한 후에 말이다. 그것이 자유에 대한 도의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2조 3770억 남았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늘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순간에도 물가는 오르고 있으며, 복리이자는 꼬박꼬박 붙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 쉴때 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역사적 저금리에 감사하라.